[잠깐묵상] 풀어야 할 문제, 품어야 할 문제

베드로후서 3장…신앙생활에서 맛보는 소중한 기쁨

“우리가 사랑하는 형제 바울도 그 받은 지혜대로 너희에게 이같이 썼고 또 그 모든 편지에도 이런 일에 관하여 말하였으되 그 중에 알기 어려운 것이 더러 있으니 무식한 자들과 굳세지 못한 자들이 다른 성경과 같이 그것도 억지로 풀다가 스스로 멸망에 이르느니라”(벧후 3:15-16)

바울이 쓴 편지 중에는 사람들에게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요즘에야 저자나 작가와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많이 열려 있지만 그 때는 바울 사도의 얼굴을 평생에 한 번 볼까말까 했습니다. 그리고 당시에는 사도가 쓴 편지 몇 장 가지고 평생 신앙생활 했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사도에게 직접 물어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괜찮은 주석서나 강의 영상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잘 이해되지 않는 내용을 억지로 해석하는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베드로도 바울이 쓴 편지 중에 다소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얘기합니다. 이 부분이 위로가 됩니다. 3년동안 예수님 곁에서 직접 배운 베드로도 사도 바울의 편지 중에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다고 하니 말입니다. 예수님을 직접 겪어 본 베드로가 바울 서신 중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하는 정도면, 아마도 똑똑하신 바울 선생님께서 쓰다 보니 의도치 않게 좀 어려워진 부분이 생긴 게 아닌가 싶습니다.

성경을 읽다보면 모종의 강박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읽을 때마다 무언가 깊고 심오한 뜻을 깨달아야만 할 것 같은 부담감입니다. 몇 장을 읽었는데 느껴지는 게 별로 없고 깨달아지는 것도 없으면, ‘내가 뭔가 잘못 읽었나’, ‘영적 통찰력이 부족한가’, ‘내 신앙이 아직 얕아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스치곤 합니다. 묵상 나눔을 하다가 누군가의 은혜로운 나눔을 들을 때면 그런 생각이 더 나를 괴롭힙니다.

그런데 사람이 어떻게 매일, 읽을 때마다 깨달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깨닫는 기계가 아닙니다. 말씀을 붙잡고 씨름하다 보면 몰랐던 의미를 새롭게 깨닫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별로 느껴지는 것도 없이 지나갈 때도 있습니다. 바로 이 때, 자신의 무덤덤함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말씀을 억지로 풀기 시작하면, 그 해석과 적용이 억지스럽고 우스꽝스러워지는 것입니다.

“억지로 풀다가 스스로 멸망에 이르느니라”(벧후 3:16)

모든 문제와 의문을 다 풀고 갈 수는 없습니다. 풀고 가야 할 문제가 있는가 하면, 품고 가야 할 문제도 있습니다. 문제를 품고 가다 보면 어느 순간 성령 안에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 신앙생활에서 맛보는 소중한 기쁨입니다. 성경 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문을 가슴에 담고는 꾸준히 지속적으로 읽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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