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왜 멜기세덱 이야기가 나왔을까?

히브리서 7장

“멜기세덱과 같은 별다른 한 제사장이 일어난 것을 보니 더욱 분명하도다”(히 7:15)

멜기세덱이 도대체 누구이길래 히브리서 기자는 이토록 자주 언급을 하는 걸까요? 우리가 아는 것이라곤 창세기 14장에 잠깐 언급된 이야기뿐입니다. 그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이고, 아브라함에게 복을 빌어줬으며, 아브라함은 멜기세댁에게 십일조를 드렸다는 것, 이 이야기가 구약성경에 나온 멜기세댁에 관한 전부입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의 전승과 민담에는 멜기세덱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기독교 신앙의 본질과는 거리가 좀 있을지 몰라도 유대인들에게는 ‘레전드’라고 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소개하기 위해 자신의 편지를 받는 사람들이 중요하게 평가하는 인물 이야기를 꺼낸 것입니다.

만약 히브리서 기자가 21세기, 한국인들에게 편지를 보냈다면 예수님 이야기를 하기 위해 멜기세덱 대신에 허준이나 이순신을 언급하지 않았을까요?

복음을 소개하려는 대상의 언어와 기호와 문화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성경을 성경적으로 푼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복음을 복음적으로 전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성경 구절만 열심히 인용한다고 성경적 설명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칫 잘못 인용했다가는 도리어 누군가를 시험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사탄도 예수님을 시험할 때 성경 구절을 인용했습니다.

성경이 예수님을 소개하는 방식이 가장 성경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히브리서는 예수님의 대제사장직에 대해 말하기 위해 멜기세덱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예수님을 소개하기 위해 어떤 이야기로부터 예수님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생각해 봅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야구 이야기부터, 요리를 하는 사람에게는 음식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히브리서가 오늘날 현대를 살아가는 기독교인들에게 다소 생소하고 어려운 이유는 히브리서 기자가 자신의 독자들에게 그만큼 몰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브라함과 멜기세덱의 만남’ 피터 루벤스, 1625년 워싱턴 내셔널아트갤러리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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