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의 시선] 주한미군 가족은 왜 한국 대신 일본을 택했나?

2014년 4월 26일 용산 미군기지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

미국 앨라배마주에 거주하던 미국 가족이 잠시 한국을 방문했다. 가장은 14년간 주한미군으로 근무했었다. 이들은 영등포역에서 평택역으로 가는 기차 티켓을 샀다. 주말이라 표가 매진돼 입석표 4장을 손에 쥐었다. 매표원이 영어를 잘 몰라 빚어진 해프닝이다. 한국어를 모르는 미국인 가족은 한글 ‘입석’ 글씨를 알 리가 없다.

마침 같은 칸에 타고 있던 필자가 설명해 주니 얼굴 표정이 살아났다. 미군의 아내는 아시아계였다. 필리핀 사람이란 걸 금세 알아채고 타갈로그어로 “마간당 우마가”(굿모닝) 인사를 건넸다.

미국인이 내게 “당신은 우리가 미군 가족인 걸 어찌 알고 아내 얼굴만 보고도 필리핀계인 걸 아느냐?”며 “한국인 맞느냐? 영어나 타갈로그어를 구사해 신기하다”고 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첫째 아들은 일본 도쿄대학에 입학하게 돼 아시아에 다시 왔다고 한다. 그들에겐 추억여행인 셈이다.

다양한 외국어를 몇 마디 인사라도 익혀 놓으니 이럴 때 좋다. 첫째 아들은 영어, 일본어, 타갈로그어, 스페인어를 할 줄 안다고 했다. 자신의 모국어인 영어는 물론 세계 사용인구 4위인 스페인어와 아시아 경제강국 일본어도 할 줄 안다. 외가인 필리핀의 타갈로그어도 구사한다고 한다.

한국에서 태어난 미군의 아들이 왜 한국을 선택하지 않고 일본 도쿄를 선택했는지 짐작 간다. 20세기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은 싱가포르나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과거사보다 미래의 전망을 앞서 생각한다. 한국과 다른 점이다. 대한민국이 살 길은 일본처럼 유학생들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한류 열풍으로 지구촌 젊은이들이 한국을 좋아할 거라고 착각하곤 한다. 실제 외국인들은 한국보다 일본에 여행 가는 걸 좋아한다. 한국인보다 일본인 친구두기를 선호한다. 우리는 자신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 출신 미국인 가족을 ITX에 만나 잠시 대화하면서 든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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