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의 시선] 주한미군 가족은 왜 한국 대신 일본을 택했나?
미국 앨라배마주에 거주하던 미국 가족이 잠시 한국을 방문했다. 가장은 14년간 주한미군으로 근무했었다. 이들은 영등포역에서 평택역으로 가는 기차 티켓을 샀다. 주말이라 표가 매진돼 입석표 4장을 손에 쥐었다. 매표원이 영어를 잘 몰라 빚어진 해프닝이다. 한국어를 모르는 미국인 가족은 한글 ‘입석’ 글씨를 알 리가 없다.
마침 같은 칸에 타고 있던 필자가 설명해 주니 얼굴 표정이 살아났다. 미군의 아내는 아시아계였다. 필리핀 사람이란 걸 금세 알아채고 타갈로그어로 “마간당 우마가”(굿모닝) 인사를 건넸다.
미국인이 내게 “당신은 우리가 미군 가족인 걸 어찌 알고 아내 얼굴만 보고도 필리핀계인 걸 아느냐?”며 “한국인 맞느냐? 영어나 타갈로그어를 구사해 신기하다”고 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첫째 아들은 일본 도쿄대학에 입학하게 돼 아시아에 다시 왔다고 한다. 그들에겐 추억여행인 셈이다.
다양한 외국어를 몇 마디 인사라도 익혀 놓으니 이럴 때 좋다. 첫째 아들은 영어, 일본어, 타갈로그어, 스페인어를 할 줄 안다고 했다. 자신의 모국어인 영어는 물론 세계 사용인구 4위인 스페인어와 아시아 경제강국 일본어도 할 줄 안다. 외가인 필리핀의 타갈로그어도 구사한다고 한다.
한국에서 태어난 미군의 아들이 왜 한국을 선택하지 않고 일본 도쿄를 선택했는지 짐작 간다. 20세기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은 싱가포르나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과거사보다 미래의 전망을 앞서 생각한다. 한국과 다른 점이다. 대한민국이 살 길은 일본처럼 유학생들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한류 열풍으로 지구촌 젊은이들이 한국을 좋아할 거라고 착각하곤 한다. 실제 외국인들은 한국보다 일본에 여행 가는 걸 좋아한다. 한국인보다 일본인 친구두기를 선호한다. 우리는 자신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 출신 미국인 가족을 ITX에 만나 잠시 대화하면서 든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