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의 소프트파워] 장수막걸리와 카메룬 야자수술

“제프는 장수막걸리를 맛보며 자신의 나라에서 만드는 야자수 술과 옥수수 술 얘기를 들려줬다. 야자수 나무 이파리를 꼬아 만든 관을 나무에 꽂아놓아 밤새 수액을 모은다. 고로쇠 수액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새벽까지 이슬처럼 모인 즙으로 술을 만든다.”(본문 가운데) 

3년만에 카메룬 출신인 ‘제프 아노티지’ CEO 제프(43) 대표를 한 행사장에서 다시 만났다. 코로나19 전 서울시청역 근처 음식점에서 처음 만났다. 제프 대표는 무역을 하는 사업가다. 한국의 벽지, 타일, 몰딩, 전등을 비롯한 실내 인테리어 소품을 수입해 간다. 품질이 워낙 좋은 만큼 가격이 높아 주로 이월상품을 저렴하게 가져가는 비즈니스를 한다. 아프리카에도 한류 바람이 불고 있어 카메룬에서 온 그에게도 한국에도 새로운 기회다.

새우(포르투갈어로 Camares)가 서식하는 것을 보고 그 강을 카마롱이스강이라고 부른 것이 카메룬의 어원이다.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내게 한국의 버섯 스마트팜 산업에 대해 질문을 했다. 그는 “아프리카에서도 선구적인 사업가들은 스마트팜과 스마트 피시팜(아쿠아팜)으로 대형 유통상에 납품을 한다”고 했다.

아프리카에서도 건강이 큰 관심사로 버섯 소비량이 대단히 늘고 있다고 한다. 제프도 한국형 스마트팜에 관심이 크다. 카메룬 인구가 오래 전 2700만명 이후 좀처럼 파악되지 않고 있다. 자국민들은 카메룬 인구를 최소 3000만명, 많게는 4000만명쯤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가시스템이 엉망이어서 인구통계가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카메룬의 경우 내전도 있고, 출생신고 때 돈이 필요해 한 끼니가 아쉬운 그들은 신고 없이 양육하곤 한다. 그런 와중에도 돈 냄새를 잘 맡는 중국인들과 인도인들은 아프리카 시장에 군침을 흘린다. 아프리카 젊은이들이 두 국가 출신들의 사업가들 얘기를 들려준 적 있다.

아프리카에는 어린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주목한 인도 제과업계 사업체 이야기도 흥미롭다. 인도인이 카메룬에 진출해 한국 돈으로 치면 10원, 20원짜리 값싼 비스켓이나 사탕으로 큰 돈을 벌었다고 한다. 그들은 과감하게 현지에 공장을 차려 카메룬 시장을 많이 장악했다고 한다.

인도 사람들은 영어가 능숙해 아프리카 상권을 쥐락펴락하곤 했다. 아프리카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영국이나 프랑스 식민지였기 때문이다. 인도를 식민지로 둔 영국은 과거 아프리카 중간 관리자로 인도인을 썼다. 지금까지 그 영향력이 남아 있다. 간디도 남아공에서 변호사 일을 했었다. 먹는 장사로 돈을 잘 버는 이들은 중국이나 인도 사람들 특징이다. 중국 음식, 인도 음식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이유도 여러 가지다. 방글라데시나 파키스탄 사람들도 전세계에 퍼져 레스토랑 사업을 많이 한다. 그들은 인도 식당이라는 간판을 내걸기도 한다.

제프와 필자(오른쪽)

다시 제프 대표 얘기로 돌아가보자. 몇 해 전 제프는 마흔번째 생일을 한국에서 맞았다. 나는 한식을 대접하며 음식에 대해서 흥미로운 대화도 나눴다. 그는 20여년 전 지인을 통해 한국을 처음 알았다고 했다. 당시 서울시청 앞 프라자호텔에서 한 달쯤 머물렀다. 난생 처음 맛보는 한국 음식이 너무도 생소해서 거의 매일 햄버거를 먹었다. 카메룬은 포르투갈과 독일, 영국, 프랑스 식민지배를 받은 영향으로 빵 문화권이다. 거의 매일 빵을 먹고 살았던 제프에게 한국의 밥은 낯설기만 했다.

서울에 오래 살고 있는 제프는 한국 음식도 가리지 않는다. 자신의 고국 카메룬, 누나가 사는 프랑스, 형이 사는 이탈리아 등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제프가 이제는 동서양 음식에 다 적응했다. 한식도 잘 먹는 편이다. 식당에서 나오는 김으로 눈치껏 김밥처럼 싸서 먹기도 한다.

지난번 제프 생일에선 평소보다 한국적인 음식을 더 주문했다. 고등어조림, 해물파전, 가지튀김, 연어와 고등어튀김, 거기다가 장수막걸리를 주문했다. 나라 이름이 새우일 정도로 새우가 흔한 나라 출신이라 새우 요리는 주문하지 않았다.

그는 장수막걸리를 맛보며 자신의 나라에서 만드는 야자수 술과 옥수수 술 얘기를 들려줬다. 야자수 나무 이파리를 꼬아 만든 관을 나무에 꽂아놓아 밤새 수액을 모은다. 고로쇠 수액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새벽까지 이슬처럼 모인 즙으로 술을 만든다. 보통 나무 10그루에서 모아 발효를 시키는 전통주로 노인들이 주조법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카메룬의 젊은이들은 야자수 나무에 잘 오르지 못하고 큰 관심도 없단다. 요즘은 장사꾼들이 사카린을 섞어 술을 제조해서 판다는데 보통 맥주의 1/4가격이라고 한다.

옥수수 술은 대개 주부들이 남는 옥수수로 집에서 술을 담가 내다판다. 카메룬에서는 전통주를 마시는 사람들을 촌스럽다고 여긴다. 신세대의 경우 맥주를 선호한다. 외국인들은 한국의 막걸리를 좋아하는 편이다. 제프와 나는 아프리카 전통음식이나 한국 전통음식이 모두 건강식이라고 동의했다. 카메룬 수도 야운데에 새로 연 한식당에서 새우요리를 먹고 싶다. 제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가서 프랑스 요리와 전통요리를 시식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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