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근 칼럼] ‘히말라야의 슈바이처’ 강원희 선교사의 천국

강원희 선교사의 히말라야,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에티오피아 등 오지 선교 및 진료활동을 신현원 감독이 2011년 ‘소명3-히말라야의 슈바이처’로 제작했다.

산상수훈(​山上垂訓 마태복음 5~7장)의 여덟 가지 복된 삶을 마치 그대로 살아낸 듯한 분이 있다. 재물과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의사이면서도 그것들을 좇지 않고 스스로 가난한 삶의 자리를 펴서, 병들고 소외된 이들을 찾아가 사랑의 나눔을 베푼 분, 질병과 빈곤으로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애통하며 ‘인생의 가운데 토막’을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에 바친 분, 지난 5월 하늘나라로 부름받은 고 강원희 선교사가 바로 그분이다.

서재필의학상, 연세의학대상 봉사상, 국민훈장동백장 등 수많은 상들이 그에게 주어졌지만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는 천국에서의 상은 그보다 말할 수 없이 더 크리라 믿는다.

​슈바이처 박사의 전기를 읽고 크게 감동한 강원희 선교사는 의과대학을 다닐 때도 틈틈이 무의촌 진료에 나섰고, 대학 졸업 후에는 도시가 아닌 산골 무의촌에 병원을 열었다. 고등학생 두 자녀를 둔 마흔아홉 살 나이에 늦깎이 선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만류하는 부인을 이렇게 설득했다. “내 인생을 하나님께 바치고 싶은데, 생선에 비유하면 머리와 꼬리가 아니라 가장 좋은 가운데 토막을 바치고 싶다.”

강원희 선교사가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그렇게 해서 병원을 정리한 강원희 선교사는 네팔, 에티오피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의 무의촌에서 의료봉사와 선교활동으로 인생의 가운데 토막 40년을 하나님과 불우한 이웃을 위해 몽땅 바쳤다.

​낮에는 진료활동으로, 밤에는 현지 언어 학습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며 의료봉사와 선교활동에 전념했지만, 무엇보다도 놀라운 일은 수술 뒤 쇼크에 빠진 중환자에게 자신의 피를 뽑아 수혈해서 살려낸 일이다.

그의 헌신은 의료행위로 끝나지 않았다. 퇴원한 환자의 집에 식료품을 사 들고 찾아가는 강 선교사의 발걸음에 감동한 현지인들은 그를 바제(Bājē)라고 부르며 ‘히말라야의 슈바이처’라고 칭송했다. 바제는 할아버지라는 뜻의 네팔어다. 진료와 선교를 넘어 사랑을 파종(播種)한 그의 ‘인생 가운데 토막’은 그리스도의 참 제자인 성자(聖者)의 삶이었다.

​강 선교사는 언젠가 이런 글을 썼다. “하나님이 부르실 때까지 섬기며 살겠다. 하나님이 나를 부르시는 자리가 한국이든 네팔이든 무슨 상관인가? 언제 어디서라도 하나님이 부르시면. 그 부르심을 따를 뿐이다. 살아도 천국이고, 부르시면 정말 천국에 가는 것 아닌가?”

살아서 천국을 누린 강원희 선교사는 지금 하늘나라에서 천국의 상을 누리고 있을 것이다.

강 선교사의 인생 가운데 토막을 천국의 상으로 이끈 것은 현세의 온갖 탐욕을 비워낸 그의 가난한 마음이었다. 그 가난한 마음에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하면서, 예수님이 산상수훈에서 하신 첫 말씀을 되새긴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으니, 천국이 그의 것이다.”(마태복음 5장 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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