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근 칼럼] 영혼의 폭탄

신학자 칼 바르트는 “한 손에는 성경, 한 손에는 신문”을 늘 강조했다. 신문을 통해 현실을 직시하고, 성경을 통해 현실과 지혜롭게 직면할 구하라고 한 것이다.

[아시아엔=이우근 변호사, 숙명여대 석좌교수] 현대신학의 흐름을 크게 자유주의와 정통주의의 대립으로 정리할 수 있다. 자유주의 신학은 그리스도교의 전통이나 교리, 성경의 권위와 영감(靈感), 초자연적 계시나 기적 등을 모두 부정하고 오직 인간의 이성과 경험을 중요시하는 신학이다. 물론 예수님의 동정녀 탄생과 부활, 재림 같은 초자연적 역사도 모두 인정하지 않는다.

미국의 독립과 프랑스 혁명을 계기로 유럽의 시대정신으로 등장한 계몽주의와 민주주의, 산업혁명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이룩된 자본주의 세계관, 이들에 기초한 자유주의 신학은 과학과 이성의 시대인 현대 사조에 꼭 들어맞는 신학이다.

​이와 반대로 정통주의 신학은 하나님의 절대성, 성경의 무오류성을 굳게 믿는 전통적 신학 사상이다. 정통주의는 19세기에 등장한 자유주의 신학의 도전으로부터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려는 목적에서 비롯되었다.

정통주의 신학은 교회의 전통과 교리를 충실히 따르고, 성경의 기록에서 그리스도교의 근본 원리를 찾으려는 신학적 태도다.

​자유주의 신학과 정통주의 신학을 모두 비판하며 등장한 현대 신학사상이 칼 바르트, 에밀 브루너 등을 대표로 하는 신정통주의 신학이다. 성경을 신학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문자주의나 근본주의를 버리고 말씀의 참되고 바른 뜻을 찾아가는 신학이다.

스위스의 공업도시 자펠빌에서 목회하며 사회주의 사상에 깊이 공감했던 칼 바르트는 도스토옙스키와 키엘케골 그리고 ‘승리자 예수’라는 설교로 유명한 요한 크리스토프 블룸하르트(Johann Christoph Blumhardt)에게서 큰 감명을 받고 <로마서 강해>라는 책을 썼다. 이 책으로 칼 바르트는 일약 세계적 신학자의 반열에 오르면서 신정통주의 신학의 대표자가 되었다.

​<로마서 강해>는 ‘자유주의 신학자들의 놀이터에 떨어진 폭탄’이라고 불릴 만큼 현대 신학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칼 바르트는 이렇게 말한다. “성경은 우리가 하나님을 찾아가는 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를 찾아오시는 길을 알려준다.” 인간의 이성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시가 신앙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바르트는 초월자요 절대타자인 하나님을 향한 정반합의 변증법적 신학을 펼쳤다. 하나님은 정(正, Thesis)이나 반(反, Antithesis)이 아니라 합(合, Synthesis) 속에 계시며 하나님 안에만 합이 있다는 믿음이다.

​칼 바르트는 ‘예수 그리스도를 계시된 말씀, 성경을 기록된 말씀, 설교를 선포된 말씀’이라고 정의했다. 거기에 또 하나의 말씀을 덧붙일 수 있을 것이다. ‘실천된 말씀’이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날의 삶의 자리에서 구현해가는 크리스천들의 실천적 생활이다. 이 실천된 말씀의 삶이 ‘불의하고 타락한 세상에 떨어지는 복음의 폭탄, 영혼의 폭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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