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찬일의 2023칸 통신⑥] 제76회 황금종려상 주인공은?

[아시아엔=전찬일 영화평론가] 이제 몇 시간 후면 76회 칸영화제가 막을 내린다. 단편 포함 총 7편이 초대받은 한국영화 중에는 경쟁작이 없어 국내 영화팬 및 저널의 관심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황금종려상을 포함한 이번 수상 결과는 ‘칸의 미래’는 말할 것 없고 전 세계 수많은 영화제, 나아가 세계 영화계 흐름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게 틀림없다.

이미 여성(성)‧다양성(다채성) 등 일련의 ‘화두들’을 통해 진단했듯, 올 칸은 유난히도 ‘변화’에 방점을 찍었으며, 기회 있을 때마다 역설해왔듯 황금종려상 수상작은 세계 영화계의 지형도를 그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올해 칸 황금종려상 유력 후보 중 하나인 켄 로치의 <디 올드 오크>(The Old Oak) 한 장면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과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로 칸 최고 영예를 두 번이나 거머쥐었던 거장 켄 로치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이후’ <디 올드 오크>(The Old Oak)—그간은 <나이든 참나무>로 소개했으나 영화의 주 무대인 영국 북동부 옛 광산촌 주민들이 애용하는 남루한 펍(Pub)이면서 커뮤니티 공간을 가리키는 상호인 바, 영어 그대로 옮긴다—가 칸 역사상 최초의 3회 수상자에 등극할까?

3탄에서 리뷰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이 이마무라 쇼헤이(<나라야마 부시코, 1983>, <우나기, 1997>)에 이어 일본은 물론 아시아 최초의 황금종려상 2회 수상자가 될까? 개인적으로는 이 둘 중 한 영화가 그 주인공이 되길 바라고 있다.

여성 감독 연출작 7편 중 가장 마지막으로 선보인 이탈리아 알리스 로르바허의 <키메라>와 <디 올드 오크>를 제외한 19편 가운데, 칸 현지에서 가장 널리 참고되는 《스크린》 12인 평단으로부터 3.2점의 최고 평균 평점을 받은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낙엽들>이 핀란드 영화 사상 처음으로 칸 정상을 차지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삭막하기 짝이 없는 암울한 미장센에서 펼쳐지는 가슴 훈훈한 러브스토리가 안겨준 감동이 워낙 커서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밋밋해 실망스럽기조차 했으나《스크린》평점 2.9점을 얻으며 다크호스로 부상한 뉴 저먼 시네마의 살아 있는 신화 빔 벤더스의 <완벽한 날들>도 무시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야쿠쇼 코지의 남우주연상을 점치고 있는 중이다. 그 거장은 <파리 텍사스>로 1984년 황금종려상을 가져간 바 있으며, <팔레르모 슈팅> 이후 15년만의 칸 경쟁 부문에 입성했다.

여성 감독 중에는 토드 헤인즈의 <메이 디셈버>와 나란히 3점을 득해 2위권에 있는 쥐스틴 트리에의 <추락의 해부>가 유력 후보로 회자되고 있다. <흥미의 영역>에도 주연을 맡은 산드라 휠러의 여우주연상과 최강의 짜임새를 자랑하는 각본상 수상이 높게 점쳐지고 있으며, 영화는 그 어떤 상을 가져가도 좋을 올 칸의 화제작 중 화제작으로 간주되고 있는 중이다.

21일 공식 선보인 비평가주간의 <잠>에 이어 23일 라 시네프 부문에서 선보인 황예인 감독의 <홀>, 24일 오전 11시 주목할만한시선에서 공식 첫 선을 보인 김창훈 감독의 <화란>, 그리고 25일 역시 라 시네프에서 선보인 서정미 감독의 단편 <이씨 가문의 형제들>, 감독주간 폐막작으로 선보인 홍상수 감독의 <우리의 하루>, 비경쟁 부문에서 경쟁작 부럽지 않은 열띤 갈채 속에서 선보인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까지 한국영화에 몰린 호응은, 빈말이 아니라 기대 이상이다. 그에 대해서는 보다 상세히 전해야겠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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