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자유에 갇혀 자유를 빼앗기다

“돈 없고 힘 없고 건강이 나쁠 때 교만하기란 어렵습니다. 그럴 때는 누구나 겸손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가진 것이 많아졌을 때입니다. 교만해져야겠다고 결심하고 교만해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자기도 모르게 겸손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사진은 신촌 연세대 캠퍼스 안에 있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조형물


역대하 26장

스스로 겸손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교만의 완성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내가 교만한 줄 아는 것이 겸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웃시야는 인생 말년에 이마에 한센병이 걸립니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전에 이미 마음에는 교만이라는 병이 도졌습니다. 어쩌면 이마에 생긴 한센병은 마음에 생긴 교만이라는 병을 치료하기 위한 하나님의 처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교만에 고난만큼 좋은 특효약이 있을까요?

역대하 26장 16절은 웃시야 인생의 변곡점입니다. “그가 강성하여지매 그의 마음이 교만하여”

돈 없고 힘 없고 건강이 나쁠 때 교만하기란 어렵습니다. 그럴 때는 누구나 겸손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가진 것이 많아졌을 때입니다. 교만해져야겠다고 결심하고 교만해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자기도 모르게 겸손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왕으로서의 책임에 성실하고 하나님 앞에서 신실했던 웃시야는 자신도 모르게 교만해졌습니다.

사람이 교만해지면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한 자신감 생깁니다. 해서는 안 될 일인데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웃시야는 제사장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자신이 해버립니다. 왕이라도 넘어가지 말아야 할 선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넘어간 것입니다.

결국 그는 별궁으로 쫓겨나 격리되어 지내다가 생을 마감합니다. “웃시야 왕이 죽는 날까지 나병환자가 되었고 나병환자가 되매 여호와의 전에서 끊어져 별궁에 살았으므로”(역대하 26:21)

여기서 ‘별궁’으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베트 하호프쉬우트’인데, 그 뜻이 ‘자유의 집’입니다. 굉장히 역설적이지 않습니까? 왕이니까 모든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여겼던 그 인생의 종착점이 ‘자유의 집’에 갇혀지내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내 뜻대로 할 수 있게 되면 우리는 과연 자유로워질까요? 내 욕심과 욕망의 노예가 되는 것을 자유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자유의 집에 자유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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