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김치 전도사’ 김영환 충북지사의 ‘전방위 리더십’
청사 현판에 ‘과학 경제 교육’의 순으로 혁신 다짐
6개월 동안 기업투자 26조8000억, 예산 8조 확보
40권의 책과 시 1000여편을 발표했다. 시집도 서너권 낸 바 있는 문학청년 출신이다. 전기기술자 자격 등 입에 풀칠 할 자격증도 열 손가락 가깝다. 김대중 대통령이 재기발랄한 그를 정계에 입문시켰다. 10번 출마해 5번 당선했다. 그 마지막 출마가 광역단체장이니, 타율보다는 제법 장타력에 눈이 갈 거다.
바로 ‘못난이 김치’ 마케터를 자처하는 김영환 충북지사다. 그가 최고 일꾼으로 일하는 충북도청은 1937년 세워졌다. 일제가 만주사변을 일으키고 제국주의 발톱을 온 세계에 드러낼 때다. 도청을 들어서는데, 도처에 나붙은 캐치프레이즈에 시인의 감수성이 엿보인다. 입구 승용차 검문소, 눈에 띄는 곳에 걸린 사인 보드 ‘Lakes 충북’이 확 들어온다. 청사 입구에는 ‘충북을 새롭게(New Chungbuk)’ ‘도민을 즐겁게(Joyful People)’가 보인다. 도 지정문화재 55번인 유서깊은 청사 현판에는 ‘과학 경제 교육’의 순으로 혁신을 다짐한다.
그러고 보니, 그를 DJ가 엄청 이뻐해 40줄, 약관 나이에 과학기술부 장관에 등용했다. 요즘 그는 부쩍 서울 출입이 잦다고 한다. 기업 투자유치와 바다 없는 충북을 ‘호수의 바다’로 만들려는 발걸음이다. ‘Lakes Chungbuk’ 모토로 지역 부흥을 위해 대관 로비에 눈코 뜰 새 없다. 도청 부근 아담한 오리집에서 소박하게 저녁을 했다. 그 집의 총각김치와 묵은 김장김치도 맛나게 보였다. 굳이 싱싱한 ‘못난이 김치’를 가져와 썰게 해 식탁을 풍성하게 했다. 한입 베어 물어봤더니 아삭아삭한 게, 더도 덜도 없을 만큼 맞춤하게 익어 최근 맛본 김치 중 ‘엄지척’이다.
이런 저런 세상사를 얘기하다, 청남대를 비롯해 대청호를 활용한 경제살리기의 걸림돌인 상수도원 규제 등에 화제가 미치자 김영환 지사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사실 충북은 바다가 없고, 백두대간에 막혀 교통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했다. 댐과 국립공원이 많다는 이유로 규제도 과도했다. 성장전략도 1970~80년대 영남 동해안, 1990~2000년대 호남및 충남 서해안 중심이었다. 특히 충주호에서 끌어낸 물 70%를 수도권에 보내는 바람에 상수원 규제 희생만 강요받아왔다.
김영환 지사는 “이런 규제와 한계를 극복하려면 치열하게 몸부림쳐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충북은 지리적으로 대한민국의 한복판에 위치한다. 757개 아름다운 호수와 준엄한 산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중부내륙 철도의 고속·복선화,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청주공항 확장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그래야만 국토균형 발전도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충북의 리더인 김영환 지사가 쓰는 도청 내 집무실은 6평에 좀 못 미치는 ‘5.5평’ 크기다. 전임자가 쓰던 넓은 집무실은 직원들이 돌아가며 회의하는 곳으로 덜렁 내놓았다.
이런 조치들에 나는 속으로 “아이디어가 넘치는 김영환의 튀는 행보가 도졌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직접 현장에서 보니 나름 감동이 없는 게 아니었다. 그가 입에 침을 튀기듯 못난이 김치를 자랑하는 데, 그만의 순수한 열정이 느껴진다. “못난이 김치는 얼음을 깨는 쇄빙선이죠. 못난이가 뚫고 나간 길에 못난이 감자, 고구마, 사과, 복숭아가 줄을 이을 겁니다.”
충북의 매력과 규제 철폐를 입이 마르게 설명하는 김영환은 신이 난 장사꾼 같이 보였다. “충북은 바다는 없지만, 꿈의 바다가 있는 호수의 천국”이라고 했다. 2016년 총선에서 떨어지자 사람들은 “김영환은 이제 끝났다”고 수군거렸다.
그는 치과 일을 하면서 기가 죽지 않고 계속 선거에 나섰다. 떨어지면 다시 유튜브를 하고 아침 글을 페북에 쓰면서 보폭을 늘려갔다. 그러다 삼세번 만에 정권교체 바람을 타고 마침내 충북지사에 당선된 거다.
취임하자마자 특유의 튀는 듯한 파격 행보를 이어갔다.
관사를 반납하고 자비로 월셋집을 구했다. 해외출장 시 항공편은 이코노미석이었다. 호텔 역시 비즈니스호텔을 이용하고 있다. ‘못난이 김치’를 비롯해 ‘진료비 후불제’ ‘충북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등 공약했던 사업과 정책도 실천했다. 하나같이 그가 당선돼 도백이 되기 전에 세상에 없던 것들이다. 그의 페이스북엔 “충북의 벤투가 되고 싶다” “예산이 봄비처럼 줄줄 샌다”류의 글들이 매일 올라온다. “참신하다”는 기대를 표하는 사람들이 다수를 점할 거다.
그러나 꼬추가루 뿌리는 자들도 있기 마련이다. ‘쇼잉(Showing)’ 비아냥도 들려온다. 5.5평 집무실에서 “권위는 넓은 사무실과 폼나는 책상, 소파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결국 창조적 혁신으로 도를 잘 살게 만들고 도민이 행복하면 지지는 저절로 따라올 거라 했다. 그가 공약해 시행한 ‘의료비 후불제’는 참 세상에 없는 걸 만들어냈다. “자동차, 휴대폰은 다 후불로 살 수 있는데, 왜 병원 진료는 선불이어야 하나? 누군가 돈 때문에 제때 치료를 못 받아 죽는다고 치자. 우리 국민으로서 살 권리, 앞으로 수십년 경제활동 할 권리를 뺏는 것 아닌가?”
부자는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로 진료를 받는데, 빈자는 카드가 없어 수술도 치료도 못 받고 신음하는 모순을 겨냥한 거다. 의료비 후불제는 취약계층이 우선 치료부터 받고, 의료비는 나중에 낼 수 있게 의료 문턱을 낮추는 발상의 전환이다.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 돈 내는 순서만 단순하게 바꾼 것이기도 하다.
김영환은 ‘문재인 케어’ 같은 포퓰리즘과는 전혀 다르다고 쐐기를 박는다. 그는 취임 후 6개월 동안 기업 투자 26조8000억원, 예산 8조3065억원을 확보했다.
오늘과 내일도 연이어 서울을 방문해 ‘장똘뱅이 짓’을 할 거다. 취임 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LG에너지솔루션 등 기업을 찾아갔다. 용산, 여의도, 세종시도 종횡무진으로 훑고 다녔다.
한번 서울 가면 국회의원, 기업인을 비롯해 20명, 30명씩 만나왔다. 도 예산 8조원을 갖고 80조원, 800조원을 만들어 충북 사람들 다 먹여 살릴 태세다. 김영환은 “그게 나의 소명이자 책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라고 했다. 지방 위축과 농촌 소멸에 하루빨리 눈을 돌려야 한다고 그는 역설한다.
그는 그러면서 강조점을 ‘내륙의 발견’이 곧 국가의 신성장동력이라고 지적했다. 중부내륙철도 고속화·복선화, 청주~김천 연결, 청주공항 확장이 선결 과제다 김영환은 ‘정치가 시보다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상주의자다. 그는 “국민을 분열시켜 쪼개고 나누는 뺄셈이 아니라, 통합하는 ‘덧셈정치’를 하자”고 했다.
그는 ‘규제와 전쟁’이라도 선포하려는 전사(Warrier)를 자임하고 있다. 그가 최근 “대통령님, 정말 미치겠습니다”라고 리드를 쓴 ‘토규제격소문’의 반향은 컸다. ‘좋아요’가 수백 개, 지지 댓글도 엄청나게 달려 규제 망국론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1인의 100보가 아니라, ‘100인의 1보’를 끌어내는 리더십이어야 한다. 계영배의 이치, 술이 70~80% 중간 쯤 차오르면 쏟아지게 한 슬기로움 말이다. 그런 것들이 열정이 넘치는 충북지사 김영환에게는 눈에 잘 안 들어올 거다.
그래도 한번 씩, ‘강 약 중간 약’으로 변주하면서 동료들을
단디 리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