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죄를 상대로 벌이는 혈투’

“우리가 이 광경을 도축이라고 하지 않고 제사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안수’에 있습니다. 내가 제물의 머리에 손을 얹고 안수를 할 때, 나의 죄가 제물에게로 전가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단순히 동물이 아니라 내 죄의 목을 따는 것이고, 죄의 머리를 내려 치고, 죄의 폐부를 찔러 죄를 죽이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레위기 1장

“그는 여호와 앞에서 그 수송아지를 잡을 것이요“(레 1:5)

레위기를 보면 도축장을 방불케하는 장면으로 가득합니다. 소제를 제외한 나머지 제사는 소, 양, 염소, 비둘기와 같은 동물을 잡도록 되어 있습니다. 혹시 소나 양을 잡아 본 적이 있으십니까? 도축업자가 아닌 일반인이 소나 양을 잡는 경험은 평생 한 번도 하기 힘든 일입니다.

레위기에 따르면 제물은 제사장이 아니라 제사를 드리는 사람이 직접 잡도록 되어 있습니다. 전문적으로 도축하는 업자가 아니라 일반인이 잡는 것입니다. 전문가가 아닌 서툰 사람이 제물을 잡는 현장은 과연 어땠을까요?

소를 최단시간에 죽이는 방법이 미간 사이를 정확하게 치거나, 심장을 찌르는 것이라고 합니다. 소의 심장이 어디 있는 줄 알고 그것을 단 번에 찌를 수 있을까요? 골프선수나 야구선수가 아닌 다음에야 살아있는 소의 미간을 어떻게 정확하게 때릴 수 있겠습니까? 소의 급소를 단번에 정확하게 치거나 찔러서 즉사시킬 수 있는 능력이 제사를 드리는 사람에게는 없습니다.

보통은 미간을 치려다가 눈을 터뜨리거나, 심장이 아닌 심장의 주변부를 수차례 찌르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그 때부터 고통스럽게 몸부림을 치는 동물과의 전쟁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동물이 죽을 때 즈음, 그 안면부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망가져 있고, 심장 부위는 흉측하게 난도질 되어 있고, 제물을 잡은 사람은 머리부터 발 끝까지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됩니다.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가죽은 또 어떻게 벗기고, 각은 어떻게 뜰까요?

우리가 이 광경을 도축이라고 하지 않고 제사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안수’에 있습니다. 내가 제물의 머리에 손을 얹고 안수를 할 때, 나의 죄가 제물에게로 전가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단순히 동물이 아니라 내 죄의 목을 따는 것이고, 죄의 머리를 내려 치고, 죄의 폐부를 찔러 죄를 죽이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은 결코 고상하거나 우아한 종교적 의식이 아닙니다. 죄와의 싸움입니다. 피가 낭자한 혈투가 제사 때마다 벌어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레위기가 말해주는 예배입니다. 예배에는 죄를 상대로 벌이는 처절한 혈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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