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시가 있는 풍경] 독서(讀書)

독서 <사진 여류 이병철>

한 권의 책이 내게로 왔다.
나는 다른 모든 책을 놓았다.

은밀히 전해진 한 권의 책,
숨겨진 언어로 기록된
새롭고 오랜 이야기들

나는 눈을 감고
잠자던 내 모든 감각을 일깨워
온몸으로 읽는다.

책 속에서 들리는 노래,
숨결, 향기,
이야기 속 피어나는 꽃
저녁노을,
어둔 별, 아침이슬, 눈물방울 그리고 햇살 한 줌.

열매가 씨앗이 되고
씨앗에서 다시 열매가 맺힌다.
이야기는 날마다 새로 태어나고
나는 그 처음을 알지 못하듯
그 마지막 또한 알지 못한다.

나비는
책갈피 사이를 날고 있다.
나는 책장을 덮지 못한다.

이 지상에서 내가 읽는
마지막 한 권의 책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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