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시가 있는 풍경] 당신에게···”새해 품고갈 한 글자를 전합니다. 성(省)”

<사진 여초 이병철>

다시 새해의 인사를 나눕니다.

아침에 남해바다의 동쪽 해변에 나가 새해 첫 해돋이를 맞이했습니다.

더없이 밝고 옹근하고 충만했습니다. 저 해가 있어 이 지구행성에 생명붙이들이 존재할 수 있음을, 그 생명붙이 가운데 하나인 나의 생명이 또한 이렇게 살아있음이 생각났습니다. 가슴 깊숙한 고마움이 밀려왔습니다.

오늘 아침, 2023년 새해 첫 아침에 맞이한 저 해는 어제 2022년 섣달 그믐 그 마지막 저녁에 내가 서녘바다에서 배웅한 해넘이의 그 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새해 첫아침의 오늘 저 해와 섣달 그믐의 어제 그 해는 같은 해가 아님을 압니다.

오늘은 어제가 아니고 그 해를 보내고 맞은 나는 이미 어제의 그 내가 아닌 까닭입니다.

2023년, 참으로 옹근 새해입니다.
이 지상의, 이 우주의 그 누구도, 그 어떤 존재도 경험하지 못했던 온전히 새로운 한 해입니다. 이 새해에 당신이 가고 머무는 곳마다 평화와 신명이 함께 하시길 마음 모읍니다.

이 인사를 전하는 순간에 ‘다시’라는 말과 ‘새해’라는 말이 새삼 새롭게 다가옵니다. ‘다시’와 ‘새해’라는 말이 마치 마법사의 주문(만트라)처럼 느껴집니다. 그 ‘다시’라는 주문이 있어 내일이 있고 새해가 오고 생의 이어짐과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우리가 소리내어 하는 모든 말들이 그런 주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023년, 새해를 품고갈 한 글자를 생각하다가 ‘성(省)’이라는 글자가 눈에 띄었습니다.

‘성(省)’의 자전적 의미는 ‘살피다. 깨닫다. 명심하다. 분명히 하다.’등으로 풀이되어 있는데 나에게 ‘멈추어 자세히 살펴본다. 돌아보며 살핀다.’라는 의미로 다가옵니다. ‘지나간 일을 되돌아보며 살핌’, 또는 ‘자기의 마음을 반성하고 살핌’이라는 뜻의 ‘성찰(省察)’과 같은 의미로 여겨집니다.

세월이 오가는 것은 어찌할 수 없듯이 몸이라는 형태로 드러난 이상, 이 또한 성주괴공이나 생로병사 길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지만 형태를 벗는 그 마지막 걸음까지 지난 걸음과 내딛는 걸음을 깨어서 살피며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맞이하는 이 새해는 ‘성(省)이라는 이 글자에 담아 그리 모실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구촌, 지구행성 생명계 전체에 암울한 그림자가 갈수록 더 깊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피해 갈 수는 없다 싶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새해’라는 이 마법의 주문으로 새해에는 정신없이 달려오던 걸음을 우선 멈추어 달려온 길과 달려가고 있는 이 길에 대해 찬찬히 살펴보고 ‘다시 생명의 길’로 돌아갈 수 있기를 염원해 봅니다.

그렇게 내가 선 자리에서부터 지구촌 곳곳에서 생명의 길로 전환하는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꿈을 그려봅니다. 저마다 그 전환의 물결이 되어 같은 파동으로 공명하면서 더욱 큰 물결로 전환의 방향을 이끌어가는 그런 꿈입니다. 문득 한 방울의 물이 영원히 마르지 않으려면 바다에 던지라는 말이 떠오릅다.

새해에는 인드라망의 그물코처럼 그 전환물결 네트워크를 엮는 한 물결이 되어 함께 출렁일 수 있기를, 우리 모두가 그 물결 속에서 감사와 기쁨이 충만할 수 있기를 간절히 마음 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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