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시가 있는 풍경] 한 송이 꽃 되어
저무는 가을
당신 오신다는 걸
바람결에 들어 알았습니다.
먼지 쌓인 꽃병 씻어 놓고
설레는 마음에 뒷산으로 달려갔지요.
저녁노을 눈부신데
그 많던 구절초 쑥부쟁이
오늘 따라 왜 그리 외로운지
빈손으로 돌아와
당신께 드릴 것 없는 내 가난에 한숨 짓다가
어느 생에선가 나 또한 한 송이 꽃이었음이 생각났습니다.
몸 씻어 단장하고 꽃병 앞에 앉았습니다.
어디 쯤 오셨나요.
당신이 문을 열면
그땐 내가 꽃 되어 피어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