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시가 있는 풍경] 저 언덕에선
바람 없이도 꽃은 떨어져 내리고
밤새 비 내렸는데도 달맞이꽃 피었다
목쉰 저 매미는 누구를 위해 종일을 저리 울고 있는걸까
온다는 기별 없었는데도
울 너머로 고개 내민 오월의 장미처럼
삽짝문 열어두고 온 날들을 서성이며
흘러오는 것들과
그렇게 가는 것들을 생각한다
아무것도 오래 머물 순 없음을
네가 오더라도 다시 가야 할 것임을
기다리는 이 허전함보다
떠나는 네 등 뒤에서의 애달픔이 더 크다는 것도
네 모습 보이지 않을 때까지
몇 번이나 살펴 가라고 손짓하지만
그러므로 떠나는 발걸음이 더 무겁다는 것도
바람 없이 지는 꽃 무심히 바라볼 수 있을 때까진
내가 가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몰라
언제쯤이면 이 강을 건널 수 있을까
저 언덕에서는 지지 않고 피는 꽃 있을까 가슴 젖지 않는 사랑도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