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지선 전망대 D-31] 무소속 후보의 애환

D-31. 이제 6.1지방선거가 꼭 한 달 남았습니다. 대선 때문에 늦어졌던 후보 공천도 이번 주 안에는 모두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펼쳐지게 됩니다. 새 정부 첫 내각 후보들의 의혹이 튀어나와도, 5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하고 5월 10일 윤석열 당선인이 새 대통령으로 취임하여도 지방선거 시계는 쉬지 않고 흘러갈 겁니다.

공식선거운동은 5월 19일부터 31일까지입니다. 이 기간 중에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대담·토론회도 열립니다. 대선 때는 윤석열 당선인이 기피하는 바람에 TV 토론이 많이 열리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언론 보도로 주요후보들에 대해서는 알 기회가 많았지만, 다른 후보들에 대해서는 알 수 있는 기회가 적었습니다.

지방선거는 선거구도 다양하고 후보도 다를 뿐만 아니라 투표 대상도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후보들에 대해 제대로 알기가 쉽지 않은데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하는 대담·토론회가 후보를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대체적으로 앞서가는 후보들이 대담·토론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에는 대담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되면 좋겠습니다.

선거운동은 5월 19일부터 시작되지만 후보 등록기간은 새 대통령 취임 이틀 뒤인 5월 12일부터 이틀 동안입니다. 예전에는 선거운동 개시일에 등록을 했고, 등록을 하자마자 공식선거운동을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후보 등록을 공식선거운동 개시 일주일 전에 합니다. 이 때문에 무소속 출마자들이 선거벽보 제작에 겪던 어려움이 줄었습니다.

선거벽보는 후보들이 개별적으로 제작해서 제출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들이 제출한 선거벽보가 규정에 맞는지 검토한 뒤 주민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붙입니다. 정당공천을 받은 후보들은 선거 기호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미리 제작했다가 제출합니다. 등록이 끝난 뒤에 기호가 결정되는 무소속은 그럴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후보 등록을 공식선거운동 개시 일주일 전부터 이틀 동안 하고, 선거벽보는 개시일 전날까지만 제출하면 됩니다. 무소속 출마자들도 선거기호가 결정된 뒤 선거벽보 제출까지 시간적 여유가 생긴 겁니다. 선거 개시 다음날, 그러니까 이번에는 5월 20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선거공보 제작에도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다.

선거운동에서 무소속 후보는 아무래도 불리합니다. 정당 후보들은 통상적인 정당 활동이라는 명분으로 선거운동기간 개시 이전에도 선거운동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무소속은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한’ 선거법 때문에 선거운동기간이 아닌 때에 활동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오죽 하면 무소속들이 모여 정당을 만들기까지 했겠습니까.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총선 때 무소속정당을 표방한 ‘무당파국민연합’과 ‘무정파전국연합’ 두 정당이 창당되었습니다. 선거 두 달 전 창당한 무당파국민연합은 지역구 56명, 전국구 6명을 공천했지만 당선자가 단 한명도 없고 득표율도 낮아 해산됐습니다. 무정파국민연합은 15대 총선에 참여하지 못했고, 다음 해 정당등록이 취소되었습니다.

무당파국민연합은 파벌이나 보스정치 제도를 타파하며 중앙당과 당수가 없는 정당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병채 김중권 이치호 등 민자당 공천을 받지 못한 TK 기반의 민정계 국회의원들이 만든 거품정당이었습니다. 무소속이 현역 의원이나 정당 후보보다 선거운동에서 불리하므로 무소속 정당을 만든 겁니다.

이들이 처음에 ‘민주무소속연합’이라는 명칭을 쓰려 했으나 중앙선관위가 거부했습니다. “정당 이름에 ‘무소속’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면 무소속 출마후보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국민들에게 혼란을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예비후보제도 등 무소속후보와 정당후보의 차별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6.1지방선거에서 무소속은 얼마나 당선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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