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지선 전망대 D-33] 반성 부족 민주당, 자제 미흡 국민의힘

윤석열(왼쪽)과 이재명(오른쪽)

‘동네일꾼’을 뽑는다는 지방선거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약했던 자치와 분권 또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관점은 점점 흐려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6.1지방선거를 정국주도권 장악을 위한 계기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다 난데없이 검찰개혁 관련법안 국민투표 주장까지 끼어들었습니다.

대선 패배로 곧 야당이 될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선거를 반전의 기회로 삼고 싶어 합니다. 지난 선거 같은 압승은 어렵겠지만 지방선거 승리로 국민의힘의 기세를 꺾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과 새롭게 태어나려는 노력이 부족해 보입니다. ‘졌잘싸’라고 자위하거나 ‘부동산 탓’으로 돌려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더불어민주당은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에서의 열린우리당 ‘폭망’의 교훈을 기억해야 합니다. 47석의 소수여당이던 열리우리당은 탄핵반대촛불의 열기에 힘입어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152석을 차지했습니다.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과반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되었고, 선거를 통한 첫 여대야소였습니다.

그러나 불과 2년 만인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은 지방선거 사상 최악의 패배를 기록했습니다. 16개 광역단체 중 정동영 당의장의 고향인 전북 1곳밖에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230개 기초단체 가운데 19곳을 차지했는데 서울과 6대 광역시에서 전패했고, 수도권에서는 경기도 구리시 단 1곳에서만 이겼습니다.
광역의원 선거 결과도 처참했습니다. 106석의 서울시의회와 119석의 경기도의회에서 지역구는 단 한 명도 당선자가 없었고, 겨우 비례 당선자만 2명씩 배출했을 뿐입니다. 불과 2년 전 총선에서 크게 이겨 ‘백년정당’을 장담하던 열린우리당이 2년 만에 역대급 패배를 당한 것을 더불어민주당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시민이 만들어준 152석의 의석을 갖고도 더불어민주당은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문제가 많은 네 가지 법을 반드시 개혁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국가보안법 폐지, 사립학교법 개정, 과거사 진상 규명법 제정, 언론관계법 제정 등 ‘4대 개혁 입법’을 추진했지만 한나라당에 막혀 아무 것도 못했습니다.

실망한 시민들은 재·보궐선거에서 열린우리당에게 경고를 보냈지만 이미 개혁동력을 상실한 열린우리당은 ‘싸우지도 않고 무너지는 무력한 정당’이 되었습니다. 열린우리당은 “시민들이 ‘개혁피로증’을 느낀다”고 둘러댔지만 개혁이 부족했습니다. 시민이 피로증을 느꼈던 건 말만 앞세우고 실천은 지지부진한 개혁이었습니다.

많은 논란과 비판이 있음에도 모르쇠하고 윤석열 당선인은 지방순회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가는 곳마다 국민의힘 후보를 대동하고, 몰려드는 지지자들과 언론을 상대로 지역현안을 챙기겠다는 약속을 공개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방권력을 탈환함으로써 그 기세를 몰아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려는 의도가 드러납니다.

‘윤심 공천’ 논란도 정치 입문이 얼마 되지 않아 당내에 지지기반이 넓지 않은 윤석열 당선인의 입지를 넓히려는 의도가 보입니다. 인천 경기 충남북 등에서는 윤 당선인의 뜻이 관철됐지만 대구시장과 강원지사 경선에서 보듯 아직 당을 장악하지는 못했습니다. 무리한 선거개입이나 당 장악 시도를 자제하지 않으면 역풍이 불지도 모릅니다.

중앙정치 대결의 장으로 바뀌어가는 6.1지방선거를 살려낼 수 있는 건 이제 시민밖에 없습니다. 민주주의의 처음과 끝을 완성하고 책임지는 주체는 시민입니다. 불량정치와 불량정치인이 문제라면 그런 불량정치를 방관한, 그런 불량정치인을 뽑은 시민도 책임이 있는 겁니다. 6.1지방선거가 시민이 1류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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