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지선 전망대 D-63] ‘부동산정책 실패 책임자 공천배제’ 박지현 제안 수용될까?
6.1 지방선거를 향한 각 정당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대선 승리 효과’를 최대화하려 하지만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와 맞물려 있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선거의 승리로 대선패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정국주도권을 장악하려 하지만 비대위가 아직 힘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의당은 4월 13일부터 17일까지 투표를 통해 지방선거 후보를 선출할 방침입니다. 대선에서 정치교체라는 민심이 드러났으므로 다원적 민주정치 실현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존재감이 약한 정의당이 거대 양당을 움직일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당장 기초의원 중대선거구 확대문제도 농성 방침 외에는 정하지 못했습니다.
어제 국회에서 지방선거의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선거구 획정 등을 주제로 회의가 열렸지만 정의당은 참석도 하지 못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원내수석부대표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양당 간사 등 4인만 만난 겁니다. 양당이 합의를 못해 오늘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 정의당은 여전히 배제될 것으로 보입니다.
4월 5일 국회 본회의가 열리므로 늦어도 내일까지는 선거구 획정과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해 합의를 해야 합니다. 결정이 늦어지면 다당제 실현 차원에서 거론되었던 기초의원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가 변칙적인 모습으로 도입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금도 수도권 등 대도시에만 도입하는 방안이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부분의 기초의원 선거구가 2인 선거구로 되어 있는 것은 거대양당이 ‘동반당선을 통한 나눠먹기’에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정치혁신 정치교체를 거론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유리한 방안에 거대양당이 ‘짬짜미’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방선거 승리에 필사적인 두 당이 어정쩡한 모습으로 타협할 수도 있는 겁니다.
2014년 제6회 동시지방선거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가장 큰 화두는 기초선거의 정당공천제 문제였습니다. 2012년 대통령선거 때 안철수 후보가 정당공천제 폐지를 정치개혁의 하나로 주장했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폐지를 공약했습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도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폐지를 약속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대선 후 주춤했던 정당공천제 폐지문제는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떠올랐습니다. 도저히 연대하지 못할 것 같던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합당했습니다. 정당공천제 폐지가 매개였습니다. 야권통합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자 새누리당이 공약을 파기했습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 지방선거 압승 전망이 나왔고 새정치민주연합도 뒤로 물러서고 말았습니다.
제도 개혁이 정당들이 논의해야 할 국회의 숙제라면 공천 개혁은 각 정당들이 내부적으로 풀어야 할 쇄신과제입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공개 제안한 후보공천 5대원칙은 좋은 쇄신 전략으로 보입니다. 박 위원장의 제안에서 눈길을 끄는 건 ‘부동산정책 실패 책임자와 부동산 물의를 빚은 후보들의 공천 금지’입니다.
민주당의 3.9 대선의 패배요인 가운데 하나가 강한 정권심판론이었습니다. 정권심판론이 거셌던 건 부동산정책의 실패 탓이 컸습니다. 부동산정책이 결과적으로 실패했고 시민을 분노하게 만든 데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시민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박지현 위원장이 제시한 ‘심판받은 정책 책임자의 공천금지’ 원칙이 유야무야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선거 때는 약속했다가 선거가 끝나면 슬그머니 깨버리는 악순환은 이젠 없어져야 합니다. 정치교체 정치혁신 약속을 지키는 첫걸음은 지방선거 제도개선과 공천쇄신입니다. 국회는 선거구 획정과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 도입 문제를 신속하게 전향적으로 마무리지어야 합니다. 정당의 공천기준도 시민 눈높이에 맞게 만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