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지선 전망대 D-64] 1995년 서울시장선거 민주당 조순 당선
1995년 제1회 동시지방선거에서 기초의회와 광역의회 의원선거는 두 번째, 기초단체장과 광역단체장 선거는 처음이었습니다.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 민자당 5곳 민주당 4곳 자민련 4곳으로 팽팽한 접전을 벌였습니다.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는 민주당이 우세했습니다. 광역의회 의원선거에서도 민주당이 민자당을 앞질렀습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자당은 부산 경남·북과 인천 경기도, 민주당은 광주 전남·북과 서울, 자민련은 대전 충남·북과 강원도에서 각각 이겼습니다. 민자당 국회의원 출신인 문희갑 대구시장은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한나라당에 입당했습니다. 임명직 제주지사 출신인 신구범 지사는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여야 여러 정당을 오갔습니다.
기초 자치단체 선거에서는 민자당이 230곳 가운데 69곳에서만 이겼습니다. 민주당은 84곳에서 이겼습니다. 자민련은 24곳에서 이겼습니다. 광역단체장 선거와 마찬가지로 민주당은 서울과 광주 전남·북을 휩쓸었습니다. 자민련은 대전과 충남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충북과 강원도에서는 민자당에 밀렸습니다.
민자당은 부산에서만 압도적 우세(16곳 가운데 14곳)를 보였을 뿐 다른 지역에서는 부진한 성적을 보였습니다. 대구·경북과 경남에서는 무소속에게 뒤졌는데 무소속 당선자들은 모두 공천에서 탈락한 친민자당 후보들이었습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이긴 경기도에서는 민자당이 31곳 가운데 겨우 13곳에서만 이겼습니다.
광역의회 의원선거에서도 민자당은 크게 졌습니다. 전체 970명(비례 95명 포함) 가운데 민자당은 비례 49명을 포함해 333명밖에 당선시키지 못했습니다. 민주당은 비례 38명을 포함해 391명, 자민련은 비례 8명 포함 94명을 당선시켰습니다. 무소속 당선자는 152명이었는데 기초단체장과 마찬가지로 주로 대구 경남·북에서 많았습니다.
광역의회 15곳 가운데 민자당이 7곳에서 제1당을 차지했으나 과반은 부산 경남·북 3곳뿐이었습니다. 민자당 의원이 충북은 40명 중 14명, 강원도는 58명 중 31명, 제주는 20명 중 9명이었습니다. 대구는 제1당이라고 하지만 41명 중 10명으로 무소속(22명)보다도 적었습니다. 민주당은 6곳, 자민련은 2곳에서 제1당을 차지했습니다.
이처럼 중앙정치의 지역분할구도가 강하게 드러났지만 지역감정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였습니다. 자민련의 근거지가 아닌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최각규 자민련후보가 당선되었습니다. 부산시장과 전북도지사 선거에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강현욱 민자당 후보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1992년 제14대 대통령선거 때 부산에서 김영삼 민자당 후보는 73.3% 김대중 민주당 후보는 12.5%를 득표했습니다. 그런데 문정수 민자당 후보 득표율은 51.2%로 절반을 조금 넘었고. 노무현 후보는 37.6%를 득표했습니다. 강현욱 후보도 32.8%나 득표했고, 이걸 바탕으로 다음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 2002년에는 전북지사로 당선되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주민과 정당, 언론의 관심은 지방의원보다는 처음 뽑는 단체장, 특히 광역단체장에게 쏠렸습니다. 각 정당들도 광역단체장 선거,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 집중했습니다. 국무총리를 지낸 정원식 민자당후보, 서울대총장을 지낸 조순 민주당후보, 그리고 ‘깨끗한 정치인’의 이미지를 갖고 있던 박찬종 무소속후보가 치열하게 3파전을 벌였습니다.
워낙 선거가 팽팽한데다 언론보도마저 서울시장 선거에 집중하다보니 서울에 직장이 있는 경기도민들이 조순과 박찬종 가운데 누구를 찍어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심지어는 다른 지역의 여론조사에서도 서울시장 후보들의 이름이 거론됐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선거결과 조순 후보가 박찬종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