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일동 명창의 산행·카메라·촬영, 그리고 페북

벗 부르는 동고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산에 간다. 찬찬히 걸으면서 원하는 풍경이나 피사체를 만나면 주저 없이 사진을 찍는다.

처음에 카메라를 익힐 때는 한군데 오래 머물면서 무진 애를쓰며 집중적으로 찍었다. 요즘은 그냥 오고 가다 찍고 싶은 것을 만나면 순간 집중하여 그냥 찍고 가던 길을 간다.

특히 새는 민첩해서 애써 집중한다고 될 일이 아님을 알았다. 하도 오두방정을 떨고 분주하니 그냥 가다가 보이면 숨을 고루고 박는 게 상책이란 걸 알아챘다. 운 좋으면 카메라에 잘 잡히고 아니면 그만이다.

바위 틈새 볕쬐는 너도바람꽃

산길을 한번 걸으면 이만오천 보에서 삼만 보 정도 된다. 평길이 아닌 산길에서 그 정도면 무지 힘든 걸음이다. 한번 산행에 사진을 천장 넘게 담아오는 것 같다.

나는 컴퓨터를 다룰 줄 몰라 모든 사진을 아이폰으로 다운로드해서 바로 아이클라우드와 외장 하드로 전송하여 보관한다. 보정은 컴퓨터를 못 다루니 아이폰에서 대충 보정한다.

산행은 거의 혼자 간다. 혼자 가야 집중이 되고 자유 자재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산길을 걷는 이유는 운동과 사색이고 다양한 정물 대상들을 만나며 그 즉시 교감하고 생생한 사진을 담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운전을 못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니고 산행은 돈이 그다지 안 들어서 좋다. 설악산을 자주 가는 것은 돌산이 좋아서고, 동서울터미널이 가까워 아침 일찍 나서기도 편해서 그렇다. 산행 중 먹거리는 김밥 한 줄과 사과, 계란, 물이 전부다. 더 이상 많이 챙겨가면 짐이다.

봄바람에 흐늘거리는 현호색 한쌍

카메라는 소니 알파 7r3, 주로 쓰는 렌즈는 70-200mm와 100-400mm이다. 나에게 카메라는 재산 1호다. 처음 카메라를 장만하게 된 계기는 제1회 사야 국악상 수상자로 선정되여 받은 상금 일부를 각시 몰래 꼬불쳐서 눈 딱 감고 사버렸다.

그때는 큰돈이라서 간이 벌렁벌렁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잘 저지른 일이었다. 처음에 산 카메라 바디가 하도 많이 사용해서 고장이 났었는데, 내게 소리를 배우시는 항공대학교 조춘식 교수님께서 통 크게 똑같은 기종으로 한대 사주셔서 지금까지 고맙게 잘 쓰고 있다.

다행히 렌즈는 그렇게 험하게 써도 고장 안 나고 멀쩡하다. 사진을 찍게 된 계기는 순전히 페이스북 소통 때문이다.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이 별 재미없으니 사람들에게 글을 읽히게 하려고 사진을 잘 찍어서 올려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산행과 사진 찍는 일은 나에게 있어서 큰 위안이 된다. 산은 오를 때마다 힘들어 괜히 왔다고 후회하기도 하지만, 반가운 풍경과 새와 꽃과 돌 나무들을 보면 금세 마음이 환해지니, 매주 쉬는 날은 기어코 다녀온다.

장막을 드리운 수양벚꽃 사이로 옛절이 비친다. <사진 배일동>

처음엔 각시도 함께 잘 가더니마는 새벽부터 나서는 일에 이제는 지쳤는지 혼자 잘 다녀오라고만 한다. 요즘 산은 일년 중 으뜸이다. 산중의 풍광이 시시각각 달라진다. 이 꽃 피고 지면 저 꽃이 피고, 겨우 내내 텃새만 보이더니 철새도 하나둘씩 눈에 띄어 맘을 설레게 한다.

그날 벌어 그날 먹고사는 소리쟁이지만 더도 덜도 말고 지금처럼 벌어먹고 살면서 죽을 때까지 소리하면서 가끔 틈나는대로 이렇게 산길을 걸을 수 있으면 딱 좋겠다. 이번 주에는 2박 3일간 외국에서 온 제자 둘과 함께 옛 산공부터로 간다. 벌써부터 맴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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