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일동의 렌즈 판소리] ‘곡성'(曲成), 쉼 없이 흐르는 물처럼

우물가 돌확들이 원방으로 어울려 있다. <사진 배일동>

만물은 곡선운동을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곡선운동은 어떻게 할까. 아인슈타인은 중력 파동은 시공간에서 이러고저러고 휘면서 곡률운동을 한다고 했다. 우린 흔히 곡선운동을 한 선이 휘어지면서 운동하는 단선의 곡률운동을 연상한다.

시공간에서 이리저리 휜다고 했다. 공간은 상하좌우전후(上下左右前後)의 각점이 서로 대칭을 이루며 육합(六合)을 이룰 때 3차원의 공간이 생겨난다. 단선이 아닌 사방팔방으로 서로 엮어진 선과 면이 조화를 이루어 공간을 갖춘 한 덩어리의 전체가 출렁거리는 것이 곡률운동이라는 것이다.

얼음이 채 녹지 않은 계곡가에 홀로 핀 너도바람꽃 <사진 배일동>

음악은 곡률운동을 한다. 음악의 곡률운동은 육합을 이룬 공명통이라는 시공간에서 울려 나오기 때문이다. 음률은 음이 생겨나는 시점의 시간율이고, 공명통에서 울리는 운율은 공간율이다. 음운(音韻)이 조화를 이루며 곡률운동을 하는 것을 보고 선율(旋律)이라고 한 것이다. 선(旋)은 돌면서 굴곡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선풍기의 ‘선’을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선풍기의 날개는 서로 상하좌우의 날개가 맞물려 회전하면서 시공간에다 바람을 일으킨다. 바람은 ‘소리’고 ‘음악’이다. 그래서 옛 노래를 모아서 엮어놓은 시경(詩經)은 “각 지방의 노래(風)를 채집해놓은 경”이라고 했다. 시경은 각 나라의 풍을 소개하는 노래 가사집이다. 그 노래(風)의 흐름을 풍류(風流)라 했고, 그 풍류가 천지 사방으로 널리 흐른 것을 유행(流行)이라고 했다.

볕이 잘드는 고운 자리에 핀 노루귀 가족 <사진 배일동>

모든 악기의 소리는 공명통이라는 시공간에서 울려 나온다. 사람 노래도 입으로 바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공명통을 먼저 울리고 나간다. 그 공명통에서 소리가 이러고저러고 휘면서 곡률운동을 하는 것이다. 소리 가사에 담긴 정경을 더욱 곡진(曲盡) 하게 하기 위해서 음을 새김질하면서 다루치고 농현(弄絃)을 한다.

사람 몸에 공명통을 알아챈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공명통을 이루는 골근(骨筋)을 자유자재로 운동하게 하는데 세월이 매우 오래 걸린다. 이것은 타고난 것하고는 무관하게 노력해서 공력을 들여야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일이다.

인간의 모든 일은 호흡이라는 재료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 호흡운동이 원활하게 되기 위해서는 골근운동이 매우 중요하다. 호흡운동의 골근작용은 주로 구강과 흉강에서 이루어진다. 구강과 흉강을 이루는 기둥은 바로 척주(脊柱)다. 척주는 S자로 휘어지며 곡률을 이루고 있다. 또 호흡운동의 주된 근육인 횡격막도 척주와 갈비뼈와 사방으로 연결되어 곡률운동을 통해 출렁거리면서 공간을 만들어내고 바람을 일으킨다.

곡성(曲成).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쉼 없이 흐르는 물처럼 운동해야 이룰 수 있는 경지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이러한 우주의 곡률운동을 알아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그 가운데 음악이 있었다. 지금처럼 음악의 효용가치가 단순한 정신적 위로에만 기반을 두었던 것이 아니다.

남도의 산세가 보드랍다. <사진 배일동>

동양에서도 음악을 울려(律呂)라 했다. 율려는 육률 음려의 12율려를 말한다. 즉 지구가 양옆으로 해와 달을 양팔에 끼고 자전거 페달 밟듯이 자전 공전하면서 돌아가며 시공간에서 변화하는 파동을 산출해놓은 것이 바로 율려다. 그래서 곡성이라고 한 것이다. 노자도 말했다. “완전한 것은 구부러진다(曲則全)”고 말이다. 일부러 휘거나 구부러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자연의 본바탕이 곡률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곡성 새기고 또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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