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6] ‘안철수-윤석열 단일화’ vs ‘이재명-김동연 단일화’
윤석열-안철수 후보단일화가 선거를 6일 앞두고 극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안 후보가 윤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사퇴했습니다. 제20대 대선의 결과를 결정지을 최대변수로 꼽히던 윤-안 단일화가 성사된 건 협상 결렬 뒤에도 계속된 윤 후보의 단일화 요구를 뿌리치던 안 후보의 마음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2일 저녁 때까지만 해도 후보단일화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였습니다. 이준석 대표와 이태규 의원의 폭로전에 이어, 윤석열 후보가 직접 협상과정과 내용까지 다 ‘까서’ 양측의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도 후보단일화가 성사된 건 그 동안의 협상에서 거부했던 것들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라 짐작됩니다.
오늘 아침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한 윤석열-안철수 두 후보는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시작으로서의 정권교체, 즉 ‘더 좋은 정권교체’“를 내세웠습니다. 손을 잡은 명분이 정권교체인데,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 사이에 비공식적인 ‘더 좋은 사퇴의 명분’, 즉 이면합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당사자들 외에는 모를 일입니다.
두 후보는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 반드시 성공한 정권을 만들”기 위해 인수위 구성 공동협의와 공동정부 구성을 약속했습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도 밝혔습니다.
‘통합정부론’과 ‘정치개혁’을 내세워 안철수 후보를 끌어안으려 애쓰던 더불어민주당은 망연자실한 상태입니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가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하면서 얻는 효과보다 윤-안 단일화의 효과가 더 클 것이기 때문입니다. 단일화라 부르기도 어색할 정도로 김동연 후보 지지율이 낮았기 때문에 이 재명 후보가 얻는 실리는 거의 없었습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들을 보면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접전을 벌이는 양상입니다. 윤 후보는 단일화로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나 단일화 효과를 알 수는 없습니다. 오늘 마지막으로 발표되는 여론조사는 단일화 선언 이전에 조사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부터 조사하는 여론조사 결과는 선거법에 따라 공개할 수 없습니다. 공표를 금지할 뿐이지 여론조사를 못하게 하는 건 아니라 각 당이나 언론, 여론조사기관들은 여론조사를 계속하지만 시민들은 알 수 없습니다.
윤석열 후보가 흔들릴 때 안철수 후보 지지율이 최고 15% 정도, 평균 12% 안팎이었습니다. 안 후보의 최근 지지율은 그 절반 수준입니다. TV토론이 시작되고 단일화가 결렬되면서 안 후보 지지 가운데 일부가 윤 후보나 이재명 후보 지지로 옮겨간 것으로 보입니다. 윤 후보도 싫고, 이 후보도 싫다는 시민들이 줄곧 안 후보를 선택했던 겁니다.
이제 안철수 후보가 사퇴했으므로 그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새로운 선택을 고민할 겁니다. 선택지는 셋입니다. 안 후보를 따라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거나, 안 후보에 실망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거나, 아예 투표를 포기하거나 셋 중에 하나입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알 수는 없지만 아마 선택 비율이 세 가지 모두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