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6] ‘안철수-윤석열 단일화’ vs ‘이재명-김동연 단일화’

3일 아침 공동기자회견 뒤 포옹하는 윤석열-안철수

윤석열-안철수 후보단일화가 선거를 6일 앞두고 극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안 후보가 윤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사퇴했습니다. 제20대 대선의 결과를 결정지을 최대변수로 꼽히던 윤-안 단일화가 성사된 건 협상 결렬 뒤에도 계속된 윤 후보의 단일화 요구를 뿌리치던 안 후보의 마음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2일 저녁 때까지만 해도 후보단일화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였습니다. 이준석 대표와 이태규 의원의 폭로전에 이어, 윤석열 후보가 직접 협상과정과 내용까지 다 ‘까서’ 양측의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도 후보단일화가 성사된 건 그 동안의 협상에서 거부했던 것들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라 짐작됩니다.

오늘 아침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한 윤석열-안철수 두 후보는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시작으로서의 정권교체, 즉 ‘더 좋은 정권교체’“를 내세웠습니다. 손을 잡은 명분이 정권교체인데,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 사이에 비공식적인 ‘더 좋은 사퇴의 명분’, 즉 이면합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당사자들 외에는 모를 일입니다.

두 후보는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 반드시 성공한 정권을 만들”기 위해 인수위 구성 공동협의와 공동정부 구성을 약속했습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도 밝혔습니다. 

합동 선거운동에 나선 이재명-김동연

‘통합정부론’과 ‘정치개혁’을 내세워 안철수 후보를 끌어안으려 애쓰던 더불어민주당은 망연자실한 상태입니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가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하면서 얻는 효과보다 윤-안 단일화의 효과가 더 클 것이기 때문입니다. 단일화라 부르기도 어색할 정도로 김동연 후보 지지율이 낮았기 때문에 이 재명 후보가 얻는 실리는 거의 없었습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들을 보면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접전을 벌이는 양상입니다. 윤 후보는 단일화로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나 단일화 효과를 알 수는 없습니다. 오늘 마지막으로 발표되는 여론조사는 단일화 선언 이전에 조사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부터 조사하는 여론조사 결과는 선거법에 따라 공개할 수 없습니다. 공표를 금지할 뿐이지 여론조사를 못하게 하는 건 아니라 각 당이나 언론, 여론조사기관들은 여론조사를 계속하지만 시민들은 알 수 없습니다.

윤석열 후보가 흔들릴 때 안철수 후보 지지율이 최고 15% 정도, 평균 12% 안팎이었습니다. 안 후보의 최근 지지율은 그 절반 수준입니다. TV토론이 시작되고 단일화가 결렬되면서 안 후보 지지 가운데 일부가 윤 후보나 이재명 후보 지지로 옮겨간 것으로 보입니다. 윤 후보도 싫고, 이 후보도 싫다는 시민들이 줄곧 안 후보를 선택했던 겁니다.

이제 안철수 후보가 사퇴했으므로 그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새로운 선택을 고민할 겁니다. 선택지는 셋입니다. 안 후보를 따라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거나, 안 후보에 실망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거나, 아예 투표를 포기하거나 셋 중에 하나입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알 수는 없지만 아마 선택 비율이 세 가지 모두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