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옥 주식농부 특강 ‘주주민주주의, 어떻게 만들 것인가?’

박영옥 주식농부 <이미지 매일경제>


주식투자자 1000만 시대, 국민연금을 포함하면 전 국민이 직간접적으로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지금은 기업의 시대, 가계와 국가보다는 기업이 크게 성장하고 발전하는 시대, 기업의 성과를 공유하지 않고는 경제적으로 자유롭게 살 수 없는 시대다. 주식투자는 가계와 기업이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는 아주 넓고 큰 길이다. 기업의 주인이 되어 성과를 함께 공유하는 게 주식투자다. 주식투자를 통해 가계와 기업이 함께 성장·상생하는 문화가 성숙해질 시점에 와있다. 이 글의 필자 박영옥 주식농부는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보호받고 주주의 권리를 회복하는 주주자본주의와 주주민주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전 국민의 참여와 응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역설한다. <아시아엔>은 박영옥 주식농부의 ‘국민을 풍요롭게 하는 주주민주주의,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소개한다. <편집자>

필자는 발제를 다음 5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기업거버넌스 관행 개선 둘째, 대주주도 배당을 통해 성과 공유 셋째, 상장사 시가평가제도 개선 넷째, 금융범죄 처벌 강화 다섯?째, 투자경제교육 의무화 등이다.

나는 왜 이번 발제를 하게 됐나 소개한다.

먼저, 개인 수명이 길어져 지금은 100세 시대다. 또 우리는 경제대국 10위에 올랐다. 인구 5천만에 3만달러를 달성한 나라로는 세계 7위다. 세계인들이 한국을 배우려 하고 부러워한다.

하지만, 우리 대다수는 노후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우리는 기업의 시대에 살아간다. 기업만이 집단지성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해간다. 기업 성과를 공유하지 않고는 경제적으로 자유롭게 살 수 없는 세상이다.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세계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기업이 많이 있고, 그 기업의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증권시장이 잘 발달 되어있다.

아쉽게도 우리의 자본시장은 플레이어 중심으로, 기업은 지배주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가계와 기업, 국가가 고르게 7~8% 성장을 하면서 누구나 노력만 하면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엔 우리의 자본시장이 외국인에게 개방되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외국인지분율이 적게는 30%, 많게는 70%까지 높아졌다.

기업들도 지배주주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으며 우리 자본시장이 때로는 상장을 통해 한몫 챙기는 자본조달 창구로, 때로는 손익거래와 자본거래를 통해 사익을 편취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심지어 상속증여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다.

그 결과 자본시장과 기업은 불신을 받게 되었고, 주식투자는 단기적으로 사고팔아야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들이 모여, 아주 역동적인 투전판으로 변질되어 왔다. 한국의 자본시장은 국민에게 소외받으면서 만년 저평가를 받아왔다. 기업의 순자산가치가 1조원인데 4천억~5천억원에 거래되고, 순자산 5천억원 기업이 2천억~3천억원에 거래되는 기업이 수두룩하다.

‘물 반 고기 반’이 아니라 고기만 잔뜩 있는데도 이를 취하려 들지 않는다. 한국의 자본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현실이다. 주주환원율이 세계 꼴찌다. 시장은 냉정하다. 일반주주의 환원율대로 평가를 받는다. 그것이 일반주주들이 만들어내는 시장가격이다. 합법적으로 주주환원과 투자자 보호가 되지 않는다.우리는 교육열이 높은데 자본시장의 태도와 이해 측면에서는 금융문맹율이 매우 높다. 주식을 도박수준으로 이해하고 있다. 주식을 하면 패가망신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한편 세계는 한국을 배우려고 노력한다. K로 표시되는 한류문화는 많은 부문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K주식과 K기업거버넌스에서는 크게 낙제점을 받고 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누가 고쳐주지 않는다. 우리가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한다.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고 코리아 프리미엄 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코리아 프리미엄 시장이 되면 대한민국은 국민도 부자, 가계도 부자, 기업도 부자, 국가도 부자가 되어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가 될 것이다.

나는 자본시장이 우리 국민 모두에게 희망이 되는 세상을 꿈꾼다. 이를 위해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 5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기업 거버넌스 관행을 개선하자.

주식회사는 납입자본에 대해 유한책임을 진다. 그래서 기업인은 마음껏 도전하고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기업은 사회적 책임과 경제적 책임까지도 요구된다. 주주, 직원, 고객, 공동체가 있기에 기업이 존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거버넌스 관행을 개선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주식회사는 주주, 이사회, 감사위원회의 삼두마차로 굴러가는 이익집단이다. 그 중 핵심은 바로 회사의 주인인 주주다.

주주는 투자한 지분에 따라 비례적으로 이익을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사회와 감사위원회가 본래의 목적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지배주주에게 예속되어 그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일반주주들이 피해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법 382조 3항(“이사는 법령과 정관에 의하여 회사에 충실하여야 한다.”)의 ‘회사를 위하여’를 ‘회사와 주주를 위하여’로 바뀌어야 한다. 법과 제도는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기에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시 일반주주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선되는 것이 상식이다.

둘째, 대주주도 배당을 통해서 성과를 공유하자.

대주주도 배당을 통해서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투자환경과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소수 주주도 기업의 성과를 공정하게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주주환원율이 가장 낮다.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아세안국가보다도 못하다. 그 원인은 우리의 지배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자산 5조원 이상, 총수가 있는 60개 기업군의 대주주지분율이 3.5%다. 이렇듯 작은 지분을 가진 총수의 지분이 순환출자를 통해 58%의 지분율로 확대되어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그러니 배당을 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배당보다는 내부유보를 통해서 얻는 이익이 훨씬 크다.

배당세가 이중과세의 성격이 있는 것도 문제다. 이것을 보완한 것이 배당소득 분리 과세다. 하지만 대주주는 대부분 종합소득세로 환산하여 최고세율 42.3%의 세금을 부담한다. 박근혜정부 시절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한시적으로 15.4%에서 9.9%로 낮추었다. 그 결과 배당성향이 17%에서 24%까 상승했다.

배당소득 분리 과세 확대는 소액투자자들에게 복지정책과도 같다. 대주주는 상대적으로 혜택이 별로 없다. 더불어 65세 이상의 장기투자자에겐 배당소득세를 감면해 주는 것도 최고의 복지정책이자 경제정책이 될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배당소득 분리 과세 확대는 소액투자자를 보호하는 정책이다.

셋째, 상장사 시가평가 제도를 개선하자.

우리의 상속세율은 너무 높다. 30억이 넘으면 50%나 된다. 대주주의 경우는 할증하여 65%까지 간다. 누구나 돈을 벌어 자식에게 물려주려 한다. 인지상정이다. 지나치게 높으면 탈세를 하거나 자금이 해외로 빠진다. 자금이 빠지면 사람도 기업도 나간다. 우리의 일자리와 삶의 터전이 무너진다.

OECD 평균 수준인 30%로 낮추자. 조기 증여를 통해 경제 파이를 키워 세수를 늘리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자. 특히 현재 상장사의 시가 평가제도는 개선해야 마땅하다. 시가가 아닌 순자산가치로 평가하여 상속증여 할 수 있도록 하자. 이것이 공정과 정의, 상식에 맞다. 지배주주들이 상속을 위한 경영을 하는 동안 선의의 투자자들은 골병 든다. 한국 자본시장이 만년 저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넷째, 금융범죄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는 자본에 근거한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살아간다. 자본주의는 신용, 신뢰, 믿음을 기반으로 한다. 이것이 무너지면 우리의 삶은 어려워진다. 자본시장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는 기업을 믿고 투자해주고 기업은 이러한 자금을 바탕으로 이뤄낸 성과를 자본시장을 통해 공유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렇듯 신용과 신뢰를 바탕으로 ‘주식회사의 약속’이 지켜져야 우리의 삶도 활력 있고 건강해진다.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자본시장은 제 기능과 역할을 하지 못한다.

시장질서를 훼손하는 금융범죄에 대해서는 단호한 처벌을 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사익편취를 하는 지배주주에 대해서는 더 엄격하게 다루어야 한다. 재산권은 박탈하지 않더라도 의결권을 제한하는 법안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 그래야 회사 돈을 탐내다가 회사 자체를 잃을 수도 있겠다는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다.

다섯째, 금융경제(투자경제) 교육을 초중고교 의무교육에 포함시키자.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지금의 초등학생이 성인이 되어서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갈 것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자본주의 꽃인 주식시장과 금융경제, 그리고 투자를 가르치는 것은 필수불가결하다. 민주주의 사회에 살아갈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듯, 자본주의 사회에 살아갈 아이들에게 자본주의를 가르쳐야 한다.

투자경제 교육은 의무교육에 꼭 포함시켜야 한다. 19년 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었던 앨런 그리스펀은 ‘금융문맹은 질병’이라고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만큼 금융이해도가 필수라는 뜻이다. 우리 국민들의 금융 역량을 높이고 투자문맹, 금융문맹을 없애야 한다. 그러면 우리나라가 글로벌 일등국가로 거듭나는 것도 머지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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