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대학 어디로⑤] ‘가슴교육’···자기성찰·자연과의 공생 그리고

저 아이들처럼, 저 가정처럼 자연과 더불어 사는 교육을 우리 대학이 곰곰히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코로나가 주는 메시지가 무언지 성찰할 때다. 지금 어느곳보다 대학에서 먼저.

[아시아엔=강준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기획처장 역임] 전인적 인간이 되기 위한 두 번째 교육은 덕육(德育), 즉‘가슴교육’이다. 따뜻한 ‘가슴’은 인공지능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 로봇과 구별되는 지극히 인간적인 처소이다. ‘가슴 교육’은 현재 중고교에서 ‘인성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 근거는 교육부가 제정한 인성교육진흥법이다. 인성교육진흥법 제2조에 의하면, “인성교육이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다.

일부에서는 인성이 과연 교육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과 인성에 대한 교육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정되었다는 사실은 법이 필요할 정도로 우리 학생들의 ‘가슴’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맥락에서 대학도 ‘가슴 교육’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대학은 대학 수준에 맞는 ‘가슴교육’이 필요하다. ‘가슴 교육’은 자기성찰능력, 타인과 더불어 사는 능력, 자연과 공생하는 능력이 핵심을 이룬다.

21세기 들어 인류가 직면한 양극화, 기후위기, 전염병,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위기, 인구고령화 등 수많은 과제는 결국 ‘인간과 인간의 공생’,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공생’의 문제로 수렴된다. 2008년 미국에서 터진 금융위기를 통해 인류는 극단적 자유주의로 양극화가 심해지면 어느 순간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다른 사회구성원의 삶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깨달음이었다. 이를 계기로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활동에 본격적으로 눈을 떴다. 한편, 2020년 초에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은 인류가 인간중심의 무한성장을 추구하며 생태계를 파괴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지구의 허파역할을 하는 숲들이 벌목을 당하면서 서식지를 잃은 동물들이 인간에게 접근해 자신들의 바이러스를 퍼트리고 있고,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서식지를 잃은 박쥐에서 옮겨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것은 인간이 자연과 공생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이와 같이 우리 앞에 놓인 많은 문제들은 개인주의, 능력주의, 성장주의 중심의 사고방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인류 전체의 깊은 성찰을 필요로 하고 있다. 자기성찰은 겸손의 출발이자 타인을 공감하고 배려하며 그들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능력의 기반이 된다. 또한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고 과학기술을 올바르게 활용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토대이기도 하다. 이런 까닭에 자신과 주위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성찰능력은 대학이 미래의 주역이 될 학생들에게 길러줘야 할 ‘가슴 교육’의 핵심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사회적 역량이다. 즉 공감과 배려, 공동체 의식, 팀워크 등 타인과의 관계가 사회적 역량에 해당한다.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마음을 헤아릴 줄 알며, 다른 사람과 함께 문제를 극복하는 역량은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미래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필수적인 자질이다. 사회적 역량은 1가구 1자녀 위주의 핵가족 사회에서 성장하며 치열한 입시경쟁을 뚫고 입학한 우리 학생들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연과 공생하는 능력이다. 과학기술문명의 기하급수적 발전속도는 이미 인류가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화석연료 사용, 무분별한 산림 벌목, 비닐 및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지구온난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모두가 지구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미래사회에는 어떤 일을 하든 자연과 공존하기 위한 자세와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타인뿐 아니라 자연과의 공생능력을 배양하는 일도 대학의 ‘가슴’교육이 담당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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