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71] 윤석열 후보가 배워야 할 정치적 상식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씨가 12월 26일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시민들은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궁금합니다. 물론 매스컴에서는 날마다 두 후보 관련 기사가 차고 넘칩니다. 오늘은 어디를 방문했고, 누구를 만났고, 어떤 말을 했는지 기사가 쏟아집니다. 심상정 후보와 안철수 후보, 그리고 다른 대선출마 선언자들은 불공평한 보도의 양에 불만이 많을 겁니다.

시민들은 여전히 두 후보에게 궁금한 게 많습니다. 지지율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어디에서 무얼 했는지가 궁금한 게 아닙니다. 도대체 후보들은 어떤 사람인지, 대통령이 되면 국정을 제대로 끌어나갈 수 있을지가 궁금한 겁니다. 동정이나 가십이 아니라 정책과 비전을 알고 싶은 겁니다. 나아가 품격과 자질도 알고 싶어합니다. 후보들의 비전과 정책, 품격과 자질 등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토론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여러 차례 윤석열 후보에게 정책토론을 제안했습니다. 윤 후보는 이 후보가 정직하지 못하니까 하지 않겠다고 거부해 왔습니다. 그러나 많은 시민들은 알고 있을 겁니다. 윤 후보가 아직 시대정신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국정 전반에 대한 식견도 부족하고, 갈등 조정능력도 부족해서 토론을 꺼리는 게 아닌가 생각할 겁니다.

그러면서도 많은 시민들이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윤 후보는 정치 입문 이래 공정과 상식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이야기해 왔습니다. 실제로 윤 후보가 공정하거나 상식적이라서 지지하기보다는 문재인 정부에 실망해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민심이 반문재인의 선두에 서 있는 윤 후보에게 쏠리는 것입니다.
며칠 전 윤석열 후보 부인이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이른바 ‘본부장 리스크’의 하나인 부인의 허위경력 논란으로 민심이 돌아서는 양상이 나타나자 뒤늦게나마 수습에 나선 겁니다. 국민의힘에서는 후보 부인이 직접 원고를 썼다고 강조하면서 사과의 진정성을 강조했습니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한 장애물이 제거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의 발언에서 국민의힘의 속내가 드러납니다. 당선에 장애물이 될 것 같으니까 기자회견으로 정면돌파를 꾀한 겁니다.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았거나 이재명 후보에게 역전당하지 않았다면 기자회견을 안 했을지도 모릅니다. 허위경력 논란이 윤석열 후보의 도덕성에 타격을 주고, 마침내 공정과 상식이라는 기치를 흔드는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윤석열 후보 부인의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은 이상합니다. 부인은 자신의 허위경력 논란에 대해 해명을 했어야 합니다. 긴장하거나 서툴러서 말실수를 할까봐 기자 질문을 피한 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선대위의 해명자료 발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해명자료를 본인의 입으로 읽으면, 기자 질문에 답하지 않더라도 진정성이 더 드러나지 않았을까요?

사과는 윤석열 후보 부인의 몫이 아닙니다. 사과는 윤석열 후보가 해야 합니다. 부인은 의혹에 대해 해명을 하고, 윤 후보는 사과를 해야 합니다. 자신의 부인이기 때문에 허위경력 논란이 일어난 것 아닙니까? 대통령 후보가 아니어도 가족의 일이라면 책임을 함께 지는 게 상식입니다. 남의 일처럼 “적절해 보인다”고 논평하고 끝내는 건 이상합니다.

농민 사망에 대해 대국민사과하는 노무현 대통령

공교롭게도 윤석열 후보 부인이 대국민사과를 한 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했던 날입니다. 2005년 11월 15일 여의도에서 전국농민대회가 열렸습니다.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수백 명의 농민이 다쳤습니다. 그 가운데 전용철 씨가 11월 24일에, 홍덕표 씨가 12월 18일에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전용철 홍덕표 농민이 시위참가 중 경찰에 맞아 숨진 데 대해 대국민사과를 했습니다. 노 대통령은 퇴임을 앞둔 2008년 1월 24일에도 과거에 국가공권력이 저질렀던 불법행위에 대해 공식 사과를 했습니다. 사과는 이렇게 해야 하는 겁니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책임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후보가 배워야 할 정치적 상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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