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73] 네거티브로 과연 국민 맘 얻을 수 있을까?
3.9 대선을 비호감 대선이라고 말합니다. 불안한 선거라고도 합니다. 비호감이라는 건 정치세력 간의 공방이 정책이나 비전을 놓고 벌어지지 않고 유력한 두 후보의 약점이나 비리 터뜨리기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네거티브로 서로 치고받는 볼썽사나운 모습만 보입니다. 언론은 주로 이런 싸움을 부각시키고 이걸 바라보는 시민은 불편합니다.
불안한 선거라는 건 서로 상대 후보가 구속될 거라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내 지지 후보가 정말 구속되거나 낙마하는 건 아닌지, 대통령이 됐는데 지금 떠도는 말들이 사실로 드러나면 그땐 어떻게 되는 건지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은 주장의 진위를 가리기보다 일방적 주장을 받아쓰기에 바쁘고 이걸 바라보는 시민은 더 불안해집니다.
더 큰 문제는 대선국면에서 시대정신이 드러나지 않는 것입니다. 코로나시대입니다. 영국의 싱크탱크 NESTA는 코로나19를 독감처럼 껴안고 가야 할 일상의 질병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스라엘 미래학자 유발 하라리는 “폭풍은 지나갈 것이고, 인류는 살아남을 것이지만, 우리는 다른 세상에 살 것”이라고 했습니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물결도 피해갈 수 없습니다. 기후위기 극복도 발등에 떨어진 불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물꼬는 텄지만, 미국과 북한의 관계개선이 지지부진하면서 열매를 따지못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완성을 위한 노력도 절실합니다. 더욱 악화된 양극화를 완화시키고 복지를 확대하며,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제도 시급합니다.
정치세력들이 진흙탕 비방전을 벌이고 있고, 언론이 그걸 자극적으로 중계를 하니, 시민들이 좋은 대통령을 뽑아야 할 주권자라는 사실을 자꾸 잊어버립니다. 후보와 그 가족, 측근 등 주변의 문제와 비리를 욕하는 혼탁한 정치공방을 구경만 하는 구경꾼이 되어 버립니다. 아니면 누가 더 나쁜 놈인가 비교하고 평가하는 해설가가 되어 버립니다.
시민의 역할은 구경이나 해설이 아니라 대통령 선택입니다. 시민은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을 것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국정을 바르게 이끌 ‘좋은 대통령’을 뽑는 건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어떤 후보를 뽑아야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요? ‘공인이 될 자격’을 갖추고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이 있는 후보여야 합니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주요한 공직을 맡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져야 할 ‘공인으로서의 자격’은 도덕성과 청렴성, 그리고 납세와 병역 등 시민의 기초적 의무 이행에 흠이 없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또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일정한 기여를 한 사람, 평화통일과 민생개혁을 위해서 노력했던 사람이어야 합니다.
이렇게 공인의 자격을 갖춘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자질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꼽을 수 있을 겁니다. 첫째, 국정수행 및 통합조정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둘째, 민주성과 개혁성을 갖고 있는가. 셋째, 일관성과 책임감을 지녀 신뢰할만한가. 넷째,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인가.
대통령은 다양한 국민의 요구와 이해관계를 수렴해서 국정운영에 반영시켜야 합니다. 각종 갈등과 대립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역할도 중요합니다. 따라서 지역갈등을 조장하거나 남녀 차별적 언행을 하는 후보, 냉전적 사고를 바탕으로 남북문제를 바라보는 후보, 민생안정과 복지확대에 부정적인 후보는 대통령으로서의 자질 미달로 봐야 합니다.
국정 전반의 식견, 필요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앉히고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인재를 뽑는 용인술, 맡은 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 시민을 설득할 수 있는 용기 등도 대통령에 필요한 자질로 볼 수 있습니다. 후보들은 장외 난타전을 중단하고 시민들 앞에서 정책토론을 벌여 시대정신을 담은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실현불가능한 너무 순진한 생각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