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74] 성탄절 한파 속 ‘윤석열 리스크’
크리스마스 날 아침 한파가 닥쳤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더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노숙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환경미화원이나 택배노동자 등 필수노동자일수록 더 힘들어집니다. 전방의 군인들이나 코로나19 방역에 지칠 대로 지친 의료진들도 힘들어하겠지요. 이 매서운 추위에 떨고 있을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저려옵니다.
윤석열 후보에게도 매서운 추위가 몰아닥쳤습니다. 지지율이 흔들리면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의 철수로 자중지란에 빠진 선대위 정상화는 요원해 보입니다. 부인의 허위경력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장모는 법정에서 잇단 유죄 판정을 받는 등 본부장 리스크는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도 찬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성남도시공사 관계자들의 잇단 죽음으로 대장동 의혹이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후보에게는 따뜻한 바람도 불어오고 있습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었지만 아들 도박문제는 신속한 사과로 가라앉고 있습니다. 경선 이후 뒤로 물러나 있던 이낙연 전 총리가 선대위에 합류했습니다.
윤석열 후보의 취약점이라는 본부장 리스크 가운데 후보 본인의 리스크가 가장 커 보입니다. 윤석열 리스크로는 고발사주 의혹, 판사사찰 의혹, 뇌물수수사건 무마 의혹 등이 꼽힙니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큰 리스크는 정치력 부족입니다. ‘1일 1실언’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올 정도로 정제되지 못한 발언, 소통 능력과 정책 능력의 부족 등이 더 문제입니다.
‘사면초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 건 후보 리더십 부족 탓이라는 평가들이 당 안팎에서 나옵니다. 선대위 내 갈등을 제대로 조정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바람에 문제가 더 커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예컨대 녹색당 출신 페미니스트 정치인 신지예 영입에 대한 청년당원들의 반발에도 윤석열 후보는 수수방관하고 있습니다.
상명하복의 검찰 위계질서가 몸에 배어서인가 윤석열 후보는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선대위에 떠미는 모습을 자주 보입니다. ‘김종인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의 뒤에 숨는다’는 지적과 ‘윤핵관’이라는 말도 그래서 생긴 겁니다. 선거의 중심은 후보입니다. 선대위가 아무리 화려하게 구성되어도 선거는 결국 후보의 일입니다.
후보가 모든 일에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문제는 윤석열 후보가 나서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부인리스크 관리를 둘러싼 이준석 대표와 조수진 최고위원의 충돌에 ‘그게 민주주의’라는 반응을 보인 게 대표적입니다. 윤 후보는 힘들거나 귀찮은 일엔 나몰라라 식으로 물러나는데, 그러면 문제는 더욱 꼬일 수밖에 없습니다.
후보가 흔들리면 선대위가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데 국민의힘 선대위는 후보를 감싸기에 급급한 양상입니다.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신경전을 벌이다 영입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속수무책입니다. 후보 부인 허위경력 의혹에 대해서도 선대위는 해명은커녕 후보가 서운해한다며 당의 미온적 대처만 탓했습니다.
허위경력 의혹은 신속한 해명과 진심 어린 사과로 풀어나가는 게 정답입니다. 선대위는 당을 탓하기에 앞서 윤석열 후보에게 해명과 사과를 제안했어야 할 겁니다. 부인리스크는 실체적 진실을 부인이 가장 잘 알텐데 부인이나 본인이 차일피일 미루고,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으니 해명과 사과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곤 하는 겁니다.
국민의힘 선대위는 국민통합이라는 이름으로 ‘반(反)문재인’ 세력을 모두 끌어들이려 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 김종인-김병준-김한길을 내세웠고, 호남출신의 이용호 의원, 박주선·김동철 전 의원을 끌어들였습니다. 반대편에 서 있던 이들은 끌어들이면서 같은 편을 달래지도 끌어안지도 설득하지도 못하는 것, 이것 또한 윤석열 리스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