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새날이 와요’ 박노해

무슬목 일출 <사진=여수시청>

태양은 둥글고
지구는 둥글어요

계절은 둥글고
인생은 둥글어요

산 것은 죽은 것에서 나오고
죽음은 산 것에서 나오죠

살아있는 모든 것은
동그란 길로 돌아 나와요

편리하고 좋은 것이 있으면
나빠지고 퇴화되는 게 있어요

새로 얻어지는 것이 있으면
잃어버리는 귀한 것이 있어요

급하게 성장하고 진보하면
부실하고 파괴되는 게 있어요

잊지 마요
하늘도 지구도 인생도
동그란 길이라는 것을

쉽게 달관하지 말고 비관하지 마요
지금 잘나간다고 자만하지도 말고
거듭 실패했다고 좌절하지도 마요

좋고 나쁜 것들을 다 품고
태양은 떠오르고 별은 총총히 빛나요

영원의 시간을 담은 하늘빛 눈동자는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지켜보고 있어요

난 지금 저기서 걸어오고
저기 저 앞에 서 있네요

새날이 오고 새 빛이 와요
질 것은 지고 올 것은 와요

뒤를 돌아보면서 동그란 길을 가요
힘겨운 날을 걸어 빛나는 길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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