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93] 대선보도의 잘못된 관행···언론이 여론조사 뛰어든 건 지나쳐
내년 3.9 대선에서 ‘좋은 대통령’을 뽑아야 합니다. 국가최고지도자로서의 자질과 자격을 갖춘 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합니다. 산적해 있는 나라 안팎의 과제를 해결할 적임자를 대통령으로 뽑으려면 후보의 검증과 선출과정이 엄정하고 합리적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선거관리가 아무리 공정하게 이뤄져도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습니다.
대통령은 뽑히는 것이 아니라 뽑는 것입니다. 주권자인 시민이, 다시 말하면 ‘투표권자인 내가 대통령을 뽑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은 좋은 대통령을 뽑기 위해서 ‘주권자인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를 그다지 고민하지 않습니다. 시민들의 관심은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에 쏠려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선거가 석 달이나 남아 있고 또 네거티브 캠페인이 심하다 보니 후보와 정당, 그리고 언론들과는 달리 시민들이 아직은 선거에 관심이 덜합니다. ‘코로나와 함께 살기(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앞두고 확진자가 4천~5천명을 넘나들면서 선거에 관심을 갖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시민이 선거를 언론 보도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관전하는 탓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은 세몰이를 중심으로 한 흥미 위주로 선거 보도를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후보들의 주장을 사실 여부나 중요성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실어주는 잘못된 보도 관행 탓입니다. 공정성을 지키려면 기계적인 사실 전달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언론이 시시비비를 가려주지 않는다면 국민이 좋은 후보를 선택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겁니다.
언론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언론은 늘 공정성 시비에 휘말립니다. 특히 정치보도, 선거보도는 더욱 심합니다. 언론이 특정 후보 편들기를 한다면 공정한 게임이 불가능해지고 선거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언론의 줄서기’니 ‘언론장학생’이니 하며 언론의 공정성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언론의 가장 큰 문제는 선거보도의 논조가 ‘누가 선거에서 이겨 대통령이 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는 점입니다. 각 당의 경선과정에서는 ‘누가 후보가 될 것인가’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이것은 각 후보 진영의 참모들이나 가질 수 있는 태도이지 언론의 올바른 자세는 아닙니다. 언론은 유권자의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공정하게 제공해야 합니다.
특히 최근의 대선 관련 보도는 ‘누가누가 잘하나’ 식으로 인기도 순위에 매달리는 ‘경마중계식 보도’, 후보들의 일상적 움직임까지 경쟁적으로 다루는 ‘유세보도’라는 과거의 잘못된 보도 관행을 고스란히 반복하고 있습니다. 바람직하지 않은 일입니다. 언론은 선거정보의 공정한 전달자이기도 하지만 건전한 선거여론의 조성자 역할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으로 비유됩니다. 선거는 주권자인 시민이 자신의 주권을 행사하는 정치참여의 중앙통로(main-stream)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선거의 주인공은 자신의 대표를 뽑는 유권자가 되어야 합니다. 후보나 정당은 선거운동의 주체일 뿐 선거의 주인공은 아닙니다. 언론은 후보를 선거의 중심에 놓는 그릇된 선거보도의 관행을 끊어야 합니다.
정치는 민심을 먹고 삽니다. 민심 파악수단으로 유용한 다양한 여론조사가 경쟁적으로 이뤄집니다. 선거전략을 짜거나 민심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여론조사 결과에 목을 매는 건 불가피한 일입니다. 그런데 지지 후보나 정당만 조사하면 될 것이 가상대결이나 누가 당선될 것 같으냐는 것까지 조사하고, 언론까지 여론조사에 뛰어든 건 지나친 일입니다.
언론은 선거운동의 주체가 아닙니다. 선거의 주인공도 아닙니다. 시민의 올바른 선택을 돕기 위해서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보도해야 할 제3자입니다. 후보와 정당이 날마다 쏟아내는 정책의 내용과 옳고 그름, 실현가능성과 우선순위 등을 꼼꼼하게 따져 지지율 보도와 네거티브 공방 때문에 사라져버린 정책경쟁을 끌어주기를 기대하는 게 연목구어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