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이렇게 바꾸자···현미밥·채식 반찬·사과·감자”
[아시아엔=김제경 한농제약 대표] 10년 전 일이지만 지금도 유효하다고 판단돼 대구 녹색소비자연대가 서부고등학교에서 실시한 현미 채식을 이용한 두뇌음식 프로젝트 실험 결과를 소개한다. 국내 최초 ‘두뇌음식 프로젝트’ 실험 결과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의 건강지표가 개선되고 두뇌발달에 도움이 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먹는 것이 곧 자신이 된다고 한다. 음식의 변화를 통해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자라나고 산만한 학생들은 집중력이 높아져 공부를 잘하게 할 수 있을까? 해외 사례를 통해 살펴보면, 두뇌음식(Brain Food)과 같이 식습관 개선이 건강 상태의 개선과 집중력을 높이는 일에 직접적 연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러한 사실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나 실험이 행해진 적이 없다.
대구 녹색소비자연대에서는 학생들의 식단 변화가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대구에 소재한 서부고등학교와 공동으로 국내 최초로 ‘두뇌음식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앞선 연구들을 검토해서 학생들의 건강 상태를 개선하고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식단을 마련했다.
실험 결과 학교급식을 바꿨더니 집중력이 높아지고 건강 상태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동물성식품 중심의 학생들의 식단(주 3회 이상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공급하도록 되어 있으며, 대부분 학교급식의 경우 매끼니마다 동물성 식품 위주로 식단이 구성되어 있다)을 식물성 식품만으로 바꾼 결과다.
이번 실험은 대구 녹색소비자연대가 서부고등학교와 함께 식습관의 변화가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 이를 통해 학교급식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실시되었다. 참가자는 서부고등학교 학생 중 자발적 신청자 25명을 모집해서 2011년 5월 12일부터 7월 5일까지 약 2개월간 일체의 동물성식품을 섭취하지 않도록 한 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실험 참여 전과 후로 나눠 몸에 어떠한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조사하였다.
실험기간 동안 학생들은 학교에서는 새롭게 마련된 식단을 통해 급식을 제공받았다. 식단은 현미밥과 채식 반찬이 제공되었으며, 간식으로는 사과와 감자와 같은 자연식품이 주어졌고, 음료수는 물을 섭취하도록 했다. 가정에서도 학부모들의 교육을 통해 학교에서와 동일한 식품을 섭취하도록 했다.
‘두뇌음식 프로젝트’의 실험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체중 감량
실험 참가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약 3kg 정도 체중이 줄었다. 가장 많이 줄어든 학생은 7.4kg 준 것으로 밝혀졌다. 체중 감량을 통해 비만이나 과지방인 학생 중 6명이 표준체형으로 변화된 것이다. 실험에 참가한 25명의 학생 중 비만과 과지방인 학생은 16명이었으며,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체중이 줄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과체중이나 비만인 경우 만성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비만은 각종 질병의 위험요인일 뿐 아니라 개인의 행동양식 및 정신적인 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건강위험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과체중 및 비만은 당뇨병, 허혈성 심장질환, 뇌졸중 등 질병으로 연결될 우려가 높다.
2. 총콜레스테롤 수치 저하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의 경우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평균적으로 16.44mg/dL 정도 낮아졌다. 특히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범위 이상으로 높았던 한 학생의 경우, 실험 전후로 242mg/dL에서 165mg/dL로 현격하게 낮아졌다.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실험 전에 195mg/dL 이상이었던 5명의 학생 중 4명의 학생이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졌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이상지질혈증 분류에 따르면, 총콜레스테롤의 정상 범위는 200mg/dL 미만이며, 중성지방의 정상 범위는 150mg/dL 미만이다. 이상지질혈증의 정도와 심혈관질환의 위험도는 직선적인 관계로서 뚜렷한 문턱(threshold)을 보이지 않는 경향이 있어 더욱 위험하다.
3. 변비 개선
기능성변비진단에 따르면, 현미채식 이전에 변비로 진단되었던 대상자 수가 현미채식 이후 뚜렷하게 감소하였다. 실험 전 20명의 학생이 기능성변비진단을 받았으나, 실험 후 4명으로 줄어들었다. 또한 실험 전에는 과민성장증후군(IBS) 진단을 받은 학생이 5명이었으나 실험 후에는 한 명도 과민성장증후군(IBS) 진단을 받지 않았다.
4.항산화 영양소의 섭취량 증가
항산화식품 섭취 빈도 조사지를 이용한 35항목에 관한 결과값을 분석한 결과,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의 식물성 단백질, 식이섬유, 식물성 철분, 엽산의 섭취량이 뚜렷하게 증가하였고 항산화 영양소로 알려져 있는 비타민A, 비타민E의 섭취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항산화물질은 각종 암의 발생을 억제하고 노화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5. 정신건강지수 상승
식습관의 변화가 육체적인 면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성검사 결과, 실험 전에는 정신건강지수가 보통이었던 것이 실험 후에는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지수의 평균값이 62.2점에서 65.7점으로 3.52점 높아졌다.
반면 대조군은 실험 전과 후에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외향성이나 친화성은 높아지는 반면, 신경증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스트레스 평가에서도 실험에 참여한 학생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실험 이후에 뚜렷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6. 집중력 향상
컴퓨터 신경인지 기능검사 결과 실험 참가 학생들의 청각적 주의력과 전두엽의 고위인지 기능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각 연속수행검사(A-CPT)의 경우, 실험 전과 후의 검사에서 실험 전의 정반응점수는 평균 131.68점이었으나 실험 후에는 134.16점으로 높아졌다.
특히 선추적검사(Trail Making)에서는 실험에 참가한 학생 중 두 명의 학생이 주의가 산만하여 주의 집중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험 후에는 두 학생 모두 정상으로 나와 문제가 해결되었다.
7. 기타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평가에 따르면, 식사를 바꾼 후 학생들의 성격이 온순해지고 청소년기의 고민꺼리인 여드름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업에 직접 들어간 교사를 통해 학생들이 예전보다 수업에 집중하는 등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의 반 분위기가 줗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8. 결론
‘두뇌음식 프로젝트’를 통해 현미밥과 채식을 통한 학교급식 변화가 학생 건강뿐만 아니라 두뇌 발달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으면 단백질 부족으로 학생들의 건강에 이상이 있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우려와 달리, 어떠한 건강상의 문제점도 발견되지 않았다.
가장 손쉬운 밥을 바꿔 학생들의 삶이 바뀔 수 있다면 우리 사회가 당장 나서서 적극적으로 바꿔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