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처음’ 김영관 “세상에 나와 우렁차게 우는 것”

세상에 태어나는 것
세상에 빛을 보는 것
세상에 나와 숨 쉬는 것
세상에 나와 우렁차게 우는 것

말을 배우고
글을 배우고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다른 사람과 만나는 법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법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

공부하는 법
공부하며 내 미래를 설계하는 법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준비하는 법
내 꿈을 위해 준비한 것들을
하나하나 쌓아가며
내 밥벌이를 하는 법

내 가족을 꾸리는 법
내 가족에게 웃음 주는 법
내 가족 힘들게 하는 법
내 가족 슬프게 하는 법

사람 때문에
병 때문에
사고 때문에
아파도 보고

이렇게 처음 해보는 많은 법들이
어느새 자연스럽게 몸에 익어가고
어느덧 모든 일들에
몸도 마음도 모두 굳은 살처럼
딱딱해질 때

모든 것들을 내려두고
처음으로 다시는 깨어나지 못하는
긴잠을 잔다

처음 해보는 일들로 시작해서
처음 해보는 일들로 마무리를 짓는다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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