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20주기②] 부숴진 철골엔 ‘SAVE’ 선명히···”절대 잊어선 안돼”

철제기둥에는 ‘SAVE’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칠해져 있었다. 기자 시선에 들어온 글자는 “절대 잊혀지면 안된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는 것 같다. <사진 김동연>

[아시아엔=김동연 <아시아엔> 미국 통신원] 기자는 9.11 테러 20주기를 앞두고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9.11 메모리얼 앤 뮤지엄’(9/11 Memorial & Museum)을 지난 8월 16일 방문했다.

세계무역센터(World Trade Center) 지하철역에 내리자마자 웅장한 대합실과 오큘러스(Oculus) 쇼핑몰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웅장한 역사 내부와 외부는 모두 흰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화려하기보다는 무언가 엄숙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날개가 펼쳐진 새를 보는 듯한 외관 디자인은 20년 전 그때 그 사건을 잊어버리지 말자는 의미를 담은 것 같다. 동시에 평화를 상징하는 흰 비둘기가 떠오르기도 했다.

웅장한 지하철 역사 내부에 압도되면서 필자는 9.11뮤지엄을 찾아 들어갔다. 출구를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자 뮤지엄에 다다랐다.

인터넷으로 티켓을 미리 예약해 놓아 곧바로 입장할 수 있었지만, 보안검사를 거쳐야 뮤지엄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공항 보안검색대처럼 가방과 모든 소지품을 검색대 벨트에 올려놓고,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 했다.

보안검사를 끝낸 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옆에서, 크고 오래된 철골 2개가 보였다. 건물 2층까지 닿는 높이의 이 철골들은 트라이덴트(tridents)라 불리는데, 이들은 세계무역센터 1번 타워(북쪽 타워)의 동측 벽을 지지해주던 구조물이다. 9.11테러로 붕괴된 세계무역센터 안에서 잔해를 정리하던 뉴욕-뉴저지 항만청 관계자들이 훗날 지어질 이 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기둥 밑에는 ‘SAVE’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칠해져 있었다. 기자 시선에 들어온 글자는 “절대 잊혀지면 안된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는 것 같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커다란 액자에 사진 2장이 들어있다. 2001년 9월 11일 바로 그날 각각 오전과 오후, 같은 장소에서 찍힌 세계무역센터 1번, 2번 빌딩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선 쌍둥이빌딩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9.11 테러 직전의 쌍둥이 빌딩.  뮤지엄에 걸려 있는 사진을 촬영해 트리밍했다. 

맑은 하늘 밑에 브루클린 브릿지와 함께 뉴욕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였던 이 쌍둥이빌딩은 1번 빌딩은 AA11편 항공기에 의해 오전 8시 46분에, 2번 빌딩은 UA175편 항공기가 오전 9시 3분 충돌하면서 오전 10시 30분경 거대한 연기와 잔해만을 남긴 채 모두 사라졌다.

뉴저지 거주 안소영씨는 당시 상황을 어제 일처럼 기억해 냈다.

“출근길 다리를 건널 때는 쌍둥이빌딩(세계무역센터)이 있었는데, 퇴근 때 보니까 빌딩은 없어지고 연기만 자욱하게 깔렸다. 이튿날이 돼도 연기는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그때 우리 집은 맨해튼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퀸즈에 있었는데, 거기까지 연기가 깔렸다.”

9.11 테러 직후 사진. 검은 연기가 퍼지고 있다. 

그날 쌍둥이 빌딩만 무너진 게 아니다. 9.11테러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안내판 지도에 자세히 설명돼 있다.

2개의 항공기가 추가로 납치되었고, 각각 미국 국방부 본청이 있는 펜타곤 청사와 수도 워싱턴 DC의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에 향하고 있었다.

그중 AA77편 항공기는 9시 37분쯤 펜타곤 청사 서쪽 면에 충돌해 큰 화재를 일으켰고, UA93편 항공기는 승객들의 필사적인 저지로 인해 10시 3분경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약 129km 떨어진 섕크스빌(Shanksville) 인근에 추락했다.

9.11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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