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한인희생③프레드릭 한] 마지막 전화 “우리아들, 널 정말 사랑한단다”

프레드릭 한


2001년 9월 11일 테러로 3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 무고한 희생자 중에는 한인 21명도 있었다. 두개 동의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있던 자리에 조성된 추모의 연못 ‘노스풀과 사우스풀에는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 2983명의 이름이 있다. 9.11테러 현장인 로어 맨하탄 그라운드 제로에 세워진 9.11추모박물관에는 한인 희생자 21명의 이름도 새겨져 있다. 한인 희생자들은 노스 풀에 경희 케이시 조, 파멜라 추, 프레드릭 한, 강준구, 앤드류 재훈김, 로렌스 돈 김, 구본석, 린다 이, 리처드 이, 스튜어트 수진 이, 박계형, 크리스티나 성아 육, 대니얼 송씨 등 모두 13명이, 사우스 풀에는 대니얼 이, 이동철, 수 김 핸슨, 이명우, 이현준, 진선 박 웰스, 데이빗 이, 아놀드 임씨 등 8명 등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아시아엔>은 이들의 사연을 독자들께 전한다. 먼저 언론에 알려진 한인 희생자 이름을 인터넷에서 찾아내고, 추모박물관 데이터베이스에서 이름을 검색해 사진과 이야기를 직접 카메라로 찍어서 기사에 첨부했다. 또 인터넷 등에 있는 희생자 가족이나 지인들 인터뷰 등을 찾아 기사에 붙였다. <편집자>

프레드릭 K. 한 (Frederic K. Han, 1956년 3월 8일 ~ 2001년 9월 11일), 향년 45세

뉴욕에서 태어나 자란 한국계 미국인 프레드릭씨는 당시 아내(패트리샤)와 11살 아들과 함께 뉴저지 주 말보로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호탕한 웃음과 큰 미소가 트레이드 마크였던 프레드릭은 캔터 피츠제럴드사 상무로 일하고 있었다. 평소 오전 7시에서 7시 반 사이에 사무실에 도착하면 항상 집에 전화를 걸어 아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곤 했었다. 프레드릭씨는 그날 북쪽 타워 (1번 빌딩) 101층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의 처남 브루스 김(Bruce Kim)은 그날에도 프레드릭씨는 어김없이 오전 7시 30분쯤 11살 아들 에릭(Eric)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전화를 끊기 전 그가 항상 남긴 마지막 말은 이렇다. ‘우리 아들, 널 정말 사랑한단다. 오늘 하루도 잘 보내고, 항상 예의 바르게 지내고, 엄마 잘 챙겨드려라.’ 브루스씨는 그가 사랑하는 사람의 남편이자 아버지였다고 말한다.

2002년 뉴욕타임즈 기사에 따르면, 프레드릭씨는 회사에서 ‘마음 넓은 황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이유에는 재미난 일화가 있다.

어느 날, 프레드릭씨는 직원 크레이그 플린(Craig Flinn)씨를 잠시 불러세웠다. ‘자네 혹시 어디 가는가?’ 하고 프레드릭씨가 물었다. 크레이그 씨는 아내와 함께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러 간다고 답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던 것도 잠시, 크레이그 부부가 레스토랑에 도착해 자리에 앉자 지배인이 직접 근사한 와인 한 병을 크레이그 부부에게 내주었다. ‘이 와인은 황제 폐하가 직접 하사하신 겁니다’고 지배인이 말했다.

프레드릭씨는 만나는 사람마다 친구를 만들곤 했다.

더글라스 박(Douglas Park) 씨도 우연히 결혼식에서 프레드릭씨를 만나자마자 친구가 된 분이다. 더글라스씨는 ‘그분은 정말이지 레스토랑에 들어오는 모든 손님들마다 친구로 만들었을 거에요’라고 말하며, 레스토랑을 열게 된다면 프레드릭씨는 정말 완벽한 지배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정말 마음이 넓고 따뜻한 상사였으며, 사랑스러운 아버지이자, 둘도 없는 친구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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