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서 만나는 크로아티아 천년 문화
[아시아엔=민다혜 기자]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서혜란)은 지난 6월 28일부터 본관 1층 전시실에서 주한크로아티아대사관(대사 다미르 쿠센)과 함께 ‘크로아티아 천년의 발자취, 중세부터 현대까지의 문학 및 문화 유산’ 전시회를 열고 있다. 7월 25일(일)까지.
이번 전시에서는 △슬라브 최초 문자인 글라골 문자로 써진 15세기 고서 영인본 △크로아티아 작가 및 양국 문학작품 번역서 △전통 의상 및 소품 등 크로아티아 문화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다양한 전시품 13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크로아티아 민족의 자부심인 글라골 문자는 9세기에 만들어진 슬라브 최초 문자로, 라틴어 이외의 문자를 사용하는 지역에 가톨릭 문화를 전파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전해진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최근 국립중앙도서관과 MOU를 체결한 크로아티아 국립도서관이 제공한, 글라골 문자로 쓰인 영인본들이 소개됐다. 특히 로마 미사경본(Misal po zakonu rimskoga dvora, 1483)은 크로아티아 최초로 인쇄된 책으로, 라틴어 이외 문자로 출판된 유럽 최초 미사 전례책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중세 유럽의 삶과 정치적 상황을 글라골 문자로 기술한 비노돌 법령(Vinodolski zakonik, 1288)이 실린 도서도 눈길을 끈다.
비노돌 법령은 중세 유럽의 삶과 공중 보건, 정치 상황을 엿볼 수 있는 법령으로, 16세기 사본을 통해 내용이 전해지고 있다.
한편 문학작품 컬렉션에서는 크로아티아 문학적 성과의 정수인 노벨문학상 수상작 <드리나 강의 다리>(이보 안드리치, 2015)와 크로아티아의 안데르센이라 불리는 이봐나 브를리치-마주라니치의 <꼬마 구두장이 홀라피치>(2013) 등의 한국어 번역본이 전시된다.
크로아티아 문학 외에도, 크로아티아어로 번역?출판된 우리나라 소설 <채식주의자>(한강, 2018),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2020)를 통해 크로아티아에서의 K-문학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이와 함께 한국-크로아티아 문화교류의 가교 역할을 한 신기남 도서관정보정책위원장의 소설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신영, 2019)도 전시됐다.
이번 전시에는 코로나로 인한 여행 제한의 갈증을 해소해 줄 영상물과 민속 의상과 공예품도 풍성하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크로아티아에서 실제 사용되는 생활도구, 민속 소품, 주방용품 등은 마치 크로아티아 현지에 여행 온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특히 20세기 크로아티아 전통 마을과 풍속을 담은 세계적인 사진작가 토쇼 다바츠(To?o Daba?)의 흑백사진들은 크로아티아 문화 특유의 독특한 감성으로 관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측은 “크로아티아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무형문화유산을 다수 보유한 문화국가”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코로나로 외부 문화 활동이 위축된 국민들 피로감 해소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지난달 28일 전시 개막에 맞춰 국립중앙도서관은 크로아티아 국립도서관과 포괄적 상호 업무협약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