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낙인·코로나 블루에서 벗어나려면

[아시아엔=박명윤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우리나라에서 5월20일 현재 보고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3만4117명이며, 사망자는 1916명이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된 사람들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코로나 환자’라고 하는 사회의 시선 때문에 불안감과 우울감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 후 몸은 회복됐지만, ‘코로나 환자’란 낙인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방역당국은 퇴원 기준을 충족하면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지만, 사회 일각에서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국인 최초로 UN 자유권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된 인권전문가 서창록 교수(고려대 국제대학원, 60세)는 지난해 3월 UN 체제학회 참여차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 그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된 순간부터 자신의 인생이 완전히 바꾸었다고 말했다. 서창록 교수는 올해 3월에 <나는 감염되었다>(문학동네)를 출간했으며, 책 띠지에 ‘코로나19로 인해 예기치 않게 인생이 바뀐 사람의 기록’이라고 적었다.

서창록 교수가 첫손에 꼽는 코로나19 관련 인권침해는 ‘낙인’이다. 환자의 익명성을 보장한다고 ‘OO시 O번 확진자’로 명명하지만 동선과 직업 등을 보면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어 신상이 털린다. 그는 “나를 포함해 코로나19에 걸렸다가 나은 사람들에 대한 주위의 혐오와 차별은 너무도 크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모두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그 감정을 코로나19 감염자에게 ‘너 때문’이라는 혐오로 쏟아 붇기에 당사자는 완치 후에도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대병원 조사에 따르면, 생활치료센터의 코로나19 경증 환자들도 5명 중 1명꼴로 중등도 이상의 우울 증상을 겪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 환자’라는 편견 때문이었다. 경기도연구원 조사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 낙인이 ‘다소’ 또는 ‘매우 심하게’ 존재한다는 응답이 78%로 나타났다. 이런 편견과 낙인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의 농업계 종사자 3명 중 2명은 COVID-19로 인해 우울감 등 정신적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농민연뱅(AFBF)이 농민, 농업계 종사자, 농촌지역 거주자 등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6%가 코로나19가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불안·초조·신경쇠약 등의 증상을 느낀 경우가 농촌에 거주하는 일반인은 55%인데 비해 농민과 농업계 종사자는 65%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농촌 청년층(18-34세)의 52%가 “코로나 대유행 기간에 자신의 정신건강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고 대답해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응답비율을 보였다. 또한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성인 5명 중 3명(61%)은 “코로나19가 자신뿐 아니라 지역 구성원 전체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쳤다”고 대답했다. AFBF 관계자는 “농촌의 경우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정신건강이 위기일 때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환경인 데다, 우울증 등 정신적 어려움으로 병원 진료를 받는 것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도시보다 강해 이를 개선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2015년 발생한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의 완치자 절반 이상이 퇴원 1년 후에도 트라우마, 우울증을 호소했고, 22%는 자살 위험도가 높아진 걸로 나타났다. 메르스는 2012년 4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자가 발생한 급성 호흡기 감염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5월 첫 감염자가 발생해 186명의 환자 중 38명이 사망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환자와 가족에게 심리지원을 하고 있으나 이용률은 30%를 밑돌고 있으므로 이 지원사업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널리 홍보하고 권장하여야 한다. 2018년 4월 개소한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재난과 사고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트라우마 환자의 심리적 안정과 사회 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우리는 누구나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다는 인식 아래 사회적 낙인을 없애도록 계도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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