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은 인류 존망 풍향계···’도시양봉’·’꿀벌구조대’ 등 대안 모색

사회적 기업 ‘어반비즈서울’이 운영하는 ‘꿀벌구조대’ 팀원이 분봉 청소기로 벌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렇게 구조한 벌은 인근 도시 양봉장으로 보낸다. <사진 어반비즈서울 제공>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뉴질랜드 특산품 마누카 꿀(Manuka Honey)은 영국인 음식연구가 프랜시스 케이스가 저술한 헤라클레스(Heracles)와 같은 기능성의 음식 재료를 소개한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세계 음식 1001>(1001 Foods You Must Taste Before You Die)에 포함되어 있다.

마누카 꿀은 야생 관목인 마누카의 꽃에서 채집되는 꿀이다. 독특한 천연물질을 통해 항생(抗生)과 항균(抗菌) 효능이 있다. 마누카 나무는 작은 잎이 무성하게 달리는 관목으로, 하얀색과 분홍색의 꽃을 피운다. 마누카 관목은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특유의 향기 위에 유칼립투스(eucalyptus, gum tree) 향이 배어 있어 냉훈용으로 인기 있다.

인간은 벌꿀을 선사시대부터 채집해 먹었다. 스페인의 한 동굴에는 인간이 벌꿀을 채집하는 모습을 그린 8천년 된 벽화가 있다. 자연에서 벌집을 열면 꿀이 있다는 것은 곰도 알고 있는 사실인 만큼 인간도 벌 침을 감수하면서 꿀을 채집했다. 그러면서 야생 벌집을 찾아다니는 대신 벌을 키워서 꿀을 얻는 방법을 개발했다. 우리나라는 약 2천년전 고구려 태조 때 중국에서 꿀벌을 가지고 와서 기르기 시작했으며, 백제의 왕자가 일본으로 건너가 양봉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삼국시대의 양봉은 토종벌을 활용한 것이며, 현대의 양봉(서양꿀벌, 洋蜂)은 ‘구걸근’(具傑根)이란 한국이름을 쓴 독일인 카니시우스 퀴겔겐(1884-1964) 신부가 서양 양봉기술과 경험을 가르치기 위해 <양봉요지>(養蜂要誌)라는 책을 우리말로 1918년 등사본 150권을 발행했다. 우리나라 현대 양봉 교재의 시초인 양봉요지의 원본이 독일 뮌스터슈바르자흐수도원(修道院)에서 대한민국 왜관수도원으로 2018년 1월 27일 반환되었다.

아카시아 꽃향기가 짙어지는 5월 중순이 되면 양봉농가의 손길이 분주해 진다. 지리산 청정골 산청군 양봉농가에서는 5월 10일부터 아카시아꿀 뜨기가 시작됐다. 산청산 꿀은 지난 2015년 대전에서 개최된 제44회 세계양봉대회에서 품질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우리나라의 주요 꿀은 아카시아꿀이기 때문에 아카시아 꽃이 피는 철에는 벌들이 전국적으로 이동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와 도시 중심부의 기온이 주변 지역보다 현저하게 높게 나타나는 도시열섬(urban heat island) 현상으로 꽃이 남쪽부터 차례로 피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피어 이동식 양봉이 어려워졌다.

이에 도시 건물 옥상이나 도심 공원 등 고정된 장소에서 하는 ‘도시 양봉’이 관심을 얻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도시 양봉이 시작되었으며, 런던 양봉가협회는 매달 교육과 세미나를 개최하여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시 양봉을 전파하고 있다. 덴마크에서는 도시 양봉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즉, 코펜하겐의 ‘뷰비’라는 사회적 기업은 저소득층과 알코올중독자, 난민 등을 고용해 도시 양봉을 운영했다. 일본에서도 2006년 도쿄 지역의 ‘긴자 꿀벌 프로젝트’라는 단체가 도시 양봉을 시작했다.

‘꽃꿀’을 ‘벌꿀’로 만드는 과정에서 벌의 소화효소가 꽃꿀을 만나면 단백질, 미네랄, 비타민 등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하는 식품이 된다. 꿀은 코, 인두, 후두 감염성 염증 질환에 효능을 보인다. 또한 풍부한 미네랄과 비타민 덕분에 피로 회복, 피부질환에도 효과가 좋다. 술 마신 다음 숙취 해소용으로 꿀물을 마시기도 한다. 꿀은 개봉 후에 직사광선을 피해 상온에서 보관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꿀벌이 세계 100대 농작물의 71%를 매개(가루받이)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좋아하는 과일이 자라는 데 꼭 필요한 4가지는 햇빛과 물, 영양분, 그리고 꽃가루받이(pollination)를 해주는 꿀벌이다. 꿀을 찾아 꽃 안으로 들어간 꿀벌이 꽃가루를 몸에 묻히고 다른 꽃에 있는 꿀을 먹기 위해 이동하면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을 만나 암술대를 통해 밑씨(ovule)를 만나 수분(受粉)이 되면 씨앗이 생기고 열매가 맺힌다.

비타민E, 단백질, 식이섬유, 불포화지방 등을 풍부하게 함유한 건강식품 아몬드(almond)는 4-5월에 연분홍색 꽃이 피며, 꿀벌 의존도가 100%이므로 벌이 사라지면 재배하기가 불가능해진다.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연구에 따르면 꿀벌 같은 꽃가루 매개 곤충들이 사라지면 과일과 채소 값이 급등해서 한 해에 140만명 이상이 사망할 수도 있다. 이에 UN은 2017년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는 꿀벌을 보존하자는 의미에서 매년 5월 20일을 ‘세계 벌의 날’로 지정했다.

‘세계 벌의 날’(World Bee Day)은 꿀벌이 멸종위기에 놓여 있어 향후 수십 년 이내에 멸종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국제연합(UN)에서 지정한 기념일이다. 2017년 UN 발표에 따르면 지구촌 야생벌 2만종 가운데 8천종이 멸종 위기에 처했으며, 세계 여러 지역에서 꿀벌의 30-40%가 사라지고 있다. 2016년 미국에서는 토종 꿀벌 7개종이 멸종 위기 생물로 지정되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2035년에는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한다.

올해 ‘세계 벌의 날’을 맞아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은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 46세)와 함께한 ‘벌 프로젝트’ 영상을 공개했다. 졸리는 촬영장에서 벌을 유인하기 위해 사흘 전부터는 샤워도 하지 않고 온몸에 페로몬(pheromone)을 발랐다고 한다. 촬영에 참가한 아마추어 양봉가(養蜂家)이자 사진작가인 댄 윈터스는 “졸리는 촬영하는 18분간 벌에게 쏘이지 않고 가만히 서있었다”고 했다.

졸리는 “양봉은 환경·농업·식량 문제를 개선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관심을 호소했으며, 유네스코(UNESCO)와 프랑스 화장품 회사 겔랑이 주도하는 여성 양봉가 양성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2025년까지 유네스코 생물권 보호구역 내에 2500개의 벌통을 만들어 벌의 개체 수를 1억2500만 마리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10년 사이 세계적으로 꿀벌 생태계가 빠르게 파괴되는 추세이다. 미국은 최근 10년간 꿀벌 개체 수가 40%가량 감소했으며, 영국도 2010년 이후 45% 정도의 꿀벌이 사라졌다. 꿀을 채집하러 나간 일벌이 돌아오지 않아 유충이 집단으로 폐사하는 벌집군(群) 붕괴 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이 벌어지고 있다.

1950년 설립된 미국 캘리포니아 아몬드협회(Almond Board of California)는 꿀벌 보호활동에 적극적이며, 5대 꿀벌 보호계획(Pollinator Protection Plan)을 발표했다. 협회는 농장 내 식물 다양성 증진을 위한 ‘비 플러스(Bee+) 프로그램’을 수립하고 아몬드 농가가 농장 내부와 주변에 녹지와 서식지를 조성하는데 비용을 충당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했다. 이로 인해 135개의 새로운 아몬드 농가가 참여하여 약 1800만평 규모의 아몬드 농장에 꿀벌 서식지가 조성되어 전년 대비 22%가 확대되었다.

전 세계 벌은 기후변화, 서식지 감소, 농약 및 화학약품 사용으로 인하여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벌의 멸종위기 원인은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로 꽃이 피고 지는 기간이 짧아져 꿀벌이 꿀을 모을 수 있는 기간도 짧아져 생존권이 위협을 받고 있다. 꿀벌들이 꿀 1kg을 생산하기 위해서 거치는 꽃은 약 400만 송이이며, 총 이동거리는 140만km이다. 꿀벌의 행동반경은 직선거리 2km 정도로 꽤 먼 곳까지 날아간다.

또한 도시화로 인하여 자연이 파괴되어 서식지도 많이 감소되었으며, 농약과 화학약품 사용으로 벌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꿀벌 개체 수가 급감한 원인에 살충제로 인한 불면증도 추가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브리스톨대학(University of Bristol) 제임스 호지 교수 연구진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곤충도 수면의 질이 건강과 장기 기억 형성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꿀벌은 사람과 생체주기가 비슷하여 하루에 5-8시간 잠을 잔다. 꽃을 찾기 어려운 밤에는 잠을 자야 하는데, 살충제로 인하여 생체 주기가 손상되면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날 수 있으며, 어두운 밤에 먹이를 제대로 구하지 못한 꿀벌은 생존이 힘들 수밖에 없다. 살충제에 노출된 꿀벌들은 날갯짓을 덜하고 꽃가루 수집량도 평소의 절반에 그쳤으며, 애벌레도 알아보지 못한다는 연구도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연간 2810만원이었던 양봉 농가소득이 2018년에는 207만원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국내 꿀벌 사육가구 수는 1만9903가구에서 2만9026가구로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양봉 농가의 수입이 급격히 줄어든 주된 원인은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꿀벌들이 바뀐 생태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먹이를 생산하지 못해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농약 사용과 도시화로 벌이 꿀을 빨아오는 식물 서식지인 밀원지(蜜源地)가 파괴되고, 꿀벌 유충에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인 낭충봉아부패병(囊蟲蜂兒腐敗病, sacbrood) 확산으로 토종벌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등 꿀벌 생태계 전반이 위협받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는 국가적인 ‘꿀벌 살리기’에 나섰다. 꿀벌이 일으키는 경제적 가치는 우리나라에서만 6조원에 달한다.

양봉산업 지원을 위해 2019년 ‘양봉산업법’을 제정하여 국유림을 중심으로 아까시나무(아카시아) 등 밀원수(蜜源樹)를 연간 150헥타르(ha)씩 심기로 하였다. 북미(北美)가 원산지인 아까시나무(black locust)는 6.25전쟁 이후에 산림녹화를 위해 대량으로 심었으며, 서울 마포구 난지도(蘭芝島)에 공원을 조성할 때도 제일 먼저 심었다. 도시 양봉도 꿀벌 생태계 복원의 복안으로 꼽힌다.

인천 부평 굴포누리 기후변화체험관 옥상에 설치된 도시양봉 시설을 찾아 아카시아 꿀을 채밀하고 있는 모습. <사진 부평구 제공>

‘도시 양봉’이란 도심에 양봉장을 만들어 벌들이 화단이나 공원에서 꿀을 채취하도록 하는 것으로 인근 꽃의 발화율(發花率)이 증가해 다른 곤충과 새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서울 동작구 소재 핸드픽트호텔은 2016년부터 호텔 옥상에 양봉장을 운영하고 있다. 도시 양봉을 하는 사회적 기업인 ‘어반비즈서울’은 성동소방서 등과 협약을 맺고 2019년부터 ‘꿀벌구조대’를 운영하고 있다.

‘꿀벌구조대’는 말 그대로 죽을 수도 있는 꿀벌을 살리는 구조팀이다. 그동안은 소방서에서 벌집 제거 요청을 받으면 주로 물대포나 화염방사기를 사용했지만, 꿀벌구조대 활동가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마대에 벌 무리를 담아내고 훈연기로 여왕벌 흔적까지 말끔히 제거한다. 남은 벌들은 여왕벌의 냄새를 따라 벌통으로 들어오며, 이렇게 구조된 벌들은 양봉장으로 옮긴다.

1921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의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식물이 멸종하고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꿀벌이 많아지면 꽃과 열매도 더 많아지고 곤충과 새들도 찾아올 것이다. 환경지표인 꿀벌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건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증거이므로 인간에게도 살기 좋은 환경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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