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소아 신장암과 신모세포종
[아시아엔=박명윤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신장(콩팥, Kidney)은 크게 신실질(腎實質)과 신우(腎盂) 두 부분으로 나뉜다. 신실질(renal parenchyma)은 혈액 속의 노폐물을 제거하고 오줌(尿)을 만들어내는 곳이며, 신우(renal pelvis)는 오줌의 배출에 관여한다. 즉 신실질에서 만들어진 소변은 신배(腎杯)를 거쳐 신우에 잠시 모였다가 긴 파이프 모양의 요관(尿管)을 통해 방광(膀胱)으로 내려간다.
신장암은 발생하는 위치에 따라 신실질에서 발생하는 종양과 신우에서 발생하는 종양으로 구분한다. 신장에서 발생한 종양의 대부분은 원발성 종양(原發性腫瘍, primary tumor)이며, 85-90% 이상은 악성종양인 신세포암(腎細胞癌)이다. 이에 일반적으로 신장암(腎臟癌)이라고 하면 신세포암을 의미한다.
신장암(Renal Carcinoma)은 한쪽 또는 양쪽 신장에 종괴(腫塊, 혹 덩어리)를 형성하며, 대개 40대 이후에 나타나기 시작하여 60-70대의 노년층에서 최고의 발생빈도를 나타낸다. 신장암은 비뇨기계(泌尿器系)에 일어나는 악성 종양 중에서는 전립선암과 방광암 다음으로 많다.
성인과 달리 소아에는 윌름스종양(Wilms tumor)이라고 하는 신모세포종(腎母細胞腫)이 발생하는데, 주로 9세 이전에 발생한다.
2020년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의하면 2018년 우리나라에서 총 24만3837건의 암이 새로이 발생했는데, 그 중 신장암은 5456건(남자 3806건, 여자 1650건)으로 전체 암 발생의 2.2%로 10위를 차지했다. 남녀의 성비는 2.3대1로 남자에게 더 많이 발생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60대가 26.6%로 가장 많았고, 50대가 24.1%, 70대가 19.4%의 순이었다.
2018년 신장암 발생 건수를 조직학적 형태에 따른 발생 빈도는 △암종(Carcinoma) 91.9%(신세포암 90.4%, 편평이행세포암 0.5%, 기타 명시된 암 0.4%, 상세 불명암 0.6%) △기타 명시된 악성 신생물 0.8% △상세불명의 악성 신생물 7.3%이다.
한편 소아의 윌름스종양(Wilms tumor)은 24건(남자 12건, 여자 12건)으로 전체 암 발생의 0.01%를 차지했다.
신세포암(Renal cell carcinoma)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위험인자로 환경적 요인, 생활습관, 기존의 신장질환, 유전적 요인 등이 있다. 환경적 요인과 생활습관과 관련된 인자는 흡연, 비만, 고혈압, 과다한 동물성 지방섭취 및 고에너지음식 섭취 등이다. 또한 유기용매나 가죽, 석유제품, 카드뮴 등의 중금속에 직업적 노출, 다낭종신 같은 신기형이나 신결석, 장기간의 혈액투석 같은 기존 질병도 위험인자다.
흡연은 신세포암 발생의 가장 유력한 원인 인자이며,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1.4-2.5배의 신장암 발생 위험성이 있으며 흡연량과 흡연기간에 비례하여 위험도가 높아진다. 식이(食餌)와의 관련성은 과다한 동물성지방 섭취, 고(高)에너지음식의 섭취 등이 신세포암 발생과 관련이 있으며, 신체활동이 적은 사람은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사람에 비해 신세포암 발생이 많다는 연구가 있다.
특정 직업종사자와 신세포암 발생에 관하여 많은 연구가 있었으며, 철강관련 노동자, 석유제품 및 석면사용 관련 직업, 섬유업종 관계자, 유기용매 관련 노동자, 납과 카드뮴 등에 노출되는 직업의 종사자 등이 위험군이지만 연관성은 확실하지 않다. 유전적 요인으로 신세포암의 가족력이 있으면 위험도는 4-5배 증가하지만, 전체 신세포암 중 유전성은 4-5%에 불과하다.
신세포암 발생과 관련이 있는 기존 신질환은 만성신부전으로 장기간 혈액투석 중인 환자가 대표적이다. 특히 후천선 신낭종이 발생한 환자의 4-9%는 신세포암이 발생하여 정상인에 비해 30-100배의 위험도가 있다. 또한 신기능 부전으로 신장이식 후 면역억제제 투여 중인 환자에서도 암 발생이 증가한다. 다낭종신(多囊腫腎), 마제철신(horseshoe kidney) 등 신기형(腎畸形)이나 가족성 사구체병증(絲球體病症)의 경우에도 암 발생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신장암은 대부분의 암과 같이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다른 장기로 전이된 후 발견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신세포암의 3대 증상으로 이전에는 옆구리의 통증이 환자의 약 40%, 혈뇨가 60%, 만져지는 복부의 혹 덩어리가 45%에서 발견되었지만 실제로 이 세 가지 증상이 모두 나타나는 경우는 전체의 10-15%에 불과하다. 또한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서 병원을 찾으면 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최근 건강검진에서 초음파 영상검사가 보편화되면서 60-70% 이상은 별다른 증상 없이 건강검진이나 위장관계통의 증상에 대한 검사 등에서 우연히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환자의 10-30%는 진단 당시 폐 전이로 인한 호흡곤란, 뇌 전이로 인한 두통, 골(骨) 전이로 인한 뼈의 통증이나 요통 등의 증상으로 인해 발견되고 있다.
신세포암의 전이 부위는 폐(50-60%), 림프절(30-40%), 간(30-40%), 뼈(30-40%), 부신(20%), 반대편 신장(10%), 뇌(5%) 등 다양하다.
신장암 진행단계별 초기 증상은 신세포암 크기가 작을 때에는 증상이 거의 없고, 어느 정도 커져서 주위 장기를 밀어낼 정도가 되어야 증상이 나타난다. 이에 암 진단이 늦는 경우가 많아 첫 진단 시 환자의 10-30%는 이미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상태이다. 후기 증상으로 측복부(側腹部, 옆구리)에 통증이 느껴지거나 측복부 혹은 상복부에서 종괴가 만져질 수 있으며,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올 수 있다. 전신 증상으로 체중 감소, 발열(發熱), 발한(發汗) 등이 있다.
진단방법에는 이학적 검사, 임상병리검사, 영상학적 진단, 조직학적 진단 등이 있다. 이학적 검사는 배에서 혹이 만져지거나, 갑자기 고혈압이나 남성 고환 상부의 정맥혈관이 확장되는 정계정맥류(精系靜脈瘤, varicocele)가 발생할 수 있다. 임상병리검사에서 혈뇨, 빈혈, 혈구침강속도증가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신세포암 환자의 약 절반은 혈뇨(대부분 현미경적 혈뇨)가 발견된다.
영상학적 진단은 초음파 검사(Echography), 전산화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으로 한다. 복부 초음파촬영은 복부 내의 여러 장기를 함께 관찰할 수 있는 효율적인 검사로 단순낭종(물혹), 복합성 낭종, 고형종물(덩어리)의 감별에 매우 유용한 검사이다. CT는 신종물의 악성 여부 평가를 비롯하여 신혈관 주위, 신장 주변, 신정맥, 하대정맥(下大靜脈), 부신, 간, 국소 림프절 등 주위 장기로의 침범 및 전이 여부를 파악할 수 있어 암의 병기를 결정하고 치료계획을 세우는데 가장 중요한 검사이다.
MRI는 신세포암인지 지방조직이 적은 신혈관근지방종(Angiomyolipoma)인지 구별이 안 되거나, 신세포포암이 하대정맥을 침범하여 종양 혈전이 있으면 그 범위를 평가한데 효과적이다. 신동맥 조영술은 신보존술을 하기 전에 혈관분포를 파악하기 위하여 시행하지만 최근에는 CT를 이용한 혈관 조영술을 이용하며, 주로 수술이 불가능해 신동맥색전술(renal artery embolization)을 시술할 때 시행한다.
폐 전이 유무를 관찰할 때 단순 흉부 촬영을 한다. 골주사(뼈 스캔, bone scan)검사는 골전이(骨轉移)가 의심될 때 전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시행한다. 조직학적 진단은 최근 세침흡인검사(fine needle aspiration biopsy) 대신 보다 굵은 침을 이용한 조직검사를 시행하면 침생검(針生檢)으로 인한 합병증의 위험은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으면서 과거보다 정확한 조직학적 진단이 가능하다.
신세포암의 진행단계는 TNM 병기(病期)분류법에 의하여 분류하며, T는 암의 국소 진행 정도, N은 림프절 전이 여부, M은 원격 전이 여부를 말한다. 제 1기는 신장 내에 국한되어 있는 직경 7cm 이하의 종양, 제2기는 신장 내에 국한되어 있는 직경 7cm 초과 종양을 말한다. 제 3기는 주요 정맥이나 신장 주위 조직을 침범하였으나 신주위근막(제로타 筋膜)은 넘지 않은 경우, 국소 림프절 전이가 있는 경우이다. 제 4기는 동측 부신(副腎)의 직접 침윤 또는 신주위근막을 넘어 주위 장기로의 침범이 있거나 원격 전이가 있는 경우이다. 신장과 부신 주위에 있는 결합조직인 콩팥근막을 제로타근막(Gerota’s fascia)이라 부른다. 루마니아인 Gerota 해부학교수는 방광과 충수돌기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했다.
신세포암의 치료는 암의 병기(病期)와 환자의 나이, 전신 상태, 동반 질환의 유무 등에 따라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신세포암은 방사선치료나 항암화학요법에 잘 반응하지 않으므로 수술로 암을 제거한 것이 최선의 치료이다. 수술은 개복 또는 복강경이나 로봇을 이용한 근치적 신적출술이나 부분 신절제술을 시행한다. 다른 장기에 전이가 있거나 재발성 신세포암은 종양감축 신절제술, 전이병소절제술(Metastasectomy) 등의 수술치료와 함께 표적치료나 면역요법 등을 시행한다.
부분 신절제술은 신장을 모두 적출하는 근치적 신적출술과 달리 암병변을 포함한 신장의 일부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부분은 보존하는 수술방법으로 신원보존술(Nephron Sparing Surgery)이라고도 한다. 크기가 작은 신세포암의 부분 신절제술은 종양학적 치료 결과가 근치적 신적출술과 비슷하다. 수술 전 영상진단에서 림프절 종대(腫大)가 있거나 수술시야에서 커진 림프절이 있는 경우에만 림프절 절제술을 추천한다.
면역세포에서 분비되는 단백활성 물질인 사이토카인(cytokine)을 기본으로 하는 면역치료는 진행성 신세포암의 치료에서 다양하게 적용되었다. 최근에는 기존의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전통적인 면역치료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보다 특이적인 면역치료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작은 신종물(혹)을 가진 환자 중에서 고령이거나 심각한 내과질환을 동반하고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어려운 환자는 주기적인 추적관찰만 하는 경우도 있다.
신세포암의 수술 후 재발은 대개 1-2년 사이에 많이 발생하지만 수술 후 10-15년 이상 지나서 재발한 보고도 있다. 따라서 수술 후 재발이나 진행여부에 대한 추적검사가 필요하다. 추적검사는 대개 수술 후 2년까지는 매 3-4개월마다, 그 이후에는 6개월-1년 간격으로, 5년 이후에는 1-2년마다 시행한다. 추적검사로는 이학적 검사, 혈액검사, 흉부단순촬영 등을 시행하며, 필요시에는 CT, 뼈 스캔, PET 등을 시행한다.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가 2019년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2017년의 신장암의 5년 상대생존율(relative survival rates)은 남녀 전체 83.1%(남자 83.1%, 여자 82.9%)로 나타났다. 병기 분류에 따른 5년 상대생존율은 △국한(localized, 암이 발생한 장기를 벗어나지 않음): 97.2% △국소(regional, 암이 발생한 장기 외 주위 장기, 인접 조직, 또는 림프절을 침범): 78.0% △원격(distant, 암이 발생한 장기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부위에 전이): 13.1% 등이다.
신장암 환자가 한쪽 신장을 제거한 경우에도 반대쪽 신장의 기능이 정상이라면 활동 및 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으므로 식생활과 일상생활에 크게 주의할 사항은 없다. 하지만 지나친 염분 섭취와 급격한 체중 증가는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적당한 일과 충분한 휴식은 환자에게 활력을 주며 암과 투병에서 이기겠다는 의지를 높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