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장례문화와 ‘메멘토 모리’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 박사] ‘Memento Mori(메멘토 모리)’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 또는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를 뜻하는 라틴어 낱말이다.

옛날 로마에서는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소리로 “Memento Mori”를 외치게 했다고 한다. 즉,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으므로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의미에서 생겨난 풍습이라고 한다.

미국의 남서부 지역에 거주해온 아메리카 원주민 인디언 부족인 나바호(Navajo)족의 ‘메멘토 모리’는 “세상에 태어날 때 너는 울었지만 세상은 기뻐했으니, 네가 죽을 때 세상은 울어도 너는 기뻐할 수 있도록 그런 삶을 살라”고 했다. 의미 있는 삶을 살려면 오늘에 충실해야 한다. 일본의 가전제품 회사 발뮤다의 창업자 테라오 겐(寺尾玄)은 그의 저서 <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에서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서 배웠다. 인생은 짦다”고 적었다.

필자는 5월 중순 사위 내외와 함께 안사돈이 영면하고 있는 일산 푸른솔공원 납골당을 찾았다. 우리 집 둘째 딸의 시어머니는 심장병으로 여러 해 대학병원에서 치료 받아 왔으며, 최근 대동맥판막 협착증 치료를 위하여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하여 심장내과에서 대퇴부 동맥을 통해 판막을 삽입하는 시술을 받고 퇴원했다.

퇴원 후 3일이 되던 날에 출혈과 혈전(血栓)으로 급성심근경색이 발생하여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CPR)과 에크모(ECMO) 시술을 했으나 5월 6일 별세했다. 가족들은 시술이 성공적으로 실시되어 앞으로 10년 이상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78세를 일기로 하늘나라로 떠났다. 아내와 안사돈은 나이가 동갑이고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여 가깝게 지냈다.

푸른솔공원 납골당은 3층 건물이다. 1층은 사무실과 방문객을 위한 공간이며 2, 3층에 납골 공간이 있다. 추모관은 9~10단으로 꾸며져 있으며 단(段) 위치에 따라 가격은 개인단, 부부단 그리고 일반실, 고급실에 따라 최하 150만원(부부단 300만원)에서 최고 1200만원(부부단 2400만원)이다.

우리나라 납골당 종류는 크게 실내와 실외로 구분할 수 있다. 실내의 경우 건물 내부에 유리로 된 공간에 고인의 납골함과 유품을 보관하는 형태이며, 실외의 경우는 외부 공간에 견고한 콘크리트나 석재를 사용해 구축된 담 형태의 구조물에 안치하는 형태를 말한다. 실내외 납골당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으며, 가격은 실내가 실외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필자의 부모님은 1960년대와 70년대에 별세했다. 아버님은 1967년 봄 정릉동에 위치한 단독주택에서 별세하시어 집에 빈소를 마련하고 조문객을 맞이했으며, 용미리묘지에 매장했다. 어머님은 1978년 가을 서대문 인근 고려병원에 입원 치료를 하다가 임종이 가까워져 병원 구급차로 종암동 소재 형님댁으로 모시고 와서 운명하셨다. 3일장을 치룬 후 아버님 산소 옆에 어머님을 모셨다.

한편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병원에서 임종을 하셨다. 장인 어른께서는 장모님을 2011년 먼저 보내고 가사도우미의 도움을 받으며 혼자 생활하셨다. 우리 아파트와 길 건너 아파트에 거주하셨기에 아내가 자주 찾아뵙고 도움을 드렸으며, 우리 가족과는 매 주말에 서울과 서울 인근 ‘맛집’에서 식사를 함께 했다. 2017년 1월 향년 9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장례절차를 마친 후 화장하여 마석 모란공원 가족 납골묘에 안치했다.

장례(葬禮)는 상례(喪禮)의 일부분이다. 상례란 죽은 사람의 시신을 다루어 처리하는 일뿐 아니라 죽은 사람의 영혼을 처리하는 과정, 죽은 사람과 관계가 있었던 살아 있는 사람이 시신의 처리과정 전후에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한 규정 등을 하나의 연속된 절차로 정리한 것을 의미한다. 장례는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만을 뜻한다.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은 크게 시신을 땅 위에 두는 풍장(風葬), 땅 속에 묻거나 돌 등으로 덮는 매장(埋葬), 불에 태우는 화장(火葬), 물 속에 버리는 수장(水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시신 처리 방법은 사회 관습에 따라 다르며, 특히 종교에 따라 다르게 규정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매장과 화장을 주로 해왔다.

장례문화란 사회 일반 장례에 대한 가치관과 의식(儀式), 장례 준비와 과정, 진행 방식 등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어느 문화권이든 나름대로 독특한 장례문화를 갖고 있다. 하지만, 전통 장례문화는 현대에 이르러 급격한 산업화와 핵가족화, 농촌 지역 인구 감소 등으로 피할 수 없는 변화를 맞게 됐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장례문화는 조선시대에 정착된 유교식 매장 의식이다. 그 중 몇가지를 살펴본다.

부음
조선시대에는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이 입었던 웃옷을 들고 지붕에 올라가 크게 소리쳐 죽음을 알렸다.

염습
시신을 잘 씻기고 수의(壽衣)로 갈아입힌 후 가지런히 수습한다.

입관
염습한 시신은 3일 또는 5일 동안 살아있는 사람과 같이 대한 후 비로소 관(棺)에 넣었다.

초상
입관 후에 첫 제사(祭祀).

발인
관을 상여에 옮기고 장지로 가기 전에 하는 의식.

노제
죽은 사람과 깊이 관련이 있는 곳에 들러 제사를 지낸다.

달구질
무덤을 파고 관을 넣은 뒤 흙을 다져 봉분(封墳)을 만든다.

소상
죽은 뒤 1년이 지나 처음 돌아오는 기일에 지내는 제사.

탈상
죽은 뒤 1년 또는 3년간 매월 초하루와 보름에 제사를 지냈다. 현재는 3년상은 거의 하지 않고 1년 혹은 49일 후에 탈상한다.

현대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3일장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사망 후 당일로 수시(收屍)를 행하게 되고, 사망한 다음 날 습(襲)이 끝나면 바로 소렴을 하고 입관까지 하므로 염습의 과정이 2일째 한꺼번에 이루어지고, 3일째 발인을 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거행되는 장례식에는 △국장(國葬) △국민장(國民葬) △사회장 △단체장 △가족장 등이 있다.

국장일 경우 소요되는 비용은 전액 국고에서 부담하며, 국민장의 경우 소요되는 비용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그 일부를 국고에서 보조할 수 있다.

국장은 장례 기간 내내 조기(弔旗)를 달고 장례일 당일 관공서는 휴무하지만, 국민장은 당일만 조기를 달고 관공서 휴무는 없다.

장례식 기간은 원칙적으로 정해진 기간은 없지만, 3일장이 보편화된 이유는 고려시대 당시 의료수준으로 잘못된 판단을 막기 위해 3일 동안은 매장할 수 없게 한 것이다. 현대 법률에서는 “사망한 지 24시간이 경과하지 않으면 매장이나 화장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5년 화장률(52.6%)이 매장률을 넘어선 이후 매년 증가하여 2019년 화장률은 88.4%로 증가했지만, 화장시설은 60곳으로 수요에 비해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화장률은 부산이 94.9%로 가장 높았으며, 제주도는 75.4%로 가장 낮았다.

영국에서 자연장(Natural Burials)이라고 부르는 수목장(樹木葬)은 주검을 화장한 뒤 뼛가루를 나무 주변에 뿌리거나 묻는 자연친화적 장례 방식이다. 수목장용 나무를 영생목(永生木)이라고 하며 주로 참나무, 자작나무, 너도밤나무 등이 사용된다. 수목장은 매장이나 납골에 비해 차지하는 땅 면적이 적기 때문에 도입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8년 수목장을 합법화한 뒤 2011년 경기 파주시에 수목장 묘역을 조성했다.

One comment

  1. 토지가 여유있던 시대에는 유교,기독교,이슬람이 매장이 대세였지만, 현대에 들어 납골당, 화장문화가 대세. 종교와 관련없이 시대적 흐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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