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칼럼] 노소영 관장의 ‘미리 가 본 장례식’
아트센터 나비 노소영(51) 관장은 전직 대통령의 딸, SK그룹 안주인, 전직 교수 등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겉보기엔 부족할 것 없어 보인다. 하지만 사람들은 한때 남편인 최태원 회장의 구속, 아들의 소아당뇨 판정 등 녹록지 않은 삶에 대해선 거의 알지 못한다.
아트센터 나비를 10년째 운영하며 2010년 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 총괄 감독, 지난 5월에는 여수엑스포의 SK텔레콤관 총감독을 맡은 노 관장은 수년째 신문에 칼럼을 게재해오고 있다.
지난 10월31일 이집트, 오만, 모로코, 터키, 튀니지, 시리아 등 중동 언론인들과 만난 그는 자신의 ‘예술관’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솔하게 설명해 나갔다. 늦게 도착한 일행이 미안해 할까봐 일일이 배려하며 예정시간보다 15분 이상 시간을 더 할애했다. 특히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 나와 문이 닫힐 때까지 지켜보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노 관장이 9일자 <매일경제> A38면에 ‘미리 가 본 장례식’ 이란 제목으로 쓴 칼럼에서 “정신은 간 곳 없고 빈 쭉정이처럼 형식만 남은 우리의 장례를 21세기형으로 개조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공장서 찍어낸 듯한 장례 대신 고인 생전 모습을 영상에 담아 아름다운 퇴장을 그려냈으면 한다”고 했다.
1998년 별세하며 화장 유언을 남겨 장례문화에 획기적 변화를 일으킨 최종현 SK 전회장이 노 관장의 시아버지다. 우리나라 화장율은 2001년 35%에서 2011년엔 선진국 수준인 71.1%로 치솟았다. 노 관장의 칼럼대로 ‘값비싼 수의는 거절하고 검소한 관을 주문하는’ 일이 그리 먼 것 같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