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무호흡증과 심혈관질환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수면 문제는 젊은이, 늙은이 누구나 겪을 수 있으므로 전 연령대가 잠에 신경을 써야 한다. 성인의 약 30%는 임상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수면 문제를 겪고 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수면 ‘빚’에 허덕이는 삶을 살아야 하므로 하루 7-8시간을 제대로 자야 한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몸에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수면무호흡증(睡眠無呼吸症, sleep apnea)은 글자 그대로 잠자는 동안에 숨쉬기를 멈추는 증상을 의미한다. 즉 수면 중 상기도(上氣道)의 반복적인 폐쇄로 인해 호흡이 멈추거나 호흡이 감소하는 수면 호흡장애이다. 잠을 자다가 갑자기 숨이 막혀 ‘커억’ 거리다가 ‘푸’ 하고 숨을 몰아쉬기도 한다. 폐쇄형 수면무호흡증은 국내 성인의 15%가 호소할 정도로 흔하다.
수면무호흡은 수면 중에 10초 이상 호흡이 멈추는 횟수가 시간당 5번 이상이면 심각한 수면무호흡증이다. 수면무호흡증은 숨을 쉬려는 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강(口腔) 내 기도가 폐쇄되어 발생하는 ‘폐쇄형 수면무호흡’과 숨을 쉬려는 노력자체가 일시적으로 정지를 보이는 ‘중추형 수면무호흡’으로 분류할 수 있다. ‘혼합형 수면무호흡증’은 처음에는 중추형으로 시작되지만 점차 폐쇄형으로 바뀌는 것이 특징이다. ‘저호흡’은 호흡이 완전히 정지하지는 않으나 호흡량이 감소하여 혈액 내 산소의 농도가 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즉, 폐쇄형 수면무호흡증(Obstructive Sleep Apnea, OSA)은 수면 중 상기도가 막혀 호흡이 중지되는 상태이며, 중추형 수면무호흡증(Central Sleep Apnea, CSA)은 호흡을 담당하는 중추신경(中樞神經)계의 문제로 호흡장애가 발생하는 기전이다. 이중 폐쇄형 수면무호흡증(OSA)이 전체의 95%를 차지한다.
미국은 30-60세 연령군에서 무호흡-저호흡이 시간당 5회 이상으로 나타나는 수면호흡장애가 남자는 24%, 여자는 15%에서 관찰되었다. 또한 남자의 4%, 여자의 2%는 주간(晝間) 과도졸음증을 동반한 수면무호흡증인 것으로 보고되었다. 국내에서는 40-69세 연령군에서 남자의 27%, 여자의 16%에서 수면호흡장애가 관찰되었으며, 주간 과도졸음증을 동반한 수면무호흡증의 유병률(有病率)은 남자 4.5%, 여자 3.2%이다.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은 수면다원검사(睡眠多源檢査, Polysomnography)가 보험 적용이 돼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검사가 가능하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2018년 제4차 전체회의에서 기존 비급여 대상이던 수면다원검사를 환자 부담금 20%의 요양급여로 전환하고 양압기에 대한 급여 적용도 확정했다. 이에 수면다원검사의 환자 부담금은 검사실 관리료까지 57만8734원(의원)-71만7643원(상급종합병원)에서 11만5740원-14만3520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수면다원검사는 수면 중 뇌파·안구운동·근긴장도(muscle tone)·심전도·호흡·혈중 산소포화도(oxygen saturation)·코골이·다리 움직임·체위 등 여러 생체신호를 기록해 수면단계와 각성(覺醒)빈도를 확인해 수면의 질을 평가하고 수면 중 신체 전반의 문제를 진단하는 검사다. 검사 결과, 수면무호흡증이라면 양압기(陽壓機)나 구강(口腔)내장치 등을 처방한다.
고혈압·당뇨병 환자의 50-60%가 수면무호흡증을 앓고 있다. 약을 써도 혈압·혈당이 떨어지지 않을 땐 양압기를 쓰면 무호흡증이 해결되면서 대부분 혈압과 혈당도 잘 관리된다. 양압기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업소로부터 기기를 임차하거나 소모품을 구입해야 한다. 기준 급여는 지속형 양압기(CPAP) 7만6천원/월, 자동형 양압기(APAP) 8만9천원/월, 이중형 양압기(BiPAP) 12만6천원 등이다. 소모품인 마스크는 연간 1개 9만5천원이다.
양압기로 수면무호흡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뇌파, 심장, 산소 포화도, 근전도를 다 붙이고 양압기 압력을 적용시켜 무호흡, 저호흡, 호흡노력각성, 코골이, 산소포화도 등이 전부 정상이 되는 압력을 치료적정압력(optimal pressure)이라 하고 이 압력만 의학적 치료 압력으로 인정된다. 적정압력으로 치료하지 않는 경우 적응에 실패하거나, 치료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양압기 치료가 급여화 되면서 무분별한 자동양압기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양압기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검사를 통해 본인에게 맞는 양압기의 적정 압력을 찾고, 잠들기 전 양압기에 적정 압력을 입력하고 마스크를 착용하여야 한다. 마스크와 호스, 머리끈은 얼굴에 맞게 조정해서 양압기 바람이 새지 않게 한다.
양압기 사용 후 보름 정도 지났을 때 가슴이 뻐근한 것은 평소와 달리 높은 압력의 공기를 마시기 때문이다. 이때는 의료진과 상의해 압력을 조절한다. 양압기 사용 시 입이 마르거나 목이 아플 수도 있다. 이는 입으로 호흡하는 습관 때문이므로 구강호흡습관을 줄이면 개선된다. 수면질환은 정확한 진단을 토대로 개개인에 맞는 치료 계획을 세워야 좋은 치료결과를 얻을 수 있다.
수면호흡장애는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뇌졸중 등과도 연관이 있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정상인에 비해 심혈관질환(心血管疾患) 발생 위험성이 2-3배 높다. 폐쇄형 수면무호흡증(OSA)은 여러 연구를 통해 현재 고혈압과 당뇨병의 독립적인 위험인자라는데 학계의 전반적인 합의가 형성되고 있다.
폐쇄형 수면무호흡증은 산소와 영양 공급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뇌와 심장에 영향을 미친다. 뇌는 우리 몸이 숨을 쉬지 않으면 비상체계를 발동하고 긴장상태를 유지하므로 뇌는 늘 깨어 있는 셈이 된다. 심장도 산소공급 중단 시 박동이 느려지는 서맥(徐脈)이, 호흡이 회복되면 보상현상으로 인한 빈맥(頻脈)이 발생한다.
폐쇄형 수면무호흡증을 앓는 사람들은 관상동맥 혈관 내 몸에 해로운 플라크(plaque)가 더 많아 혈관이 좁아질 위험이 크고 더 광범위한 혈관이 연관될 위험이 크다. 특히 무호흡으로 인한 급격한 심박동수 증가는 수면 중 돌연사(突然死)의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심근경색이 있는 경우 반드시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해야 한다.
심부전(心不全)이란 심장의 기능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수면호흡장애는 심부전 발생의 고위험 요인이다. 특히 고혈압이나 관상동맥질환 등에 의한 심부전은 수면무호흡증이 생기면 발생 위험률이 현저하게 증가한다. 심부전 환자의 40%에서 중추형 수면무호흡증이 나타난다. 반복되는 혈중 산소 농도의 감소와 각성은 심박동과 혈압을 증가시키고 이는 심부전을 악화, 심부전은 다시 수면무호흡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하게 된다.
수면무호흡증의 치료는 비수술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가 있다. ‘비수술적 치료’에는 위험인자의 제거, 약물치료, 기구요법(양압술, 구강내 장치) 등이 있다. 위험인자의 제거를 위하여 체중 감소를 위한 규칙적인 운동, 수면 시 옆으로 누워서 머리를 높이고 자는 것 등이 있다. 취침 전 음주나 안정제의 복용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금해야 한다. 약물 치료에는 항우울제가 쓰이고 있으나 효과는 불분명하다.
기구요법으로 지속성 비강기도 양압술은 무호흡 상태를 감지하여 무호흡이 생기면 밖에서 공기를 불어넣어 무호흡을 막는 방법이다. 치료 효과는 높으나 잠자는 동안 항상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또한 기계소음으로 수면에 방해를 받거나 밖에서 주입되는 공기로 인해 복부 팽만이나 코막힘 등의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구강(口腔)내 장치는 잘 때 구강에 착용하여 아래턱을 앞으로 당겨주어 좁아진 인두기도(咽頭氣道)를 넓혀주는 장치, 후방으로 처진 혀를 당겨 주는 장치 등이 있지만 수면을 방해하는 단점이 있다. 그 외에도 수면 중 자세변화를 유도하는 조끼, 베개 등 다양한 기구들이 개발되어 있다. 이러한 기구들이 수면무호흡증 치료에 어느 정도 도움을 주나, 수면을 방해하는 단점이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의 후에 적절한 기구를 선택하여 보조적으로 이용하여야 한다.
보존적 치료 방법으로 효과 없고 명확히 좁아진 부위가 있는 경우에 수술적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폐쇄형 수면무호흡증의 경우, 폐쇄를 일으키는 좁은 부분을 넓혀서 기도 폐쇄를 방지하는 것이다. 흔히 폐쇄를 일으키는 부위는 비강(鼻腔), 인두부(咽頭部), 설근부(혀뿌리, tongue root)로 이 부위를 넓히기 위한 여러 가지 수술적 치료 방법이 있다. 그러나 수술은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 부위가 분명할 때 시행해야 한다.
인두부는 코골이와 폐쇄형 수면무호흡증의 가장 주된 원인 부위이다. 1950년대 이후부터 인두부위의 늘어진 조직을 제거하고 봉합하는 구개수구인두 성형술부터 레이저, 전기소작, 고주파를 이용한 수술 방법 등 다양한 수술과 기구가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코 수술(Nasal surgery)은 비강 내 통로를 열어 주고, 휘어진 비중격(鼻中隔, nasal septum)을 교정하고, 지속적 양압 호흡을 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한다.
레이저에 의한 구개 성형술(Laser-assisted palatoplasty)은 목젖과 연구개에 대한 새로운 레이저 수술 방법이다. 이 수술은 코를 고는 증상에 효과적일 수 있지만, 수면무호흡증에 대해서 효과가 낮다. 수면무호흡증이 치료되지 않은 상태로 경고 신호인 코골이가 없어지면, 수면무호흡증은 더욱 악화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드르렁 컥컥 푸~’ 잠자는 중에 숨을 쉬지 않는 상태인 수면무호흡증의 예방과 치료를 위하여 △체중감량(체중 10% 감량하면 수면무호흡증 약 50% 감소), △수면 체위 훈련(옆으로 자는 습관), △금주와 금연(술과 담배는 코골이를 심화시킴), △약물 복용 점검(수면제와 안정제는 증상을 악화시킴), △상기도 양압술(수면 중 압력이 높은 공기를 코에서 기도로 불어넣는 치료법) 등을 실천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