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와 수면장애

숙면은 건강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기분이 속상한 상태로 침대에 들어가지 않는다. 기분이 많이 속상할 때에는 잠자리에 들지 않고,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긴장을 푸는 것이 좋다. 잠이 밀려오기 시작하면 잠자리에 든다.

[아시아엔=박명윤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필립스(Philips)가 3월 19일 ‘세계 수면의 날’을 맞아 한국을 포함한 13개국 1만3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수면동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우리의 일상생활을 바꾼 지난 1년간 수면 건강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한국인 61%가 코로나로 인해 수면 방해요인인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또 39%는 밤중에 깨는 현상을, 이어 잠들지 못하는 현상(24%), 수면 상태 유지에 어려움(17%) 등을 겪었다고 답했다.

수면 만족도는 글로벌 평균 55%가 만족한다고 대답했으나, 한국인은 40%만이 수면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한국인의 수면 시간은 글로벌 평균보다 짧았다. 즉, 세계 평균은 평일 수면 시간은 6.9시간, 주말은 7.8시간이었으나, 한국인은 평일 수면 시간은 6.7시간, 주말에는 7.4시간이었다.

한국인의 29%만이 수면 후 개운함을 느낀다고 답해, 글로벌 평균(59%)보다 낮았으며, 이는 13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낮은 수치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하면, 수면장애 진단을 받은 환자는 2015년 45만6,124명, 2016년 49만4,915명, 2017년 51만5,326명, 2018년 56만2,823명, 2019년 63만7,328명으로 4년간 약 40% 정도 증가하였다. 수면장애는 인구의 20% 이상이 경험하는 흔한 질병이다. 그 원인으로는 스트레스 증가, 노령화, 물질 남용, 수면주기 변화 등을 꼽고 있다. 평균적으로 10월에 가장 많은 환자가 수면장애 치료를 위한 진료를 받는다.

대표적인 수면 장애로는 잠들기가 어렵거나 수면 중 자주 깨는 증상인 불면증, 수면 중 기도가 좁아지거나 막혀서 수면을 방해하는 수면무호흡증, 밤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도 낮에 발작적인 수면을 취하게 되는 증상인 기면병(嗜眠病), 수면과 각성을 일으키는 일주기 리듬이 비정상적인 시간에 맞춰지거나 불규칙해지는 수면-각성 주기장애(睡眠覺醒週期障碍), 잠들기 전 다리에 불편한 감각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 수면에 장애를 일으키는 하지불안증후군(下肢不安症候群) 등이 있다.

세계수면학회(World Sleep Society)는 매년 3월 춘분이 있는 주의 금요일을 ‘세계 수면의 날’(World Sleep Day)로 2007년 제정했으며, 올해는 3월 19일이다. 세계 수면의 날에 수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수면 질환 예방 및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는 다양한 글로벌 캠페인을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70여개 회원국에서 수면의 중요성을 알리고, 수면건강을 증진하고 개선하기 위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대한수면학회(회장 정기영 서울의대 신경과 교수)는 2021년 세계 수면의 날을 맞이하여 ‘코로나 백신 효과를 높이는 수면 지침 5계명’을 발표하면서, 건강한 수면이 면역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고 말했다. 5가지 수면 지침은 다음과 같다.

(1)코로나19 백신을 맞은 후에 평소보다 밤에 잠을 푹 잔다. 백신을 맞고 난 후 그날 밤은 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평소보다 더 많이 잘 수 있도록 계획을 한다. 잠을 자는 것은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항상성(恒常性)을 최적화하는 과정이다. 부족한 수면은 면역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고 특히 하루에 5시간 이하로 잠을 자면 백신 효과를 떨어뜨리며 면역기능에 치명적일 수 있다. 백신을 맞은 후에 낮잠을 잔다면 밤에 잠이 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2)백신을 접종하기 일주일 전부터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난다. 평소에 잠을 잘 못 자고 밤과 낮이 바뀐 생활을 하다가 백신을 맞은 날 갑자기 잠을 잘 자려고 하면 잠이 안 올 수 있다. 이에 최소한 일주일 전부터 일정한 시간에 기상하는 것이 좋다. 목표 기상 시간을 정하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적어도 30분 동안 밝은 빛을 받는 것이 좋다. 야외로 나가서 햇볕을 쬐거나 광치료(光治療) 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

(3)평소에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해야만 하는 것’들에 시간을 쓰게 된다. 취침 시간에는 ‘하고 싶은 것’으로 인해 수면이 밀려날 수 있다. 다른 것과 맞바꾼 수면 1시간은 종종 더 긴 시간 동안 일의 효율성 저하나 피로감으로 이어지게 된다.

(4)평소에 좋은 수면의 질을 유지한다. 코로나19로 일, 활동과 수면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깨어 있을 때 하는 행동(일, 컴퓨터, 운동 등)을 침실 밖으로 치우고, 취침 시간과 경계를 정확하게 두는 것이 좋다. 특히 취침 시간 전에 깨어 있는 활동과 취침 시간 사이의 과도기적 시간을 두어 수면을 예열(豫熱)할 수 있는 여유 시간을 가지면 더 좋다.

(5)기분이 속상한 상태로 침대에 들어가지 않는다. 기분이 많이 속상할 때에는 잠자리에 들지 않고,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긴장을 푸는 것이 좋다. 잠이 밀려오기 시작하면 잠자리에 든다.

정기영 대한수면학회장은 “적절한 수면 시간, 양질의 수면, 규칙적 수면 습관은 좋은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며, 백신 접종 후 항체 생성을 증가시키는데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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