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바로알기] 설 연휴기간은 그때그때 달라요

베트남 설인 ‘텟’을 즐기는 시민들 <사진 베트남 온라인>

[아시아엔=심형철·박계환·홍경희·조윤희·응우옌 티타인떰·응우옌 타인후옌 교사] 베트남의 가장 큰 명절은 설날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의 다른 많은 나라처럼, 설날은 음력 1월 1일이다. 베트남 사람은 일년 내내 열심히 일하면서 설날을 기다리는데, 연말에 고향에 가서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설 연휴 기간은 우리나라보다 길다. 우리나라의 설 연휴는 공식적으로 3일이고, 여기에 주말이 겹친다고 해도 최대 5일을 넘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베트남의 설 연휴는 공식적으로 최소 5일이고, 직장에 따라 길게는 2주일에 이른다.

그런데 베트남의 설 연휴 기간은 공식적으로는 5일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 기간이 해마다 다르다. 정부에서는 매년 설날이 주말과 겹치는지를 보고 그해의 설 연휴 기간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설날이 주말과 겹치면 주말 이전부터 연휴에 들어가고, 주말과 겹치지 않으면 직전 주말부터 설 연휴가 시작된다.

예를 들어 2019년에는 설날이 주말과 겹치지 않기 때문에 설 연휴는 직전 주말인 토요일(2월 2일)부터 2월 10일까지 총 9일(주말 포함)로 지정되었다. 2020년에는 설날과 주말이 겹치기 때문에 설날 직전 금요일인 1월 24일부터 30일까지 7일간으로 결정되었다.

베트남 사람들은 설날 2~3일 전부터 설 준비를 위해 물건을 구매하고 집 청소를 한다. 실제로 설 한 달 전부터 베트남 어디를 가든 명절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베트남 사람의 설맞이에 없어서는 안 될 음식은 바인쯩과 바인뗏으로, 온 식구가 둘러앉아 함께 만든다. 재료는 찹쌀, 녹두, 돼지고기 등이 일반적이다. 먼저, 바나나잎이나 프리니움(phrynium) 잎에 찹쌀, 녹두, 돼지고기를 쌓고 잎을 꽁꽁 싸맨 후 대나무 끈으로 묶은 다음, 솥에 넣고 오랜 시간 삶아내면 완성된다. 잘 익은 바인쯩과 바인뗏을 자르면, 찹쌀로 속을 둘러싼 모양이 마치 김밥과 비슷하다. 북부 지역에서는 모양이 네모난 바인쯩을, 남부 지역에서는 모양이 둥근 바인뗏을 먹는다.

베트남 설 풍경

베트남 사람에게 새해를 시작하는 순간은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또한 설이라는 명절을 엄숙하게 여겨서 이날 하루 동안 한 모든 행동이 일 년 내내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설날에 집을 방문하는 첫 손님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새해 첫 손님의 방문을 ‘쏭덧(xông đất)’이라고 하는데, 첫 손님의 나이가 집주인의 나이와 맞으면 그 가족에게 행운이 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새해가 되기 전에 점이나 혹은 인터넷으로 새해에 어떤 나이가 자신 나이와 맞는지 알아본 후 첫 손님이 되어줄 사람을 찾는다.

예를 들어 2019년에 집주인이 1979년생 염소띠(우리나라의 양띠)라면 돼지띠나 고양이띠(우리나라의 토끼띠), 말띠인 사람이 쏭덧을 해주면 좋다. 그리고 쏭덧은 항상 여자가 아닌 남성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여자는 음의 기운이고 남자는 양의 기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행운과 건강이 집에 깃든다고 믿는다. 만약 첫 손님이 부부라면 남편이 먼저 들어와야 한다. 그리고 남자 아이가 쏭덧을 하면 아주 좋아하는데, 쏭덧을 받은 가족은 그 남자 아이에게 감사표시로 보통 세뱃돈과 과자를 준다.

반대로, 집주인과 관계가 안 좋은 사람이나 가족 중에 사망한 사람이 있을 경우에는 쏭덧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래서 베트남 사람들은 보통 친척이나 친구 중에서 집주인의 나이와 맞을 뿐만 아니라 성품이 훌륭하고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을 골라 자신의 집을 방문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집을 방문하면 행운이 온다고 믿는다.

새해 첫 손님은 보통 1월 1일 0시, 혹은 아침에 과자나 과일을 가져와 덕담을 주고받으며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준다. 집주인과 가족은 손님을 기쁘게 맞이하고, 첫 손님은 새해에 그 가족의 모든 일이 잘되라고 방문하는 것이므로 5~10분 정도 머물다가 가는 것이 보통이다.

이처럼 베트남 사람들은 새해 첫 손님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설날 아침에는 이웃집 방문을 피하고 친척집만 방문한다. 만약 쏭덧을 해주는 사람을 못 찾으면, 집주인은 자신의 집에 스스로 쏭덧을 해도 된다. 이러한 경우에 집주인은 1월 1일 0시 전에 일부러 밖에 놀러 가거나 절에 간 다음에 0시가 지나면 자신의 집에 쏭덧을 하러 돌아온다.

한편 베트남 사람들은 설날에 해서는 안 되는 몇 가지 금기 사항이 있다. 가령 설날 아침에 빗자루로 바닥을 쓸면 복이 나가 버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날 하루 동안은 청소를 하지 않고 쓰레기는 다른 날에 버린다. 그리고 결혼한 남자는 1월 1일과 4일, 5일에 처갓집을 방문해서는 안 된다. 그날에는 아내가 시댁에서 제사를 지내고 2일이나 3일에 친정을 방문해야 친정집에 행운이 온다고 믿는다.

또한 설날에는 남에게 어떤 것을 빌리는 것을 금기시한다. 왜냐하면 설날에 남에게 뭔가를 빌리면 일 년 내내 계속 빌리게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설날에 물건이 부서지면 불길하다거나, 싸우거나 화를 내면 일 년 동안 온 가족이 행복하게 지낼 수 없다거나 하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

그래서 이날만큼은 가족이 서로 웃으면서 즐겁게 지내려고 하며, 좋은 말만 하려고 노력한다. 음식에도 금기가 있다. 베트남에서는 월 초에 개고기나 오징어, 오리고기, 새우 같은 음식을 먹으면 한 달 동안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고 여긴다. 옛날부터 개는 항상 참아야 할 운명으로, 끝이 좋지 않은 동물이고, 오징어는 검은색 먹물이 있어 불길하게 생각해 왔다. 오리고기는 베트남어로 ‘빗(vịt)’이라고 하는데, 이는 이별을 뜻하는 ‘비엣(biệt)’과 비슷해서 이별과 관련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우는 항상 뒤로 가는 습성이 있고, 배설 기관이 머리에 있어 좋지 않은 것으로 여긴다.

이 밖에도 연말(음력 12월 30일)에 가족 중에서 누군가 세상을 떠나면 장례식을 그날 바로 치러서 설날까지 연장되지 않도록 한다. 만일 설날에 초상이 나면, 곧바로 다음 날에 장례식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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