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서울지사장 이토료지 칼럼] 1997년 한국과 2012년 한국

2010년 6월12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붉은악마가 대형 태극기를 들고 남아공 월드컵 예선 그리스전을 응원하고 있다. <자료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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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코리아’.

이는 한국 정부가?만든 국가 슬로건이다. 그만큼 한국은 다이내믹하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있다.

필자의?서울 주재원 경험은 이번이?세 번째이지만, 확실히 지난?15년 전에 비해 외국인으로서 더욱 더 살기 쉬워졌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이유는?바로 식사다.?예전에 한국에는 한국요리 이외의 식당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분명히 ‘일식’이라 불리는 일본 요리집은 있었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한국식’ 일본요리로 일본인의 눈으로 보면 한국요리의 한 종류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했던 것이 지금은 시내 곳곳에 ‘선술집(이자카야)’이 있고 풋콩, 생선회에 닭꼬치구이 등 모든 일본메뉴가 갖추어져 있다. 일본음식 뿐만이 아니다. 이탈리아나 프랑스 요리도 본고장다운 맛을 서울에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 이유는 서비스가 좋아진 것이다.?예전에는 한국에서 택시를 탄다는 것은 외국인에게 조금 용기가 필요한?것이었다. 운전이 거친데다 대부분의?운전기사는?무뚝뚝하고 이쪽이 일본인이라는 것을 알면 노골적으로 불쾌한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었다.?때문에 외국인은 요금이 조금 비싸더라도 운전기사가 친절한 모범택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지금은 이 ‘모범’ 택시의?대수가 가장 많았을 때에 비해 3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택시의 서비스가 향상되고 ‘모범’과 비교해도?손색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택시 뿐만이 아니다. 백화점이나 레스토랑에서 손님을 대하는 서비스는 이미 일본과 겨루어도 지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세 번째는 외국인이라기 보다는?일본인이기 때문에 느끼는 것이지만, 한국에서 반일감정이 엷어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택시, 지하철이나 버스 등 공공교통기관 안에서는 일본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사실상 터부(taboo)였다. 왜냐하면 주변사람들이?일제히 일본어로 말하는?우리를 째려보았기 때문이다. 야밤 포장마차에서 친구와 일본어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소주 병이 날아온 적도 한두번이?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연간 300만명 이상의 일본인이 관광으로 방문해 번화가인 명동에는 일본어가 넘치고 있다.?주변에서 들려오는 일본어에 일일이 눈꼬리를 치켜뜨는?한국인은 없다.

외국인에게는 살기 좋아진 한국이지만, 정작 한국인에 있어서는 어떠할까? 한국은 1990년대 말에 직면한 아시아 통화위기를 기점으로 사회가 크게 변했다. 당시 대기업의 도산이 잇따르고 회사는 생존의 갈림길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퇴직금을 받지 못한 채 해고된 직장인이?속출했고 여기저기서 노사분쟁이 일어나는 등 혼란스러운?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계기로 한국은 지극히 혹독한 경쟁사회로 다시 태어났다.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일류기업에 취직하는 것 등 주변으로부터 성공했다고 평가받기 위해서는 우선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와 같은 명문대학에 진학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3개 대학은 각각의 머리글자를 따서 SKY라 불리고 있지만, 하늘에 도달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난관교(難?校)라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유치원부터 학원에 다니기 시작해 중학생이 되면 밤늦도록 공부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각고의 노력 끝에 일류대학, 일류기업에 들어갔다고?해도 그 다음에 출세할 수 있는 사람은?지극히 소수. 대부분의 사람이 경쟁에서 낙오되어 버리는 것이다. 한국은 OECD가맹국 중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고, 20대에 사망한 사람의 절반 가까이가 자살이 그 원인으로, 젊은 세대의 자살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일본이 50년에 걸쳐?쌓아 온 발전을 한국은 불과 20년만에?달성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강한 여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과연 한국이 어떻게 바뀌어 나갈 것인가? 코리안 워쳐(watcher)로서 계속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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