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3단계 눈앞,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로 코로나 극복을
[아시아엔=천비키 (사)대한명상협회이사, SK와이번스·LG세이커스·한체대 멘탈코치 역임] 김치통을 냉장고에서 꺼내다가 ‘툭’ 하고 떨어뜨렸다. 가슴이 철커덩 내려앉았다. 엄마가 얼마나 정성껏 담궈 주신 물김치인가. 아끼고 아껴 귀하게 먹던 금쪽같은 오이김치가 조각조각 바닥에 나뒹귄다. 코로나도 이긴다는 엄마 사랑의 김치 국물이 바닥에 ‘쫙~’ 하고 홍수처럼 쏟아져 내릴 땐, 입에서 저절로 “아이씨!” 소리가 거칠게 일어났다.
아침 출근 길에 바빠서 야단인 이 때에 어찌 이런 일이 생겼는가. 부주위한 탓도 있지만, 최근 몸이 좋지 않아 힘이 빠져 놓쳤다고 생각하니,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그 방은 몸상태가 좋을 때 정리해야지 하며 벼르고 있던 곳이다. 쌓아 둔 옷과 쟁여진 책들이 순식간에 김치 국물에 젖어들었다. 재빠르게 몸을 놀려 옷 몇 벌과 책 몇 권을 주어 들었지만, 김치 국물이 퍼지는 속도는 삽시간이어서 대부분의 물건들이 짠 물에 배어들고 있었다. 쪼글해진 책들을 집어들며 황소처럼 거친 숨이 뜨거운 열로 치솟았다.
근래에는 좀처럼 느껴보지 못했던 높은 강도의 화기에 몸이 후들거렸다. 화도 건강이 받쳐주고, 힘이 있어야 내는구나!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쇠약해진 몸이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하니 다시 급 우울모드로 떨어졌다. 눈을 질끈 감았다. 멈출 수밖에 없었다.
멈추니 호흡의 거친 강도가 알아차려졌다. 내 몸과 마음이 어떻게 움직여 파괴점으로 가고 있는지 여실히 보였다. 짧은 찰나에 내 안에서 알아차림이라는 의식이 떠올랐다. “천비키, 너 뭐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짜증에 요동쳤던 목소리와 달리, 뭔가 다른 차원의 음성이 들려왔다.
시계를 보았다. 아직 일터에 늦지 않았고, 10분의 여유는 있다. 다부지게 마음을 먹고 두 팔을 걷어붙였다. 걸레와 대야를 들고 돌진하듯 전투태세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장롱 아래로 스며든 김치 국물을 걸레로 닦기 시작했다. 국물로 축축해진 걸레를 힘 있게 짜면서, 오이김치를 수확하듯 주워 담았다. 놀랍게도 갑자기 입에서 이런 속삭임이 터져 나왔다. “감사합니다.” 힘겹지만 재빠른 몸 움직임에 리듬을 탄 목소리가 또 한번 터져 나왔다.
이 와중에 감사라니! “감사합니다. 왜냐하면 이 정도로만 젖었으니까.” 그러면서 또 터져 나왔다. “감사합니다. 왜냐하면 이 기회에 방 청소를 할 수 있으니까.” 몸을 놀리며 바닥을 닦아대는데, ‘줄줄이 사탕’처럼 계속 감사인사가 나왔다. “감사합니다. 닦을 시간이 있고, 그래도 이 정도의 체력은 있으니까.” “감사합니다. 왜냐하면 이참에 세탁을 미뤄 둔 옷도 빨 수 있으니까. 버릴 책도 이참에 정리할 수 있으니까.”
나의 감사는 심지어 “걸레가 3개여서 감사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왜냐하면? 빠르게 일 처리를 해 줄 수 있으니까. 내 자신이 생각해도 신기했다. ‘어떻게 이렇게 의식이 성장했지?’ 하는 생각에 미치자, ‘자뻑 기분’에 웃음 띤 감사가 밀려 나왔다.
욕실에 가서 걸레를 빨고 다시 방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잘도 감사거리를 찾아냈다. 몇분 지나 어느 정도 얼굴에 화색이 돌 즈음, 감사의 밑천이 떨어졌다. 내 마음은 이제 어디로 갈거나? 자동적으로 흘러간 곳은 수재 난민들의 고통이었다. 지난 여름, 얼마나 많은 이재민이 생겨났던가? 홍수에 가재도구 몇 가지 건져 들며 울부짖던 TV화면 속 그들이 보이는 듯했다. 닦으면서 그들의 고통이 느껴졌다. 나는 이 정도 가지고도 속상해 하는데 그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자비명상’이 절로 나왔다. 독자들도 한번 같이 해보시기 바란다.
호흡을 깊이 들이쉬고, 내쉬면서 10번 가량 조율한다. 몸과 마음이 고요해지면 의식을 가슴에 집중하고, 천천히 기도문처럼 말하며 느낀다. 천천히 호흡과 연결하여 상상하고 느끼면서 하면 더욱 좋다.
나는 빛과 사랑입니다.
내 빛과 사랑이 이 공간에 펼쳐집니다.
내 빛과 사랑이 이웃에게도 전해집니다.
내 빛과 사랑이 도시와 시민들에도 전해집니다.
내 빛과 사랑이 지구촌에도 전해집니다.
내 빛과 사랑이 은하계와 우주 전 생명에게 전해집니다.
감사로 시작된 마음이 자비명상으로 끝나자, 부드럽고 포근한 기분이 밀려들었다. 창고같이 어둡고 비좁은 방도 환해졌다.
코로나 레드, 코로나 블루 시대, 나도 모르게 몸과 마음이 후줄근해질 수 있다. 무엇보다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은 주변에 쉽게 영향 받아 오염도 되고, 전염도 시킬 수 있다. 이럴 때 감정과 생각을 잘 들여다보고 감사와 자비명상으로 자신을 지켜보자. 기분도 좋아지고 남에게도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
의학적으로도 면역력과 치유력이 있다고 한다. 정신의학자 스탠리 블록 박사에 따르면 내 몸과 마음이 커진다는 상상만으로도 고통이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백신을 기다리면서 초조해지기보다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한숨 나고 짜증 나는 일을 감사로 단단하게 묶어놓자. 스쳐가는 사람들, 길거리 고양이, 하늘 나는 비둘기들에게도 자비심으로 대해 본다. 내 속에 깊이 잠자고 있는 면역물질들이 코로나 백신으로 되살아날 것이다.
물론, 이 백신은 평소 시간과 정성을 투자해 훈련해야 한다. 우리의 행복과 불행은 훈련된 뇌와 훈련되지 않은 뇌, 알아차림의 의식과 무의식적인 의식에 달려있다. 마음이 행복을 창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