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렬의 행복한 유학] 미국 대학선택, 학비·전공이냐 명성이냐

하버드대는 많은 학생들이 가고 싶은 대학이다. 그러나 학비와 졸업 후 취업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않고서 입학했다간 나중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게 될 수도 있다. 

[아시아엔=이강렬 미래교육연구소 소장, 전 국민일보 편집국장] 자녀를 유학 보낸 학부모들 가운데 아이가 명문 대학에 합격하면 노후에 길거리에 나서더라도 집을 팔아서 학비를 조달하겠다는 분이 많다. 자녀교육에 대한 열망을 그대로 표현하는 이야기다.

흔히 사람이 살면서 피해야할 것이 세가지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어린 나이에 출세하지 마라. 둘째는 중년의 나이에 부부가 사별하지 마라. 셋째는 늙어서 가난하게 살지 마라.

여기서 깊이 생각해볼 만한 것이 세번째 노년빈곤이다. 전문가들이 계산한 노후자금은 현재 화폐가치로 5억원 내지 7억원이다. 2인 부부 월 생활비 200만원, 부부 20년 공동거주 이후 아내 홀로 10년을 산다고 계산한 것이다.

자녀를 해외유학 보낸 중산층 가정의 경우 이 노후자금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결국 노후자금을 자녀교육비로 쓰고 나면 부모는 노후에 버림받기 십상이다. 그건 아이들의 심성이 나빠서라기보다 세태가 그렇다. 그래서 필자는 해외에서 교육을 시키건 국내 대학을 보내건 노후자금을 남겨놓고 자녀교육을 시키라고 말한다.

미국 대학학비는 국내대학보다 많이 든다. 연간 적게는 3천만-4천만원, 많게는 6천만-8천만원이 든다. 4년 이상 뒷바라지하면 적어도 2억원 내지 3억원이 들어간다. 이 비용을 모두 부담하고 나면 중산층 가정은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렇다면 중산층가정 자녀는 미국 등 해외대학으로 유학을 못 가는 것일까?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부모가 모든 학비를 부담하지 않고도 대학에 다닐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있다. 다만 우리가 모를 뿐이다. 이런 정보를 보통 사람은 잘 모른다. 알아도 잘못 알고 있다. 해외에 사는 교포들도 모른다.

미국은 참 특이한 나라다. 남의 나라 학생을 데려다 학비를 지원해 준다. 미국 내 2800여개 4년제 대학 가운데 776개 4년제 대학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제학생들에게 재정보조/장학금(보조금)을 준다. 미국으로 유학 온 국제 학생들 가운데 20%가 이렇게 대학이 제공하는 재정보조를 받고 경제적 어려움 없이 공부하고 있다.

미국대학은 국제학생이 공부를 잘해서 돈을 주는 게 아니라 학생의 가정이 학비를 부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원해 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워 학비를 모두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학을 고를 때 이름값(명성)을 본다. 필자는 이런 경우 반드시 학비조달 가능성을 보고 선택할 것을 조언한다. 즉 국제학생들에게도 많은 액수를 보조해 주는 대학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명성’ 즉 허명을 좇는다.

이렇게 명성으로 대학을 선택하면 집을 팔거나 노후자금을 깰 수밖에 없고 노후 불행을 예약하는 것이다. ‘부자 아빠’라면 모르되 집을 팔거나 노후자금을 써야 하는 경우라면 교육 설계도를 수정해야 한다. 명성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행복한 노후와 바꿀 수 없다.

또 하나 생각할 점은 전공이다. 아무리 좋은 대학에 다니고, 재정보조/장학금을 받아서 경제적 어려움 없이 대학을 다녔다고 하더라도 졸업 후 취업을 못해 백수가 되면 유학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자녀를 미국 대학에 보낼 계획을 갖고 있다면 학비 조달방법과 함께 전공을 생각해야 한다.

이제 2020학년도 미국 대학입시가 끝나가고 있다. 다음 달이면 합격자가 발표된다. 이제 11학년들 차례다. 2021학년도 미국대학 얼리 마감이 8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11학년들은 실전 상황에 돌입했다. 대학을 선택하고 거기에 맞춰 입학사정 요소들을 준비할 때다.

첫번째 과제가 대학을 선정하는 일이다. 명성인가, 아니면 학비와 전공인가? 현명한 선택은 행복한 노후를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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