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정세일 ‘겨울 긴밤을 물렁한 고구마 같이’

겨울밤 냉랭한 방을
나무로 군불을 때서
잘 익은 아랫목이
까매지는 저녁에는

겨울 긴 밤을 길게
이어지는  새끼를
꼬기 위해 호롱불의
심지를 돋웁니다

오늘은 우리의 겨울
긴 밤이 푹 삶아지도록
솥에 고구마를 넣어서
한솥 가득히 삶아

잘 삶아진 고구마 두개면 겨울밤은 심심하지 않았다

소쿠리에 가득 담아와서
방 위쪽에 놓아
겨울밤을 물렁한
고구마와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뒷마당에서 가져온
얼음이 둥둥 떠있는
동치미가 이를
시리게 합니다

땅에 묻어 논 김치는
커다란 사발에 담겨 고구마와 걸쳐서

시큼한 국물과 함께
마시는 그 맛은 참으로 겨울밤에만
맛볼 수 있는
기막힌 맛입니다

오늘은  겨울밤이
새끼처럼 길도록
우리 집으로
다 내려올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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