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구소련 유물 ‘대통령제’ 벗고 의원내각제 채택···‘反러→反정부’ 시위에 집권당 굴복

반러시아 시위에서 반정부 시위로 불이 붙은 조지아 시민들

[아시아엔=이정철 기자, 연합뉴스] 구소련(USSR)에서 독립한 남(南) 캅카스국가 조지아에서 집권당이 반(反)러·친(親)서방 시위대의 요구에 굴복하면서 조지아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게 됐다.

DPA 통신에 따르면, 조지아 집권 ‘조지아의 꿈 당’ 비지나 이바니슈빌리 대표는 24일(현지시간) 국영 제1채널 TV에 출연해 선거제도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바나슈빌리 대표는 “우리는 사회가 변화를 요구하는 것을 봤다”면서 “(선거제도 개혁) 추진계획은 그러한 변화의 토대를 놓을 것”이라며 “새 선거제도는 정당의 원내 진출에 필요한 득표율 하한선(현재 5%)을 없애 정당 지지율이 더 정확하게 의회에 반영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거제도 개혁은 23일까지 수도 트빌리시의 조지아 의사당 앞에서 나흘째 계속된 대규모 시위의 주요 요구사항이다.

조지아는 내년 총선을 기준으로 대통령중심제에서 의원내각제도 완전히 전환한다. 따라서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14개의 국가들 중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에 이어 세번째로 구소련의 ‘유물’인 ‘대통령제’를 벗어 던지게 된다.

대통령제는 카자흐스탄을 포함해 구소련 해체 후 독립한 국가들의 장기독재를 가능하게 했다. 지난 3월 사임한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전 대통령은 독립 후 30년 독재 끝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이번 시위는 지난 20일 러시아 하원의원 세르게이 가브릴로프가 조지아 의회 의장석에서 러시아어로 연설하는 모습에 조지아인의 반러 감정이 폭발하며 발생했다.

진압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벌어져 200여명이 다쳤고, 일부는 경찰의 고무탄에 맞아 시력을 잃는 중상을 입었다.

시위대의 요구는 러시아 반대뿐만 아니라 강경 진압에 책임이 있는 내무장관 사퇴와 선거제도 개편까지 점차 확대됐다. 여기에는 적극적 친서방 성향의 야권 ‘유럽 조지아당’이 가세했다.

시위 나흘째인 23일 밤 시위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러 재벌 즉 ‘올리가르히’ 정치인인 이바니슈빌리 대표를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가브릴로프 의원의 의회 연설을 추진한 장본인이 바로 이바니슈빌리 대표로 알려졌다.

자신과 집권당을 겨냥한 압박이 갈수록 커지는 조짐에 이바니슈빌리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는 “책임 있는 정치세력이라면 문제 제기에 적절하게 반응하고 공중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한 의사 결정이라는 점을 시인했다.

2003년 무혈 ‘장미혁명’ 이래 친유럽 노선을 택한 조지아는 2008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영토의 약 20%에 해당하는 지역의 지배력을 상실했다.

이 전쟁의 결과로 러시아에 접한 남(南)오세티야와 압하지야 지역이 일방적으로 분리·독립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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