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조지아 반러 시위, 국회 비례대표제 도입 결실을”

반러시아 시위에서 반정부 시위로 불이 붙은 조지아 시민들

[아시아엔=이정철 기자]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남(南) 캅카스국가 조지아에서 일어난 반(反)러시아·반정부 시위 발생 20일이 다가온다.

이번 시위는 지난 6월 20일 러시아 하원의원 세르게이 가브릴로프가 조지아 의회 의장석에서 러시아어로 연설하는 모습에 조지아인의 반러 감정이 폭발하며 비롯됐다.

이날 조지아 검찰은 야당 국민운동연합(UNM) 대표 니카 멜리아를 ‘대규모 폭력’ 주도 혐의로 체포·기소했다. UNM은 미하일 사카슈빌리 전 대통령이 창당한 야당이다.

검찰은 또 의회에 멜리아 의원의 면책특권을 박탈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진압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벌어져 200여명이 다쳤고, 일부는 경찰의 고무탄에 맞아 시력을 잃는 중상을 입었다.

시위대의 요구는 ‘러시아 반대’뿐만 아니라 강경 진압에 책임이 있는 내무장관 사퇴와 선거제도 개편까지 점차 확대됐다.

여기에는 집권당 ‘조지아의 꿈’보다 친서방 성향이 더 강한 ‘유럽 조지아당’ 등 야권이 적극적으로 가세했다. 이에

집권당의 비지나 이바니슈빌리 대표는 지난달 24일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 선거제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친러시아 재벌, 즉 ‘올리가르히’ 정치인 이바니슈빌리는 조지아 민심을 자극한 러시아 의원 연설을 추진한 장본인으로 알려졌다.

이바니슈빌리의 발표에 환호한 야권 지지자들은 하루 만에 시위에 가담한 야당 대표가 체포되자 다시 수천명이 모여 의사당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20여개 야당도 성명을 내고 “멜리아 의원 체포는 정치적 박해이며 야권에 대한 박해의 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아시아엔>은 이번 시위 원인과 과정을 카투나 차피차데 조지아 기술대학교 교수(사진)에게 들었다. 카투나 교수는 인터뷰에서 “정부는 특수부대를 동원해 시위에 강경 대응했지만 이후 카자히제 국회의장과 친선협의회 의장이 사퇴했다”며 “최근 시위에 대한 현 정부 대응은 의심할 여지 없이 민주적이다. 책임 있는 정부의 한 단면”이라고 말했다.

그는 “폭력적인 의회 진입을 시도한 국민행동연합(UNM)당은 과거 집권 당시 현 정부보다 훨씬 더 폭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카투나 차피차데 교수

조지아 시위 발생 원인 중 하나로 러시아 정치인의 의회 연설 태도가 거론되고 있는데, 또다른 이유도 있는지.

“러시아공산당 세르게이 가브릴로브 하원의원이 6월 20일 정교회국가들의 의회 사이의 모임인 ‘정교회 의회간 회의'(IAO)에 참석차 다른 러시아 대표단과 함께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를 방문했다. 친선협의회는 조지아 의회 건물에서 열렸다. 세르게이 가브릴로프는 조지아로부터 분리 독립한 압하스를 지지해 조지아 야당으로부터 고소당한 상황이었다. 가브릴로프는 압하스를 인정한 사람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의도적으로 조지아 의회 의장석에서 러시아어로 연설을 했다. 심지어 회의장에는 러시아 국기도 있었다. 주권국가를 모독한 행위나 다름없다. 국민들 반감을 일으켜 시위를 촉발시킨 첫째 원인이다. 시위대는 조지아 의회 건물에서 러시아 대표단 철수와 조지아를 떠날 것을 요구했다. 당연히 회의도 취소됐다.”

-시위가 확산된 원인을 자세히 설명해 달라.

“시위 참여자는 주로 사회운동가들과 젊은층이다. 나의 제자들도 대거 참여했다. 20일 저녁부터 분노한 시위대 1만여명이 의회 청사를 둘러쌌다. 시위를 주도한 제1야당인 국민행동당(UNM)은 유럽연합운동, 유럽조지아당, 공화당, 노동운동가 등을 포함해 시민들을 대거 동원했다. 그들은 바로 지난 시절 집권 경험이 있었기에 (대거 동원이) 가능했다. 시위대는 먼저 이라클리 카자히제 조지아 의회 의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시위는 평화적으로 이뤄졌으나 일부 경찰과 격렬히 충돌하기도 했다. 그 배후에 국민행동당이 있다. 국민행동당 니카 멜리아 대표는 폭력 수단을 통해 의회 진입을 시도했다.”

-이번 시위로 부상자는 얼마나 발생했나.

“최루탄, 고무총, 물대포 등을 사용해 시위대를 해산시키기는 과정에서 수백명이 다쳤다. 정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시위로 20, 21일 이틀간 240명이 다쳤다. 그 중에는 경찰 80명과 기자 34명 그리고 의사도 2명 있다. 경찰은 시위자 중 305명을 체포, 구금했다.”

-시위 주도측에서 제1야당인 UNM 집권 때 훨씬 더 폭력적이라 했는데, 추가 설명 부탁드린다.

“국민행동당(UNM)이 정권을 잡은 2004년부터 2013년 10년 동안 조지아는 권위주의적인 국가였다. UNM당 리더 미하일 사카슈빌리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때는 더욱 심했다. 초기 사카슈빌리는 개혁적인 대통령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집권 동안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자유시장경제 환경이 모두 억압의 대상이 됐다. 전 정부 피해자들은 사카슈빌리 정부를 나치정부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때는 집권당을 평가하는 것 조차 금지됐다. 특히 2007년 11월과 2011년 5월 26일 조지아 독립기념일 평화시위를 정부가 강제 해산시킨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조지아에서 금기사항이나 다름없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런가?

“당시 정부는 강압적인 수단을 동원 트빌리시 중심가에 운집한 시민들을 죽였다. 주요 방송사와 기자들이 특수부대의 공격을 받았다. 당시 정부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 이후 사카슈빌리 전 대통령은 사임했지만, 조기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해 결과적으로는 그때 국민과 합의한 사항들은 사기로 판명됐다.”

-이번 시위 후 정부의 조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최근 시위에 대한 현 정부의 대응은 민주적인 동시에 책임성이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라클리 카자히제 국회의장과 친선협의회 의장은 사퇴를 통해 시민들에게 사과했다. 또 집권당인 조지아의꿈(GD)의 비드지나 이바니슈빌리 대표는 2020년 총선에서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의회에서 정당 규모에 상관없이 소수 정당도 의원을 당선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시위 이후 정부의 태도를 믿어도 된다는 말인가?

“물론 현재까지 어떠한 진전도 없다. 시위 강경진압 책임을 져야할 지오르기 가카리아 내부무장관은 시위대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사임하지 않고 있다. 가카리아 내무장관은 현재 조지아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인 중 한명이다.”

-국민들이 비례대표제를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선거제도가 거대 정당에게만 유리하게 돼있다. 소수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다수당은 늘 기득권 옹호에만 앞장서고 있다. 균형 있는 정치와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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