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쓰레기장 버려진 무연고 돈 1900억원···“죽을 각오로 맘 편히 쓰다 죽자”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대만 사람들은 거지가 죽어도 장례 치를 돈을 품에 안고 죽는다.”오래 전 대만 여행 때 들은 얘기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은 일본사회의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쓰레기장에서 주인 없는 돈이 쏟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2017년 9월, NHK가 경찰백서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쓰레기장에서 현금을 주웠다고 신고한 금액이 그 해에만 177억엔(약 1900억원)이었다. 혼자 살다가 죽음을 맞은 사람들이 장롱에 보관하던 뭉칫돈이 사후에 버려진 유품(遺品)에 섞여 나온 것이다.
상속받을 사람이 없어 국고로 귀속된 금융자산만 2015년 420억엔(약 4340억원)이라고 한다. 초고령사회 일본의 현주소다. 지난 4월 군마현의 한 쓰레기 처리회사는 혼자 살다가 죽은 노인의 집에서 나온 쓰레기 더미에서 검은 봉지에 담긴 현금 4억원을 발견했다. 외롭고 궁핍한 생활을 하면서도 죽음 직전까지 돈을 생명줄처럼 움켜쥐고 있던 노년의 강박감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런데 문제는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고, 1인 가구 비중이 급증하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국은 재벌총수부터 중산층까지 돈을 쌓아놓고도 웬일인지 돈이 부족할까봐 전전긍긍한다. 돈은 써야 내 돈이다. 내가 벌어놓은 돈이라도 내가 쓰지 않으면, 결국 남의 돈일 수밖에 없다. 일본의 소설가 소노 아야코는 <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에서, “돈이 다 떨어지면 최후에는 길에 쓰러져 죽을 각오로 마음 편히 돈을 쓰라”고 조언한다.
노인들이 돈에 집착하는 이유는 자식이나 사회로부터 버림받았을 때, 최후에 의지할 곳은 돈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 정도로 비참한 경우를 당하게 되면 돈이 있더라도 별 뾰족한 수가 없다. 내가 죽으면 돈도 소용없다. 그렇다고 자식에게 상속한다고 자식이 행복해지지 않는다.
재산을 쌓아놓기보다 벌어들인 재산과 수입을 최대한 좋은 곳에 활용하는데 관심을 두는 게 훨씬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
몇년 전, 코미디계 황제라 불리던 이주일의 묘(墓)가 사라졌고, 묘비는 뽑힌 채 버려졌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한참 밤무대를 뛸 때는 자고 일어나면 현금 자루가 머리맡에 놓여있었다고 회고했을 정도로 큰 부를 거머쥐었던 그가 말이다.
생전에 그가 가졌던 부동산을 지금 가치로 따지면, 약 5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금연광고 모델로 나와 흡연율을 뚝 떨어뜨릴 만큼 선하게 살았고, 세상 떠난 뒤 공익재단과 금연재단 설립까지 꿈꿨던 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유족들은 기껏해야 1년에 100만원 안팎인 묘지 관리비를 체납했을 정도로 유산을 탕진했다고 한다. 잘못된 재산상속은 자식들에게 독이 든 성배(聖杯)를 전해주는 꼴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재벌 치고 상속에 관한 분쟁이 없는 가문이 거의 없다. 재벌뿐만이 아니다. 평범한 가정에서도 상속을 놓고 전쟁을 벌이다시피 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유산을 놓고 싸움질하는 자식보다 재산을 물려주고 떠나는 부모의 책임이 더 크다.
내 자식이나 형제는 다른 집 사람들과 다르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인생은 이생만 사는 것이 아니다. 영생(永生)을 돌고 도는 것이다. 그런데 이생에 잘 살았다고 내생 아니 영생을 잘 산다고는 아무도 장담 못한다. 내생 아니 영생을 잘 살기 위해서는 정신·육신·물질로 이생에서 공덕(功德)을 쌓고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수의(壽衣)에는 주머니가 없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다. 평생을 땀 흘려 번 정재(淨財)를 결국 쓰레기장으로 향하거나, 유족들의 피 터지는 재산 싸움으로 내 몰 수는 없다. 차라리 자식들에게 생전에 쓸 만큼만 물려주고 자신의 영생을 위한 공덕 짓기에 쓰면 얼마나 좋을까?
그간 쌓아온 재산을 가지고 행복을 즐겨야 할 시간은 바로 지금이다. 우리가 세상에 와서 살다가 일대사(一大事)를 끝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갈 때, 가져가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무상공덕(無上功德), 둘은 상생의 선연(相生善緣), 셋은 청정일념(淸淨一念)이다.
필자는 세 가지 공덕을 이루기 위해 나름대로 원칙을 세워두고 행동한다.
첫째, 조금 밑지며 산다. 나는 아는 것이 별로 없고, 닦은 바가 크지 않아 가진 것도 별로 없으며, 지혜도 모자란다. 그러니 자연 조금은 바보처럼 그리고 조금 밑지며 사는 것이다.
둘째, 가능한 한 무조건 베푼다. 물질이 있을 때는 물질로, 물질이 없을 때는 몸으로, 그 몸도 뜻대로 안 될 때는 마음으로라도 모든 사람이 잘 되라고 빌어주는 것이다.
셋째, 앉아서 말로 하지 않고 맨발로 뛴다. 모든 사람과 조직이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온 몸을 던져 뛰어든다. 내 평생 몸 바쳐 일한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덕화만발 카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 다리가 불편해 정열적으로 뛰어들지 못하는 것이 한이다.
결코 한번뿐인 인생이 아니다. 잘못 간직했다가 그 귀한 돈 쓰레기장으로 보내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