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구소련 억류피해자 다룬 ‘시간의 얼굴’ 연극무대에
대구 ‘극단 구리거울’···구소련 강제노역은 첫 무대
[아시아엔=편집국] 문용식씨가 <아시아엔>에 연재중인 ‘아버지 흔적 찾기’의 배경이 되고 있는 2차대전 후 옛소련 억류피해자를 다룬 연극이 최근 대구에서 공연됐다.
극단 구리거울이 지난 24일 무대에 올린 <시간의 얼굴>(극작·연출 김미정)이 바로 그 작품. 해방 후 조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수년간 구소련에 의해 강제노역에 동원된 사건 및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연극으로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품의 줄거리는 이렇다. “1945년 8월 초, 조선 청년들을 태운 기차가 중국 땅 신경에 도착한다. 2차 대전에서 열세에 몰리던 일본이 관동군 배치한 조선청년들은 해방을 며칠 앞두고 소련군에게 포로가 된다.
시베리아의 혹한 속에서 강제 노역에 시달리던 포로들은 3년 반 만에 귀환 길에 오른다. 하지만 귀국을 위해 1차 집결한 하바롭스크 수용소는 반파시스트 운동가들이 주도하는 반동분자색출로 들끓고, 학구와 병주, 철규, 병현, 용석은 서로 다른 입장으로 마주친다. 귀국을 눈앞에 둔 청년들의 선택은 돌이킬 수 없는 인생행로로 이어진다.”
김미정 연출은 “<시간의 얼굴>은 ‘역사란 무엇인가?’ ‘국가란 무엇인가?’ 그리고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했다.
한편 극단 구리거울은 2014년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모반’을 기치로 창단했으며 고전명작 <바냐외삼촌> <햄릿>을 비롯해, <늙은 자전거>, <파수꾼> 등 한국 대표희곡을 소개했다. 특히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 왔으며 풍자해학 뮤지컬 <봄봄>, 한국근대 대표 시인 이장희의 삶과 예술세계를 뮤지컬로 풀어 낸 <푸르고 푸른> 등을 무대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