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렬의 행복한 유학 가기⑤] 해외유학은 꼭 미국이어야 하나?
[아시아엔=이강렬 미래교육연구소 소장]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전문인력이 발급받는 취업비자(H1B)와 이민 비자에 제한을 가하고 있다.
한마디로 외국 근로 인력의 채용을 제한하고 미국 유입을 막아 자국민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도깨비적 발상’이다. 필자가 보기에 바보스런 이런 정책이 언제까지 먹힐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막강한 미국 대통령의 권한을 앞세워 밀어붙이니 외국인들은 속수무책 당할 뿐이다.
대학 이상 졸업자인 외국인 전문인력에게 주는 취업비자인 H1B 비자를 줄이거나 심사를 엄격히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미국 대학을 졸업한 한국인 유학생이 미국에서 취업하기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미국에 법인을 둔 한국기업 이주 재원을 내보내기도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그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트럼프가 발동하려는 행정명령에는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 비자는 물론이고, △기업 주재원 비자 L1 △투자이민 비자 E-2 △문화교류 비자 J1 △유학생이 취업을 위해 발급받는 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등 다양한 비자를 개선하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개편할 것으로 예상되는 H1B 비자는 현재 컴퓨터 추첨을 통해 대학 졸업 취업자에게 6만5천개, 대학원 석사 이상에게 2만개를 각각 발급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특별 청원을 통해 매년 더 많은 수의 H1B 비자가 발급됐다. 2015년 16만1639명, 2016년 17만2748명에게 이 비자가 발급됐다.
트럼프는 이 수를 대폭 줄여서 미국인들에게 일자리를 주겠다는 생각이다. 외국인 학생이 자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트럼프는 과학자와 교수들이 미국에서 연구활동을 하기 위해 발급받는 J1비자 프로그램도 폐지하거나 손을 보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안식년을 맞는 교환교수들이 받는 비자다. 전 세계 노벨과학상 수상자 44명을 포함해 1만2000명의 과학자들은 “과학 연구를 선도하는 미국의 리더십과 위상을 떨어뜨리는 정책”이라며 트럼프를 비난하는 성명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소탐대실 정책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는 강하다.
트럼프가 손을 대려는 여러 비자 가운데 H1B비자와 OPT비자를 손볼 때 미국 유학생들은 미국 내 취업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 이에 따라 미국대학으로 유학을 가거나 혹은 미국대학 졸업 후 미국에 취업을 하려는 학생들은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굳이 취업을 하겠다면 전공을 잘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인들로 대체가 어려운 전공을 택해야 한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이 외국인 전문인력에게 내준 H1B비자 가운데 가장 많은 수가 엔지니어링 전공분야다. 이어 비즈니스 분야다. 세번째가 IT분야다. H1B비자를 신청해 받았다는 것은 우선 미국에서 취업해 비자 스폰서를 찾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H1B비자를 받기까지는 임시직이다.
엔지니어링과 비즈니스, IT 분야에서 H1B비자가 대거 발급되는 것은 미국기업들이 비싼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자국민을 채용하지 않고 외국인 전문인력을 쓰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 취업문을 아무리 좁혀도 해외 인력을 쓸 수밖에 없는 전공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미국대학의 가장 유력한 대안은 독일·중국·일본, 두번째로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일자리를 미국에서만 찾지 말고 캐나다·아시아·유럽이나 중동·아프리카·남미까지 영역을 넓히라는 것이다.
세상은 넓다. 미국 땅을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 그래서 생긴 용어가 ‘잡 노매드’(Job Nomad)다. 직업(job)과 유목민(nomad)의 합성어다. 잡 노매드란 특정 직장이나 지역에 몸 담고 오랫동안 일하고 생활하기보다는 직업을 따라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는 유목민을 일컫는 신종 용어이다.
세번째 선택은 독일·일본·싱가포르 등 전문직 고급인력들에게 아직 넓은 문호를 개방하고 있는 나라로 대학 진학을 하는 것이다. 독일·싱가포르·일본은 해외 우수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이들 나라의 대학으로 진학할 경우 졸업 후 취업 문이 미국에 비해 매우 넓다.
독일은 독일대학을 졸업하는 외국인들에게 18개 동안 독일 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미국이 대학 졸업 후 OPT를 쓰는 기간에도 3개월간 백수로 있으면 바로 추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독일대학은 외국인에게도 학비를 받지 않으며 많은 전공들이 영어로 개설돼 있다. 일본대학들도 많은 전공을 영어로 개설해 영어권 유학생들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영어 사용 지역으로 대학들이 거의 영어로 전공을 개설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는 우수 학생들에게 학비를 면제해 주고 싱가포르에서 3년 동안 의무적으로 일을 하고 떠날 것을 요구하는 Tuition Grant Scheme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대학 학비를 면제해 주고서라도 해외 고급인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대비되는 정책이다. 이제 미국 일변도의 유학과 취업에서 아시아·유럽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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